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ented by 누렁별at 2008/02/25 16: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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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회피행동 문제
수잔 미네카(Susan Mineka)는 1980년대에 원숭이를 갖고 기념비적이라 인정받는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이런 곳에서 간단히 실험의 요점을 찾기는 어렵지 않으니까 결론만 얘기하면, "원숭이는 뱀에 대한 공포를 부모나 동료를 통해 배운다. 하지만 보통의 원숭이들이 무서워하지 않는 다른 물체에 - 예를 들어 꽃 - 대한 공포감을 습득시키기는 아주 어렵다"죠.
뱀에 물리면 죽는 수가 많으므로 경험으로 배우기는 아주 곤란하기 때문에, 원숭이가 뱀에 대한 공포를 경험이 아니라 학습으로 배우게 된 것은 진화적으로 대단히 합리적입니다. 단, 학습하지 못한 원숭이는 (예를 들어 동물원에서 태어나 자라 뱀을 못 본 원숭이는) 뱀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이것을 보면, 원숭이의 '본성'인 '뱀에 대한 공포'는 유전적으로 타고나지만, 그것을 표면적인 행동으로 끌어내려면 학습이란 '자극'이 절대로 필요불가결한 셈입니다. 어느 경우나 회피 행동은 천적이 이미 존재하는 것을 전제하죠.
사람도 거미, 뱀 등을 특히 무서워하는데 아마 어느 정도는 이런 메카니즘에 의한다고 합의된 모양입니다.
2. 오리 새끼
처음 보는 천적을 알아차리려면 자신이 경험을 하든지, 주변에서 배우든지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즉, '학습'을 전제하는 '유전'의 경우 보통 태어난 후에야 '학습'으로 자극을 받습니다. 태어나기도 전에 어떻게 주변 환경에서 자극을 받겠습니까?
근데, 이런 실험도 있더라고요. 인용은 大人輩 매트 리들리(Matt Ridley)의 '본성과 양육(Nature via nurture)' 한국어판 219페이지에서 가져왔습니다. ...1960년대 초 길버트 고틀리프(Gilbert Gottlieb. 이 분이 어떤 연구를 했는지는 이 링크를 참고하시길)는 일련의 실험을 통해 (새끼오리가 어미 소리를 들으면서 각인되어 어미를 따라다니는 현상의) 그 과정을 탐구했다. 그는 물오리건 야생오리건 갓 부화한 새끼들은 자기 종의 소리를 선호하는 성향을 갖고 있음을 발견했다. 다시 말해, 새끼오리들은 자기 종이 부르는 소리를 들어본 일이 없어도 그 소리를 제대로 알아듣는다. 그러나 고틀리프는 더 복잡한 실험을 통해 놀라운 결과를 얻어냈다. 그는 아직 알 속에 있는 새끼오리의 성대를 수술해서 벙어리로 만들었다. 그러자 알에서 깨어난 후 새끼들은 같은 종의 어미가 부르는 소리를 선호하지 않았다.
여러분 같으면 이 실험 결과를 어떻게 해석하시겠습니까?
실험자가 내린 결론은 고틀리프는 새끼오리가 소리를 제대로 인식하는 것은 부화하기 전에 자기 자신의 목소리를 듣기 때문이라고 결론지었다. 그의 생각에 이 결론은 본능이란 개념 자체를 무너뜨릴 수도 있었다. 태어나기 전의 환경이 행동을 촉발했기 때문이다.
양자역학의 실험 결과 해석 말고 생물학에서 이런 믿기 힘든 결과를 보리라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솔직이, 제가 지금까지 책에서 본 실험 중 결과를 가장 믿기 힘들기로는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갑니다.
漁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