남자와 여자; 성 행동을 트랙백. 그리고 세이리온님께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좀 글다운 포스팅을 여기 한 지 벌써 20일 가까이 지났군요. 더 이상 시간 보내다가는 복귀 못 할 것 같습니다. 아래 글에 리플 남겨 주신 분들께 다시 감사드립니다.
폐경(menopause; 또는 완경이라고도 부릅니다)은 전체적으로 보아 포유동물에서는 매우 드문 현상입니다. 이것은 겉으로 보기에 '적합한 개체의 번식'이라는 자연선택의 교리에 위반되죠. 특정 연령에 달한 포유동물 성체(보통은 암컷)가 앞으로 꽤 오래 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예 번식을 못 하게 되어 버리는 현상인데, 도대체 자식을 낳지 못하게 만드는 (즉 유전자를 후세에 전달도 못 하게 만드는) 이 현상이 왜 나타나고, 어떻게 종의 일반적 성질로 퍼지게 되었을까요?
저는 여러 포스팅에서 이 점을 강조해 왔습니다. 어떤 현상이 어느 종에서 일반적으로 보인다면, 첫째 그 현상이 그 종이 처한 환경에서 개체의 생존에 도움을 주는가, 둘째 그렇지 않다면 단순히 다른 (이로운) 성질의 부산물인가, 마지막으로 그 종이 진화해 온 역사의 유물인가(이 경우 해로울 수도 있습니다)라는, 적어도 세 가지 질문에 그럴듯한 답을 할 수 있어야 진화적으로 의미가 있는 설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연계에서는 폐경이 드문 현상이긴 하지만, 인간 외에 수명이 긴 포유류인 고래류에서 발견된 사례가 있는 모양입니다. J. Diamond는 'Why sex is fun'에서 지느러미고래(pilot whale)의 예를 들고 있습니다. 흰줄박이돌고래나 향유고래, 흰긴수염고래 등 더 큰 고래류는 관찰 기록이 부족해서 아직 확증이 없습니다. 의외로, 육상 포유동물에서는 야생 상태에서 확정적으로 폐경이라고 말할 만한 상태가 오래 산 개체에서 일반적으로 관찰되는 예가 아직까지 거의 없다고 합니다.
일단 사람의 경우만 생각해 보죠. 대략 40대 후반이 된 여성이 더 이상 아이를 가질 수 없는 현상인데, 무엇이 이득이고 무엇이 손해인가 관찰해 볼 일입니다. 두 가지 설이 현재 대립하고 있다고 합니다.
1. 진화적인 적응이다.
이 설을 진지하게 처음 주장한 사람은 대가인 George Williams라고 합니다. 그는 1957년 그 유명한 노화에 대한 논문을 내면서, 폐경에도 진화적 이득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것은 보통 '좋은 할머니' 이론이라고 부릅니다. 여자들이 폐경이 지난 후에도 오래 살면서 손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이론이죠. G. Williams가 특히 이렇게 주장한 이유는, 인간 여성에게 출산이 상당히 위험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다른 포스팅에서 석기 시대에 4명의 아이를 낳을 경우 누적 모성 사망비를 대략 20%로 어림했습니다만, 당연히 여성의 나이가 올라가면서 생식 기관의 노화에 따라 출산당 사망 가능성은 점점 올라가고 생존 가능성 낮은 기형아를 출산할 가능성도 마찬가집니다. 한 예로, 다운 증후군(석기시대에 제대로 장성해 자식까지 낳을 가능성은 사실상 없었겠죠) 가능성은 어머니가 40세 후반에는 거의 10%로 증가합니다. 한 마디로 '애 새로 낳다가 쓸데없이 일찍 저승 구경하거나 제대로 된 애를 보지도 못하느니 잘 될 가능성 큰 손자나 돌봐라'는 논리인 겁니다. 실제 현재의 수렵 채집민들을 관찰하면, 할머니들이 가족에게 갖고 오는 식량의 양이 현역 어머니보다 더 많다고 합니다. 당연히 식량을 많이 얻은 손자들은 생존률이 증가하겠죠.
J. Diamond는 보통 인정받는 위의 설명 외에 또 하나를 추가합니다. 씨족의 노인들(나이 많을수록 당근 할머니가 압도적으로 많죠. 석기 시대에 남자들끼리 치고 받아 죽는 가능성이 1/3에 가까왔음을 상기합시다)이 씨족 사회의 생존을 좌우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예를 들어, 심한 기근이 든 경우 노인들의 경험으로 씨족 전체를 - 규모가 기껏해야 수백 명 정도였으니 상당수는 친척이었겠죠 - 구하면 노인 자신의 몸에 들어 있는 유전자도 같이 살아남는다는 논리입니다. J. Diamond 자신의 경험에 의하면 흔히 볼 수 없는 일들을 물어보면 부족 사람들은 그를 부족의 최연장자에게 데려갔다고 합니다. 정말 이렇다면, 남성보다 출산 문제만 없으면 오래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은 여자를 폐경으로 더 오래 살려 놓는다면 후손을 살려 놓을 가능성을 올릴 수 있습니다.
2. 단지 요즘에 인간이 너무 오래 살게 된 부산물일 뿐이다.
위에서 얘기한 좋은 할머니 이론은 수량적으로 검증이 가능합니다. 실제 이런 일을 Kim Hill과 공동 연구자들이 했습니다(Kim Hill이 어떤 연구를 하는지는 이 링크 등을 참고). 이들이 남아메리카에서 연구한 결과, 실제 관찰한 정도보다 훨씬 더 좋은 할머니가 되어야만 폐경이 유전자의 측면에서 이로울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이 설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또 있는데, 석기 시대의 사람 뼈를 기반으로 연구한 결과 폐경이 의미가 있을 정도로 오래 살아남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어차피 그 때까지 살아남는 사람이 거의 없다면 폐경이 진화적으로 의미가 있을 리가 없겠지요. 이런 근거를 통해서, 유명한 노화학자 S. Austad(최재천 교수의 스승이기도 합니다)는 좋은 할머니 이론을 지지하지 않고 있습니다. 요즘 폐경이 일반적 현상이 된 이유는, 단지 인간이 요즘 평균 수명이 길어져서(주로 전염병을 막은 데 힘입어) 폐경을 보이는 여성의 빈도가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이 설에는 방증이 하나 더 있습니다. 인간 여성은 폐경 후 호르몬 수준이 바뀌면 순환계 질환과 골다공증 등 치명적일 수 있는 질병 발병률이 상당히 커진다는 것입니다. 아마 폐경이 적응이라면, 여성의 몸도 이 정도에는 적응을 했을 가능성이 있죠.
=====================================
개인적으로는 좋은 할머니 이론을 약간 더 좋아합니다만, 아직까지 결정적인 결론은 나오지 않았으므로 섣불리 결론을 내릴 상황이 아닙니다. 양편의 근거는 현재 모두 반박이 가능하기 때문에 어느 편 손을 들어주기가 힘듭니다.
이렇게 평범해 보이는, 여성의 폐경이란 현상도 제대로 이유를 묻는다면 대답하기 쉽지 않은 것이 인간의 진화죠.
漁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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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글다운 포스팅을 여기 한 지 벌써 20일 가까이 지났군요. 더 이상 시간 보내다가는 복귀 못 할 것 같습니다. 아래 글에 리플 남겨 주신 분들께 다시 감사드립니다.
폐경(menopause; 또는 완경이라고도 부릅니다)은 전체적으로 보아 포유동물에서는 매우 드문 현상입니다. 이것은 겉으로 보기에 '적합한 개체의 번식'이라는 자연선택의 교리에 위반되죠. 특정 연령에 달한 포유동물 성체(보통은 암컷)가 앞으로 꽤 오래 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예 번식을 못 하게 되어 버리는 현상인데, 도대체 자식을 낳지 못하게 만드는 (즉 유전자를 후세에 전달도 못 하게 만드는) 이 현상이 왜 나타나고, 어떻게 종의 일반적 성질로 퍼지게 되었을까요?
저는 여러 포스팅에서 이 점을 강조해 왔습니다. 어떤 현상이 어느 종에서 일반적으로 보인다면, 첫째 그 현상이 그 종이 처한 환경에서 개체의 생존에 도움을 주는가, 둘째 그렇지 않다면 단순히 다른 (이로운) 성질의 부산물인가, 마지막으로 그 종이 진화해 온 역사의 유물인가(이 경우 해로울 수도 있습니다)라는, 적어도 세 가지 질문에 그럴듯한 답을 할 수 있어야 진화적으로 의미가 있는 설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연계에서는 폐경이 드문 현상이긴 하지만, 인간 외에 수명이 긴 포유류인 고래류에서 발견된 사례가 있는 모양입니다. J. Diamond는 'Why sex is fun'에서 지느러미고래(pilot whale)의 예를 들고 있습니다. 흰줄박이돌고래나 향유고래, 흰긴수염고래 등 더 큰 고래류는 관찰 기록이 부족해서 아직 확증이 없습니다. 의외로, 육상 포유동물에서는 야생 상태에서 확정적으로 폐경이라고 말할 만한 상태가 오래 산 개체에서 일반적으로 관찰되는 예가 아직까지 거의 없다고 합니다.
일단 사람의 경우만 생각해 보죠. 대략 40대 후반이 된 여성이 더 이상 아이를 가질 수 없는 현상인데, 무엇이 이득이고 무엇이 손해인가 관찰해 볼 일입니다. 두 가지 설이 현재 대립하고 있다고 합니다.
1. 진화적인 적응이다.
이 설을 진지하게 처음 주장한 사람은 대가인 George Williams라고 합니다. 그는 1957년 그 유명한 노화에 대한 논문을 내면서, 폐경에도 진화적 이득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것은 보통 '좋은 할머니' 이론이라고 부릅니다. 여자들이 폐경이 지난 후에도 오래 살면서 손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이론이죠. G. Williams가 특히 이렇게 주장한 이유는, 인간 여성에게 출산이 상당히 위험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다른 포스팅에서 석기 시대에 4명의 아이를 낳을 경우 누적 모성 사망비를 대략 20%로 어림했습니다만, 당연히 여성의 나이가 올라가면서 생식 기관의 노화에 따라 출산당 사망 가능성은 점점 올라가고 생존 가능성 낮은 기형아를 출산할 가능성도 마찬가집니다. 한 예로, 다운 증후군(석기시대에 제대로 장성해 자식까지 낳을 가능성은 사실상 없었겠죠) 가능성은 어머니가 40세 후반에는 거의 10%로 증가합니다. 한 마디로 '애 새로 낳다가 쓸데없이 일찍 저승 구경하거나 제대로 된 애를 보지도 못하느니 잘 될 가능성 큰 손자나 돌봐라'는 논리인 겁니다. 실제 현재의 수렵 채집민들을 관찰하면, 할머니들이 가족에게 갖고 오는 식량의 양이 현역 어머니보다 더 많다고 합니다. 당연히 식량을 많이 얻은 손자들은 생존률이 증가하겠죠.
J. Diamond는 보통 인정받는 위의 설명 외에 또 하나를 추가합니다. 씨족의 노인들(나이 많을수록 당근 할머니가 압도적으로 많죠. 석기 시대에 남자들끼리 치고 받아 죽는 가능성이 1/3에 가까왔음을 상기합시다)이 씨족 사회의 생존을 좌우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예를 들어, 심한 기근이 든 경우 노인들의 경험으로 씨족 전체를 - 규모가 기껏해야 수백 명 정도였으니 상당수는 친척이었겠죠 - 구하면 노인 자신의 몸에 들어 있는 유전자도 같이 살아남는다는 논리입니다. J. Diamond 자신의 경험에 의하면 흔히 볼 수 없는 일들을 물어보면 부족 사람들은 그를 부족의 최연장자에게 데려갔다고 합니다. 정말 이렇다면, 남성보다 출산 문제만 없으면 오래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은 여자를 폐경으로 더 오래 살려 놓는다면 후손을 살려 놓을 가능성을 올릴 수 있습니다.
2. 단지 요즘에 인간이 너무 오래 살게 된 부산물일 뿐이다.
위에서 얘기한 좋은 할머니 이론은 수량적으로 검증이 가능합니다. 실제 이런 일을 Kim Hill과 공동 연구자들이 했습니다(Kim Hill이 어떤 연구를 하는지는 이 링크 등을 참고). 이들이 남아메리카에서 연구한 결과, 실제 관찰한 정도보다 훨씬 더 좋은 할머니가 되어야만 폐경이 유전자의 측면에서 이로울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이 설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또 있는데, 석기 시대의 사람 뼈를 기반으로 연구한 결과 폐경이 의미가 있을 정도로 오래 살아남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어차피 그 때까지 살아남는 사람이 거의 없다면 폐경이 진화적으로 의미가 있을 리가 없겠지요. 이런 근거를 통해서, 유명한 노화학자 S. Austad(최재천 교수의 스승이기도 합니다)는 좋은 할머니 이론을 지지하지 않고 있습니다. 요즘 폐경이 일반적 현상이 된 이유는, 단지 인간이 요즘 평균 수명이 길어져서(주로 전염병을 막은 데 힘입어) 폐경을 보이는 여성의 빈도가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이 설에는 방증이 하나 더 있습니다. 인간 여성은 폐경 후 호르몬 수준이 바뀌면 순환계 질환과 골다공증 등 치명적일 수 있는 질병 발병률이 상당히 커진다는 것입니다. 아마 폐경이 적응이라면, 여성의 몸도 이 정도에는 적응을 했을 가능성이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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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좋은 할머니 이론을 약간 더 좋아합니다만, 아직까지 결정적인 결론은 나오지 않았으므로 섣불리 결론을 내릴 상황이 아닙니다. 양편의 근거는 현재 모두 반박이 가능하기 때문에 어느 편 손을 들어주기가 힘듭니다.
이렇게 평범해 보이는, 여성의 폐경이란 현상도 제대로 이유를 묻는다면 대답하기 쉽지 않은 것이 인간의 진화죠.
漁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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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하지만 가장 극적으로 변한 것은 남성의 살인 사망률이니까, 남성과 여성의 수명 차는 아마 눈에 띄게 줄어들겠죠.
버뜨.... 앞으로 몇 만 년은 걸린다능....
당연하다고 생각되었던 여성의 폐경에도 진화론적인 이유가 있겠군요? 나이 많은 여성에서 태어난 아이는 유전자나 유전자가 실려 있는 염색체의 에러(다운증후군등)의 빈도가 높을 것이고 또 나이많은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아이는 생존확률이 낮을 것이므로(아이를 돌볼 어머니의 생존확률이 떨어지니까) 자기 유전자의 생존을 위해 적절한 선에서 위험회피를 하는 것은 아닌가요?
말씀처럼 생각하면 '좋은 할머니' 이론이 됩니다. 애한테 어머니가 죽는다는 것은 살 확률을 많이 낮춘다는 의미니까요. 그런데, 단지 현대의 좋은 환경의 부산물이란 설도 근거가 꽤 설득력이 있기 때문에 결정타가 아직 안 나온 상황입니다.
확실한 것은, 포유류 세상에서 폐경은 지극히 예외적인 현상이란 점이죠.
호르몬을 분비하는 기관 자체가 노화해서 정지해 버리기 때문인가, 아니면 패경을 유도하는 다른 기제가 작동하기 때문인가 도 궁금하네요.
참고로, 상당수의 진화생물학자들은 '어떻게'를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진화적인 이득만 있다면 개체 내에서 가능한 수단을 (무엇이건) 동원하여 그 방향으로 유리한 개체가 살아남고, 이 과정에서 '어떻게'는 그리 중요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http://www.ebmonline.org/cgi/reprint/230/11/818
이런저런 이야기를 찾아보다 폐경에 관한 진화론적/분자생물학적 설명이 잘 정리되어 있는 리뷰를 찾아 한번 링크해봅니다.
막 프린트 다 마쳤습니다. 읽어보도록.... ^^
사실 포유류에서 사람만큼 출산이 위험해서 폐경 현상의 강력한 유인 동기가 될 만한 종이 또 있는지 궁금합니다.
유방암 관계 요인이 몇 가지가 기억나는데...
1) 인공 조명 ; 우스운 요인 같지만 가능하다고 기억합니다. 이것은 성적인 성숙을 빨리 일으켜서 유방 조직이 에스트로겐에 노출되는 시간을 늘립니다.
2) 좋아진 영양 상태
3) 출산 패턴의 변화
3)번이 가장 중요한 이유로 기억납니다. 시간 나면 찾아서 짧게 포스팅해 보겠습니다.
제가 진화에 대해 생각하면서 항상 궁금했던 것이 있는데요, 답변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어부님이라면 답변해주실 수 있을 것 같아서요.
1. ‘현대는 과거와 달리 의학의 발달로 유전적 원인의 장애인도 자식을 낳을 때까지 살 수 있게 되었는데, 그렇다면 장애인의 수는 계속 증가하게 되는가?’ 하는 겁니다. 또한 ‘유전적 원인에 근거하는 정신질환자들도 과거에 비해 결혼해서 자식을 낳을 확률이 높아졌으므로 정신질환자의 수는 계속 증가하게 되는가?’하는 겁니다.
제가 이해하기로 유전은 종족번식까지 개체가 살아남느냐에 달려있는데, 그렇다면 종족번식에 문제가 없다면 생존에 불리한 형질이라도 유전될 것이고, 그렇다면 각종 유전적 장애들도 번식에까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 계속 유전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2. 진화전략에 관한 것인데요, (1)인간처럼 몸집을 키우고 수명을 늘려서 기관들을 정교한 후 늦게 자손을 낳고 자손이 안전하게 성장하도록 오랫동안 보호하는 전략과 (2)하루살이와 같은 벌레들처럼 몸집을 줄이고 수명을 줄여서 기관들이 정교화 되지는 않지만 죽기 전에 빨리 자손을 낳는 전략 중 어떤 것이 진화적으로 더 좋은 전략인가? 하는 것입니다.
항상 궁금해왔지만 명확하게 결론이 안나서 답답해 하고 있었거든요. 어부님 부탁드립니다!^^
1. 장애인의 수는 모르겠지만, 상대 비율은 반드시 증가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21세기에도 사람의 마음은 근본적으로 4만년 전 신석기 시대와 변화가 없는 이상, 이미 표현형에서 눈에 띄는 장애인을 'mating partner'로 삼는 데는 회피 본성이 아직도 강력하게 작용합니다.
또, 정신 질환 중 가장 수가 많은 것은 정신분열증일 텐데, 발병 확률은 전 인구의 1%로 거의 모든 인구 집단에서 거의 일정하다고 합니다. 유전 가능성만큼이나 환경 요인의 영향도 강력해서, 정상인과 결혼했더라도 자식이 정신분열증에 걸릴지는 예상이 어려우니 mating partner 회피 방식으로는 피하기가 어렵죠. 조울증 같은 것은 사회적 위치와도 상관이 있다니 이것도 피하기 어렵긴 마찬가지.
요는, 개인이 partner 선택으로 피할 수 있는 '자식의 정신장애' 확률은 좀 한도가 있습니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유전 장애인에 대해서는 여전히 회피의 대상이죠. 제가 아는 한에서는 '빈도 증가'라고 확언을 못 하겠습니다.
네. 어떤 유전자가 다음 세대로 넘어가려면 최소한 번식할 때까지는 해당 개체를 살려 놓아야 합니다(겸상적혈구병처럼 이형접합자가 이득이 되는 경우를 빼고요. 동형접합자는 번식 전에 사망합니다만). 이런 전형적인 사례가 성인에게 나타나는 우성 유전병일 텐데, 가장 유명한 사례는 나중에 포스팅 하겠습니다.
2. 인간형과 하루살이형의 장단점은, 결국 개체가 접하는 포식이나 사고 가능성의 압력에 대해 어떻게 진화적으로 반응했는가를 살펴보아야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루살이는 잡아먹힐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이 시점에서 오래 살아 천천히 번식하는 전략을 취한 개체는 잠자리나 새에게 먹혀 자손을 남기지 못했겠죠. 하지만 사람은 잡아먹힐 가능성이 낮으니만큼 수명을 키우고 천천히 번식하더라도 충분히 이득이 됩니다.
고립된 섬에서 진화한 종류들을 관찰하면, 포식자가 없는 환경으로 이주한 동물의 대부분이 수명을 늘리는 쪽으로 반응을 보입니다. 게다가 이렇게 바뀌는 속도는 놀랄 만큼 빠르며, 노화학자 S.Austad가 연구한 미국의 주머니쥐의 경우 불과 수만 세대 정도에서 수명이 거의 두 배나 늘어났습니다. 결국에는 개체가 사는 환경의 포식 압력에 수명이 의존하게 됩니다.
그런데 아직 궁금증이 해소되지 않아서요.^^;
1.회피 본성은 문화의 영향을 받지 않을까요?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면서 과거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장애인의 결혼 빈도가 높아졌다고 볼 수 있을테니까요. 일반인과 장애인의 결혼이 아니더라도 장애인들끼리 배우자 찾아주기 운동 같은 것도 있고요.
또 정신분열증의 비율이 대부분의 국가에서 1% 정도로 일정하지만 이것은 과거 정신질환에 대한 서비스가 발달하기 이전까지의 통계라고 볼 수 있고, 정신질환 서비스는 최근 점차 증가하고 있으니까 앞으로는 정신질환이라고 해도 결혼할 가능성이 높아지지 않을까?
그러니까 요는, 만약 의학의 발달, 문화의 변화로 장애인이 번식 시기까지 생존해서 자손을 낳을 확률이 높아진다면 이는 유전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고 결국 개체가 증가하게 될 가능성도 높아지는게 아닌가 하는 것입니다.
2.그럼 사자나 호랑이처럼 포식 압력이 낮은 동물들은 왜 수명이 더 증가하지 않는것인가요? 수명의 증가에 한계선이 있는 것인가요? 아니면 사고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서 사자나 호랑이가 사람보다 수명 연장에 불리한 환경에 놓여있는 것인가요? 혹 수명을 늘리지 않는 것이 종 보존에 이득이 되는 부분도 있는건가요?
1. 말씀처럼 문화의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Matt Ridley는 '인간의 본성은 고정된 무엇이 아니다'고 말하듯이, 본성이라도 적절한 환경에 의해(즉 교육도 포함하여) 어느 정도 변경 가능합니다. 가령 페닐케톤뇨증을 가진 아이에게 성장기 동안 페닐알라닌을 주지 않으면 거의 정상적인 성인의 생활이 가능합니다. '본성' 대로라면 지진아로 자라겠죠.
하지만 유전 가능한 정신적 장애인의 경우에도 의미 있을 정도로 인식이 변화될지 저는 솔직이 좀 의심스러운데, '성적인 (mating) 본성'은 인간의 본성 중 아마 가장 고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입니다.
2. 사실 이런 경우에도 '일반론'은 있지만 '개별론'은 참 어렵습니다. 물론 사자나 호랑이처럼 힘센 육식 동물은 토끼 같은 작은 포유류에 비해 수명이 매우 길죠. 버뜨.... 이들의 수명은 사람보다는 헐 짧습니다. 개와 고양이를 비교해 보면 집단 생활의 이점을 누릴 수 있을 듯한 개 편이 수명은 대략 반 정도밖에 안 되죠.
수명 연장에 치르는 대가는 아시다시피 번식률의 감소입니다. 따라서 '환경 변화'에 취약하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죠. 어딘가 자연적으로 브레이크가 있을 텐데, 각론에서는 사실 개개 개체에 특유한 진화적 역사가 있기 때문에 설명에 한도가 있습니다. 제가 모르는 탓도 큽니다만 ^^
선사시대에 서른[맞나 모르겠습니다. 오래전에 읽은 거라]넘기 힘들었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본 적 있어서, 그냥 당연한 것이려니 했는데, 이런 이야기들도 있었군요. 글 잘 읽고 갑니다.
선사시대에 서른을 넘기 힘들었다는 소리는 아무래도 농경 생활의 초기 같습니다. 평균치하고 집단의 최대 수명하고는 아무래도 다르니까, 정확하게 적지 않으면 사람 집단의 수명은 오해를 부르기 쉽습니다. 가능하면 포스팅 하고 싶습니다.
2. 수명 연장 전략의 선택 여부는 포식압력의 영향을 받고, 수명 연장은 환경변화에 취약하기 때문에 번식률 감소라는 문제를 안게 되어 무한정 수명이 늘지는 않는다는 말씀이시죠? 그리고 개체별로 진화적 역사에서 서로 다른 자연적인 브레이크가 존재할 거라는 말씀이시구요.
포식압력이 적은 동물의 수명 연장의 한계선이 무엇에 의해서 정해지는지에 대해서 진화론적 관점으로 연구할 방법이 있을지 궁금하네요.
‘종 보존에 이득’ 이라는 설명이 통용되지 않는 것은 ‘이득’이라는 것이 가치적인 의미를 지니고, 능동적인 성격을 지니기 때문인가요? 그러니까 개체가 이득을 생각해서 스스로 결정하는 방식으로 진화가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요?
어부님 친절하게 답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직접 공부해야 하는 걸 바쁘신 분 붙잡고 귀찮게 해드리는건 아닌가 모르겠네요^^;
2. 수명 연장= (net) 번식률 감소로 보아도 거의 무리 없습니다. 이 경우 아무래도 환경이 급히 변화할 경우 취약해질 가능성이 높겠죠. 사람 같이 번식력 낮은 대형 포유류의 'killer'가 등장할 경우 의외로 멸종시키기는 쉽습니다. 그 가장 좋은 예가 남북아메리카의 대형 포유류를 짧은 시간 안에 거의 없애 버린 인간입니다.
2-2. '종 보존'이란 설명이 통용되지 않는 이유는, 어떤 개체도 종의 이익을 생각해서 행동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집단 선택론을 현재 진지하게 주장하는 학자는 없습니다. 설사 그런 종이 있다고 해도 이기적인 개체가 생길 경우 불안정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모르는 거야 어쩔 수 없지만, net space에서는 가능한 한 제대로 답해 드리려고 애씁니다 ^^
약속이라고까지 하시니 민망합니다. 하하. 전 그저 어부님 블로그에서 배우고 가는 처지일 뿐인데요.
오늘도 멋진글 잘 읽고 갑니다 :) 저는 2번 이론에 더 무게를 두고 싶네요.
저도 포스팅 하면서 의미를 생각해 볼 수 있으니 좋은 일입니다. 의외로 2번 이론을 지지하시는 분이 많군요.
하지만 남성 호르몬은 건강에 손실만 입힌다는 데는 의문의 여지가 별로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