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5/28 13:34

대인배; 인간 자체를 바꿔 보려고 했던 '친구'들 Evolutionary theory

  어린양님의 '상상속의 베트남인'이란 포스팅에서

저건 그래도 그냥 사람의 사고 방식(노력이 많이 들지만 변할 수도 있긴 하죠)에 대한 얘깁니다만, 인간 본성 자체를 바꿔 보려던 더 황당한 얘기도 있죠.
물론 한 번의 예외도 없이 다 실패...


어부님 // 어떤 대인배들인지 궁금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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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단 리플에, 어린양님께서 사례를 궁금해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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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tt Ridley의 'Nature via Nurture'에서는, 각 장이 끝날 때마다 저명한 과학자나 철학자가 꿈꾼 '유토피아'를 비판해 놓았습니다.  가령 플라톤의 철인 정치, 골턴의 우생학이 실현된 세계, 로렌츠의 친 나치즘 등이 그 대상이죠.
  이 책의 8장은 '문화의 수수께끼'라는 제목입니다.  이 장 뒤의 '유토피아'는 인간의 성적(sexual) 행동을 바꿔 보려 했던 공동체들 얘깁니다.  당근, 성공한 사례는 전혀 없습니다.

  누구나 다 아시다시피 인간의 가장 가까운 친척은 2종의 침팬지(보통 침팬지와 보노보), 그리고 고릴라입니다.  하지만 이 친척들의 성적 행동은 판이하게 다릅니다.  

  1. 고릴라 ; 일부 다처제(polygamy), 소위 '하렘(harem)'.  큰 수컷이 암컷 집단을 지배하며, 수컷이 그 자리를 다른 수컷에게 뺏기면 이 수컷에게 암컷 집단이 넘어간다.
  2. (보통) 침팬지와 보노보 ; 문란함(multimale).  암컷은 수컷을 거의 가리지 않고 많은 수의 수컷과 관계를 가짐.  보노보는 암컷의 위치가 수컷보다 좀 강한 편이란 것을 제외하면 문란하다는 점은 거의 유사.
  3. 인간 ; 대체로 명목상 일부일처제(monogamy)이나 실제 혼외정사(extramarital sex)가 꽤 잦음.  그렇더라도 태어나는 아이의 최소 70% 이상은 아이 어머니의 명목상 남편 또는 장기적인 남자 파트너가 아버지임(명목과 실제가 일치). 

  리들리가 지적하듯이, 어떤 자연발생적인 인간 사회도 '하렘이 한 남자에게서 다른 남자로 넘어가는' 형태 또는 '완전 문란형'이 아닙니다.  농경 시대에 들어와서 권력자들이 하렘을 만든 적은 있습니다만 후계자가 하렘까지 인수받지는 않죠.  더군다나 사회 전체가 완전 문란형이었던 경우는 전혀 없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 결정적인 이유는, 인간의 아기가 매우 미숙한 상태로 태어나기 때문이죠.
  그런데, 어느 대인배들이 '완전 문란형'을 포함해 다른 형태를 시도한 사례가 있습니다.

  ... 공동체 문화를 경험하면 인간의 행동이 변할 수 있다는 희망은 몇 세기마다 한 번씩 특별한 열정을 불러일으켰다.  앙리 드 상 시몽과 샤를 푸리에 같은 공상적 사회주의자로부터 존 험프리 노이스와 바그완 슈리 라즈니시 같은 실천적 모험가에 이르기까지 공동체주의의 지도자들은 한결같이 개인의 자율성을 억제해야 한다고 설파했다.  에세네 파, 카타르 파, 롤라드 파, 후스 파, 퀘이커 교, 셰이커 교, 히피를 비롯해 기억하기에는 너무 작은 무수한 종파들이 그런 희망을 실현시키려 했다.  그 모든 시도는 똑같은 결과로 끝났다.  공동체주의는 실현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공동체들이 남긴 기록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사실은 공동체의 붕괴 원인이 공동체를 둘러싼 사회의 핍박이 아니라 개인주의로 인한 내적 갈등이었다는 점이다.
  보통 그 갈등은 섹스 때문에 시작된다.  성적 파트너에 대한 선택적이고 독점적인 욕망을 폐지하고 모두에게 자유로운 사랑을 누리게 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불가능한 것 같다.  심지어는 공동체 문화 속에서 성장한 신세대들도 질투는 여전하다.  사실 질투하는 성향은 공동체의 어린이들에게서 더욱 심해진다.  어떤 종파들은 섹스를 폐지하여 살아남는다.  에세네파와 셰이커교는 금욕주의를 엄격히 지켰다.  그러나 그 결과는 멸종이다.  어떤 종파들은 성적 관습을 완전히 재창조한다.  존 노이스가 19세기에 뉴욕 주 북부에 세운 오나이다 공동체는 나이 많은 남자들이 젊은 여자들과 사랑을 하고 나이 많은 여자들이 젊은 남자들과 사랑을 하되 사정을 금지했던 이른바 '복합 결혼'을 시행했다.  라즈니시는 그의 뿌나 암자에서 최초로 자유 연애를 멋지게 성공시켰던 것 같다.  "과장이 아니라 우리는 아마 로마시대의 바커스 축제 이후로는 어디에서도 일어나지 않았을 f___ing의 축제를 만끽했다"고 한 참가자는 자랑했다.  그러나 뿌나 암자는 곧 분열되었고 그 뒤를 이어 오레곤의 목장도 분열되었는데, 누가 누구와 잘 것인가를 놓고 발생한 질투와 반목이 큰 몫을 차지했다.  실험은 그렇게 끝났고 실험 뒤에는 93대의 롤스로이스, 살인 미수, 지방 선거를 조작하기 위한 대규모 식중독 사건, 이민 사기 사건이 남겨졌다.
  인간의 행동을 바꿀 수 있는 문화의 힘에는 한계가 있다.

  Nature via Nurture, 번역본 322page.


  
  
  인간의 본성을 받아들입시다.  그렇더라도 인간의 존엄성을 깎지도 않거니와, 더군다나 손해 볼 것은 하나도 없으니까요.

  漁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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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bzImage 2008/05/28 13:37 # 답글

    소설에나 나올법한 인간개조론이군요;

    하지만 저런 프리섹스와 바람의 차이는 대체 어디있는걸까요?
  • 어부 2008/05/28 18:56 #

    소설에나 나올법 하지만, 21세기 대한민국에서도 정부가 한 일의 전례가 (!) 있는 만큼 완전히 현실과 동떨어지지는 않았죠 :^D

    혼외정사(바람)는 그래도 남녀가 상대방과 지속적인 관계를 기본적으로 유지한다는 전제가 좀 남아 있는 반면, 프리섹스는 그런 유대는 전혀 없다는 얘깁니다. 진화심리적으로 약간 고찰을 하면 저런 시도는 필히 실패로 귀결되죠.
  • 어부 2008/05/28 20:07 #

    아, 조금 설명이 애매하군요. '혼외정사'는 혼인을 유지하는 상대와 지속적으로 갖는 관계가 좀 남아 있다는 얘기였습니다.

    물론 이 경우 외도 상대의 애를 갖느냐 혼인 유지 상대의 애를 갖느냐는 약간 골치아픈 문제인데, 누군가 용감하게도 이런 것까지 설명을 해 놓았더군요. 기회 되면 설명해 보겠습니다.
  • Dataman 2008/05/28 16:56 # 답글

    군복 입으면 개차반되는 예비군이 그 사람의 본성이 아니라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습니다만 (...)
  • 어부 2008/05/28 18:56 #

    크크크 그런 해석 방법도 있었군요....
  • 길 잃은 어린양 2008/05/28 17:56 # 삭제 답글

    으허허. 이것 참 나름대로 유쾌한 발상을 하는 사람들이군요. 그런데 하필 가장 원초적인 문제에 도전하다니. 꿈이 참 드높은 사람들입니다.
  • 어부 2008/05/28 18:57 #

    꿈은 높을수록 좋은 것인데, '실현 가능하다'는 바탕이 막힌 명제에 도전했다는 게 불행이라면 불행이죠 ^^
  • muse 2008/05/28 19:47 # 답글

    인간의 본성을 받아들이면 그것이 인간의 존엄성을 깎아내린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가장 골치아픈 족속이지요. 끄응 orz 하지만 저런 불가능한 것을 꿈꾸는 것도 인간이니까 가능하지요^^
  • 어부 2008/05/28 20:04 #

    80년대 학번이라 한때 과 동기들과 '돈 벌려는 것(사익 추구)은 인류의 본성이다'라 토론을 벌였었는데, 누군가가 '그게 어떻게 사실이라 확신하냐'고 물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 때는 설명을 못 했지만 지금은 설명할 수 있겠네요. ^^
    인간 본성을 인정하지 않으면 참 골치 아프긴 합니다. 하하하.

    거의 불가능한 것을 성공시킨 과학자 또는 발명가들의 공통점은 '자신의 환상을 일반 개념에 비추어서 판단할 수 있었고, 아니다 싶으면 과감히 포기했다'라고 'The making of atomic bomb'에서 다른 사람의 말을 인용하고 있더군요.
    물론 나중에 보는 사람은 유쾌하긴 합니다만, 당사자들은 얼마나 진지하게 실험했겠습니까. 불쌍하죠.
  • 늑대별 2008/05/28 23:17 # 답글

    인간의 본성이라는 것도 역시 인간이 생존하기 위해 오랫동안 진화된 산물 아니겠습니까? 어떤 동물 집단에서 나타나는 성적행동이 결국 그 집단 나름대로의 원칙을 갖듯이 말입니다. 그걸 누가 교육이나 억압적인 방법으로 바꾸려고 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인 것 같습니다만...^^
  • 어부 2008/05/29 00:18 #

    네 요점을 정확하게 찌르셨습니다. 인간의 성적 행동은 인간의 특성 때문에 생긴 건데 저렇게 바꾸려고 들면 헛발질이죠.
  • Graphite 2008/05/28 23:18 # 삭제 답글

    관계없는 리플인것 같지만 저 f___ing 에 달린 저자의 각주가 참 재미있었었지요.
  • 어부 2008/05/29 00:19 #

    그거까지 옮겨 놓을까 하다가 다 아실 것이라 안 했죠 :^D
  • Frey 2008/05/29 11:43 # 답글

    재미있는 이야기일 것 같습니다^^; 결국 사람(남자)들이 하렘을 꿈꾸기는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는 못하다는 거겠죠. 뭐, 진화론에 입각해서 생각해보면 수컷은 자신의 생식 세포를 작은 대신 많은 양을 생산하는 방향으로 진화했으니까, 남자들이 하렘을 꿈꾸는 것은 어찌 보면 이상한 것은 아닐 것 같습니다. 저도 제 블로그에 성의 진화에 관해서 잠시 써보려고 했었는데, 빨리 써야겠군요 ㅎㅎ
  • 어부 2008/05/29 12:45 #

    그래서 농경 사회 이후 권력자들이 하렘을 만든 경우가 오히려 일반적이겠죠. ^^ 하지만 이 포스팅의 라즈니쉬 공동 사회의 경우는 완전 공유(multimale) 일 겁니다. 하렘이 아니라...

    하지만 사람은 여기서도 좀 별난 경우에 속합니다. 리플로 너무 길게 적기는 좀 그러니까, Frey님의 성 얘기 기대해 보겠습니다. 원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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