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5월 10일
The last material; 눈 얘기

최근의 글은 생명체; 사고의 관점과 전체와 부분, 최소와 최적화입니다. 유감이지만 둘 다 재미있게 보실 만한 내용은 아니지만요.
첫 두 글(척추동물; 눈 구조의 비합리성 및 안구; 사람과 문어의 눈 비교)의 취지로 돌아가겠다.
내가 첫 두 글에서 말한, 소위 ‘주된 논점’을 약간 더 자세히 풀어 설명하면
0) 눈의 기능은 기본적으로 광학 기기다. [위에서는 '외부 물체의 상을 특정 스크린에 비추어 그 정보를 외부 해석 기관으로 전달한다'라고 말했다.]
1) 척추동물의 눈에서 이 기능을 가진 구조는, 같은 목적을 지닌 카메라하고 비교할 때 이렇게 대응할 수 있다(필름 카메라는 ‘전선’이 필요 없으니만큼, 디지털 카메라나 캠코더 편이 더 비슷하다); [ 참고로, 이 과정이 모델링 및 단순화다. ]
수정체 – 렌즈
공막 – 어둠 상자
스크린 – 망막
전선 – 신경
(외부 처리장치 – 뇌)
2) 척추동물의 눈에서는 스크린 앞쪽으로 전선이 나와 있는 셈인데 이것은 광학적으로 다음 두 가지 문제를 야기한다.
(1) 스크린 앞을 전선이 덮고 있으며, 이 전선이 빛을 무시 못할 정도로 차단한다.
(2) 이 때문에 전선이 빠져나가는 곳에는 스크린에 ‘구멍’이 생긴다.
3) 위 기본 구조들을 달리 배열할 경우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 그렇다.
스크린 뒤쪽으로 전선이 빠져나가는 경우
(1) 전선에 의한 빛의 ‘가림’ (2) 스크린의 ‘구멍’
을 모두 제거할 수 있다.
4) 따라서 척추동물의 눈은, 이 점에서 비합리적이다. 다시 한 번 말하면, 같은 기본 구성 요소로 구성할 수 있는 최상의 구조라 할 수 없다.
5) 연체동물의 눈은 척추동물의 눈과 같은 기본 구성 요소를 갖고 있는데, 스크린 뒤쪽으로 전선이 빠져나간다. 이 점에서는 척추동물의 눈보다 더 결점이 적은 구조라고(더 합리적이라) 판단된다.
이렇게 논지를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1)번을 잘 보면, 광학 기능을 갖지만 ‘필수적’이라고는 하기 힘든 홍채(조리개)와 눈꺼풀(렌즈 덮개) 얘기가 빠져 있다. 이것도 리플들에서 잠깐 언급은 됐고, 부수적 사항에 필요하므로 나중에 언급하도록 하자. 외부 처리장치인 뇌도 중요하긴 하지만, 현재 직접적 고려 대상은 아니므로 필요하면 역시 뒤에 언급하겠다.
지금까지 '이 분'과 토론 중에 나온 얘기들 중 시각계에 관계된(즉 주된 논점을 벗어나지 않았다는 의미) 내용은 아래 둘로 국한된다(나도 새벽안개님에게 '일리 있는 질문'이라고 처음에 답했던 내용이기도 하다). 다음 두 명제가 얼마나 타당한가 아래에서 검토하겠다.
1. 척추동물 눈 구조는 '스크린'의 영양 보급(산소 공급) 및 노폐물 제거에 유리하다.
2. '스크린' 앞에 나와 있는 '전선'(혈관도 그렇다)이 핵심 부품인 스크린을 보호한다. (선글라스 이론)
일단 2번은 진화적으로는 전혀 정당하지 않은데, 척추동물도 원래 처음에는 물 속에서 진화했기 때문에 강한 빛에 대해 '선글라스를 껴야' 할 필요에서는 연체동물하고 마찬가지로 '별로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선택한 현행 구조가 우연히 '좋은 구조'일 가능성도 있으니 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구글신께 물어보고 기타 웹질을 열심히 하다 보니 이런 페이지가 나왔다. 진작 뒤져볼걸. 선배들이 해 놓은 거 경시하면 이렇게 피보는 수가 있다. -.-
Denton vs. Squid ; the eye as suboptimal design
지금까지 위의 두 명제를 얘기하면서 내가 계속 아쉽게 느꼈던 점은 정량적인 논의다. 전선이 스크린 앞에 있을 경우 빛을 가리거나 굴절시킨다는 말 정도야 정성적으로 충분히 할 수 있지만, 구체적으로 얼마나 영양이 필요하며 신경/혈관이 얼마나 시세포를 보호하는지는 정량적인 실험 결과가 있어야 충분히 논의할 수 있다. 안과의사와 통화하다에서 당연히 정량적인 사항도 물어봤으나 그 친구가 사실 바로 기억해야 할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답을 얻을 수 없었다. 하지만 위의 링크는 이 문제를 상당히 해결해 주었다.
이 링크의 글 중 주요한 사항을 요약하자면
1] 사람 눈 망막 뒤의 choroid(번역이.... )에 밀집한 혈관층의 주된 기능은
'heat sink' (이게 부적당하다면, thermostat이라고 해도 상관없다) 이다.
이 이유는, 시세포가 잡지 못한 빛(시세포까지 도달한 입사광의 25~30%)을 없애 주는
것이 시세포와 인접해 있는 pigment epithelium이라서 여기서 나오는 열을 제거하지
않으면 시세포가 손상을 입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choroid의 혈관을 통하는 다량의 피
의 주된 목적은 시세포 냉각이다.
2] choroid의 혈관층은 pigment epithelium을 통한 확산으로 망막에 필요한 산소의60%
를, 망막 내부로 들어간 혈관이 피의 양은 5%에 불과하지만 나머지 40%의 산소를 공급
한다. choroid 혈관층은 눈 주위를 통과하고 나서도 산소 농도가 3%만 저하할 뿐이기
때문에 주된 목적이 산소 보급이라고 보기 어려우며, 빛의 흡수를 줄이려고 가늘게 돼 있
는 망막 내부의 혈관으로 나머지 40% 를 보충해야만 한다. 심각한 병목 현상이다.
3] 척추동물 시력의 핵심인 황반(fovea) 부분에서는, 혈관 뿐 아니라 시세포 위를 덮고 있는
여러 구조들마저 (두께를 줄이기 위해) 되도록 황반 바깥으로 밀려나 있다.
전문 용어가 나와서 골아픈 것은 나도 마찬가지이므로 그림을 곁들이자. 여기에서 가져왔다. (내가 원본에 손을 댄 부분이 세 군데 있는데, 아래 그림에서 맨 위에 보이는 pigment epithelium의 위쪽에 있는 혈관이 지나가는 choroid, 맨 아래의 빛이 들어오는 방향, 그리고 간상/추상 세포에서 실제 빛을 감지하는 부분인 'photoreceptor disk'를 - pigment epithelium에 인접한다 - 약간 흐리게 칠하고 지시 화살표 및 말을 넣은 것이다)

링크시킨 글 저자의 말은 한 마디로 '시세포가 놓친 빛을 흡수하는 pigment epithelium에서 열이 많이 생기는데, 빛을 감지하는 간상/추상 세포의 핵심 부분(제가 밝은 색으로 강조한 부분)을 여기에 바로 붙여 놓은 것은 말도 안 된다'다. 구조적인 결함이란 얘기다.
그리고 영양 보급이 choroid 혈관만으로 진짜 충분하면 망막 안까지 혈관을 집어넣어서(빛을 가려 가면서) 산소의 40%를 공급? 간상/추상 세포가 제대로 활동하려면 그 안의 pigment epithelium 쪽에 있는 photoreceptor disk 부분이 아니라 산소가 세포 본체의 미토콘드리아까지 들어가야 한다. 그런데 산소가 미토콘드리아까지 가려면 pigment epithelium 뿐 아니라 photoreceptor disk를 확산으로 다 통과한 다음에야 미토콘드리아까지 들어갈 수 있잖은가! 미토콘드리아가 choroid의 혈관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데, 이 점을 고려하면 망막 안까지 혈관이 들어가서 40%나 대 주는 것이 이해가 간다.
다음에는 '스크린 보호' 측면을 검토해 보자. 같은 페이지에서 가져온 원숭이 망막의 황반 부분 사진이다('사람이 아니니까 무효' 이런 말이 나오려나. 단지 바로 옆의 사람 망막 사진보다 최근 것이고 더 선명하기 때문에 선택했다). RPE=pigment epithelium, cones=추상 세포다. RPE의 위에 보이는 것은 choroid다.

이 부분은 내 친구가 '영양도 자연확산으로 공급돼'라 한 것처럼 망막 내에 있는 혈관도 안 들어간다. (역시 같은 페이지에서 가져왔음)

도대체 왜 '스크린'을 보호해 줄 수도 있는 혈관과 신경 조직을 시각의 핵심인 황반 바깥으로 밀어내야 했을까? 혈관을 밀어내면 산소의 40%를 주변에서 수동 확산으로 받아와야 하는데 말이다. 다 아시다시피 확산은 아주 느린 영양 보급 방식인데. 이것이 황반 크기가 사람에서 불과 0.3mm 지름 정도인 이유를 설명해 주는데, 황반이 커지면 혈관이 지나가는 황반 옆 부분과 pigment epithelium에서 오는 수동 확산만으로는 산소 보급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 망막 내에 혈관을 더 늘리면 안 되냐고? 그러면 빛을 열심히 더 많이 차단해 줄 것이다. (그러면, 문어의 눈은 어떠냐는 질문이 나올 수 있다. 이것은 밑에서 답하겠다)
나는 시세포는 자기 위를 덮고 있는 혈관과 신경 조직을 거추장스러워한다고 해석하는 편이 훨씬 간단하다고 본다. 다시 상기하자. 이 리플에서 이 분은 눈꺼풀 및 홍채의 보호 작용에 대해 부족하다고 말하며, 혈관 및 신경 조직의 빛 차단 기능은 강한 빛 쪽에서 유용하다고 강조하셨다는 것 말이다. '선글라스' 이론 말인데, 진짜 그것이 현재 안구에서 유용하다면 왜 황반이 선글라스를 벗어 버리려고 애쓰는지 참으로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명확하게 하기 위해 다시 요약을 하겠다.
1. 추상/간상 세포의 photoreceptor disk를 열이 많이 나는 pigment epithelium 바로 옆에
붙여 놓았다. 열 많이 나는 두 구조를 인접하여 붙여 놓을 이유가 있을까?
2. 이런 구조 덕에 좁은 부분에서 열이 쏟아져 나오는데, 이것을 제거하기 위해 choroid에서
눈 주변 또는 안으로 가는 피의 95%가 통과하고 있다. (피가 쓸데 없이 많이 주변에 있어
도 경우에 따라 문제가 된다. 안구 내의 '초자체 출혈'은 그 좋은 예다)
3. choroid를 통과하는 피에서 산소가 pigment epithelium, photoreceptor disk를 지나야만
추상/간상 세포의 활동에 필요한 미토콘드리아에 닿는다. 확산 속도가 느리기 때문인지 망막
내부 동맥이 피가 흐르는 양은 눈으로 오는 피 전체의 5% 뿐인데도 필요한 산소의 40%를
공급한다.
4. 시각의 핵심인 황반 부분에서는 상의 선명함을 달성하기 위해 신경 외에 혈관마저도 밖으로
밀려나 있다. 이것은 '선글라스 이론'에 의문을 제기한다. 그리고 황반 크기를 키우고 싶어도
혈관이 없어서 제한이 생긴다.
영양 보급 이론하고(고밀도 시력 달성도 사실 영양/산소 보급하고 관계가 되니 하나로 묶어도 된다) 선글라스 이론을 반박하는 데는 이 정도로 충분하다고 본다. 이 모든 열거한 문제들이 '애초에 photoreceptor disk 방향이 빛과 가장 멀기 때문에', 즉 '역방향' 망막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참고로 문어 망막 구조를 보자. 출처는 'Fine structure of the octopus retina', T. Yamamoto et al. J. Cell Biology, 25, 1965. (다운로드는 http://www.jcb.org에서)

ps. Denton vs. Squid ; the eye as suboptimal design의 원문을 볼 때 이런 점을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글은 처음부터 치밀한 계획을 갖고 논리 정연하게 단어를 선택해 가면서 작성하지는 않은 듯합니다(논문이 아닌 블로그 글인만큼...). 저는 직접 다 번역하고 요점을 이해한 후 인용했습니다만, 원문을 직접 순서대로 읽어서 알아차리기에는 좀 힘든 점이 있죠. 예컨데 그림이 없고 사용한 용어가 약간 통일되어 있지 않아서입니다. 가령 pigment epithelium과 choroid를 명확히 구분 안 하고 있는데, pigment epithelium을 choroid의 일부분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므로 읽는 사람이 알아서 의미상 판별을 해야 하죠. 이런 문제가 있긴 하지만 사실 관계에서는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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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렇게 중요하다고 말씀하시는 그림 문제로 되돌아가서

여기서 A의 원추 세포 꼭지점 방향이 잘못되었다는 지적이다. 나는 이 리플에서 '지적 감사하다'고 말하고, '하지만 핵심은 지금 그게 아니다'라고 설명을 했는데, 응답은 '그림부터 제대로 그려 놓고 얘기하십시다' 였다. -.- 문제의 핵심은 어디까지나 '신경 배선의 연결 방향' 아니었나. 삼각형 꼭지점 방향이 지금 그렇게 중요한가? 꼭지점 방향이 반대로 됐다고 문제를 보는 관점이 달라지기라도 하나?
이 분이 레온하르트 오일러(Leonhard Euler)와 만나면 아마 이렇게 말씀하실 것 같다;
오일러; 쾨니히스베르크의 다리 문제를 저는 이렇게 해결했습니다(내 좀 전의 포스팅을
참고하시길).
이 분; 잠깐요, 이 지역에 있는 그 수많은 집하고 길은 다 어디에 있죠? 그리고 지나다
니는 사람들도 그렇고요. 이거 고려하지 않고 어떻게 이동하여 다리를 지나가겠
습니까?
오일러; 아니, 이 문제에서는 지역을 점으로 축소하고 그 점이 어떻게 다리로 이어져 있
는지가 중요하지, 전체적인 모양은 안 중요하잖아요.
이 분; 그림부터 제대로 그려 놓고 얘기하십시다.
오일러; .....
하기사, 전체에서 필요한 부분을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고 하시니 어떻게 이런 사고방식이 나오는지 이해할 수는 있다만. 하나 첨언하자, 이 사고방식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전혀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을.
두 번째 그림은 이것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