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 소련의 칼리닌그라드로 이름이 바뀐, 옛 프러시아의 쾨니히스베르크 시를 흐르는 프레겔 강 위에는 두 개의 섬(오른 편 그림의 C, D 구역)이 있었으며, 이 섬과 강 양편(A, B 구역)을 이어 주는 일곱 개의 다리가 있었다. (오른편 그림은 위키피디어에서 가져왔음. 이 그림에서 연두색으로 강조해 놓은 부분이 다리이다)
어느 날 이 시의 어느 시민이 (반쯤은 장난삼아) 이런 문제를 냈다고 전한다.
모든 다리를 한 번씩만 건너면서 강 양편과 섬 둘을 다 돌아볼 수 있을까?
그러나 처음에는 쉬워 보이던 이 문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만만하지 않음이 밝혀졌다.
결국 이 문제는 레온하르트 오일러(Leonhard Euler)가 손을 대고서야 풀렸다. 이 거인의 설명은 이해하기 쉬운 단순함, 우아함, 일반성을 모두 갖춘 수학적 사고의 걸작이며, 동시에 위상수학(topology)이라는 큰 분야의 싹을 틔워 놓았다고 평가받는다.

한붓 그리기 문제의 일반적인 규칙은 다음과 같다. 3)번의 이유는 다 아실 테니 설명하지 않겠다.
1) 각 점에 연결되어 있는 선의 수가 중요한데, 특히 홀수냐 짝수냐가 핵심이다.
2) 홀수 개의 선이 연결된 점과 짝수 개의 선이 연결된 점을 각각 '홀수점'과 '짝
수점'이라고 부른다면, 한붓 그리기가 가능한 조건은 '홀수점이 하나도 없거
나, 2개만 있는 경우'이다.
3) 홀수점이 하나도 없으면 어느 점에서 출발해도 가능하나, 2개인 경우는 둘
중의 어느 홀수점에서 출발하여 다른 홀수점에서 마쳐야만 가능하다.
오른편 도형을 분석하면 A, B, C, D 모든 점이 홀수점이다. 즉 홀수점이 네 개나 되므로 이 도형은 한붓 그리기가 불가능하며, 따라서 원래의 문제는 '그렇게 할 수 없다'가 해답이 된다.
이 문제는 문제의 핵심만 남기는 단순화(모델링이라 말해도 좋다)가 문제를 해결하고 일반적인 통찰력을 주는 데 얼마나 필요 불가결한지를 잘 보여 주는 표본적 사례다. 이렇게 분석하지 않았다면, '만약에 다리가 한 개 더 놓일 경우 어떻게 될 것인가'라는 질문에 일반적인 답을 주기가 매우 번거로왔을 것이다(이렇게 단순화한 뒤로는 아주 쉽다. 다리 하나로 어느 점을 연결하더라도 무조건 가능하다). 더욱 명백한 사례는 지하철 노선도다. 실제 모양과 전혀 일치하지 않는데도 다들 불편 없이 잘 이용하고 있는데, 노선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점)과 역 사이 및 각 노선 사이의 연결(선)이기 때문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단순화 및 모델링은 (현실에 맞도록 부단히 검증할 경우) 과학의 필수적인 정신이다.
漁夫
덧글
적절한 가정을 통해 단순화된 모델이야 말로 진실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지요.
오일러는 또한 이른바 3체문제 (three-body problem)를 구하기 위해 반복계산을 위한 단순화된 모델링을 도입하고 우리가 천체의 위치를 몇 cm 단위까지 정확하게 알아야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상기시킨바가 있지요. 만약 그런 가정을 도입하지 않고 엄밀해를 얻는 것에만 고집했다면 우리는 영원히 해를 구할 수 없었겠지요..
오늘도 역시나 좋은 이야기 잘 보았습니다..^^
아,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보셨군요. 그거 아주 좋은 책이지만 같은 작가의 '코드 북'이 제게는 더 나았습니다. ^^
3체 문제도 그렇죠. 엄밀해만 계산하려 들었으면 라그랑지 포인트를 얻을 수 있었을까요? 분석의 화신 오일러가 한 일은 정말 끝도 없습니다. 단순화와 통찰력이 정말 뛰어났던 거인이죠.
헤헤..라는 웃음에서 왠지 낚인 고기를 바라보는 듯한 '어부'의 시선이 느껴졌다는.;;
이 문제는 현대에 와서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되었습니다. 네트워크라는 '연결'이 중요한 기술은 그래프가 매우 중요합니다. 비효율적인 네트워크 구성은 추가적인 서버가 필요하게 만들테니깐요. 서버는? 비싸죠.
어복충만하시길. -_-; (이건 저주인지 축복인지. -_-;;;)
시노조스님, 御福이 漁福보다 낫죠. (뭔 소린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