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5/09 19:16

전체와 부분, 최소와 최적화 Evolutionary theory

  생명체; 사고의 관점에 이은 두 번째 글.  앞 글이 문제를 바라보는 전체적인 관점을 논했으니 이 글에서는 당연히 더 구체적인 분야를 하나씩 다뤄야 하겠죠.

  우선 전체적인 '기조 발언'부터 시작합니다.

  수명의 문제와 생물학적 수리에 대한 투자의 문제는 게임 이론이 제기하는 폭 넓은 진화론적 문제와 연결된다.  그것은 어떤 유리한 형질이든지 간에 최대 한계가 있는 이유에 대한 수수께끼다.  왜 자연 도태는 다른 것들보다 더 오래 살아 남을 수 있게, 더 크거나 더 빠르게, 또 더 많은 유리한 형질들을 만들지 않았을까?  수명 말고도 그같은 의문을 품게 하는 생물학적 형질들이 우리에게는 많다.  확실히 체격이 크고 머리가 좋고 빨리 달리는 사람은, 체구가 작고 머리가 나쁘고 발이 느린 사람보다 유리하다.  특히 사자나 하이에나를 막아 내야 했던 시기에 일어난 인류 진화에서는 그런 형질의 중요성은 지대했다.  왜 인간들은 평균적으로 지금보다 더욱 크고 더욱 현명하고 더욱 발이 빠르게 진화되지 않았을까?
  이런 진화적 모형의 문제를 생각보다 어렵게 만드는 원인은 다음과 같다.  진화는 개체 전체에 작용하는 것으로 일부분에만 작용하지는 않는다.  살아서 자손을 남기거나 그렇지 못하는 것은 당신이지, 당신의 커다란 뇌나 빠른 발 그 자체는 아니다.  동물의 몸의 일부분이 커지는 것은 어떤 점에서는 유리하지만 다른 점에서는 불리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신체 중에서 큰 부분은 다른 부분과 잘 어울리지 않기도 하고, 다른 부분의 에너지를 빼앗기도 한다. 
  진화생물학자에게는 이를 표현하는 마법의 말로, '최적화(optimization)'라는 것이 있다.  자연 도태는 그 동물의 기본적 체제 하에서 동물의 성공적인 생존과 번식을 최대화할 수 있도록 각 형질의 크기, 속도, 수량 등을 형성한다.  그렇다고 해서 각각의 형질 그 자체가 최대치까지 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각각의 형질은 너무 크거나 작지 않은, 어딘가 적당한 중간치에 맞춰진다.  이렇게 해서 한 동물로서의 개체는 각각의 형질이 가장 크고 또 작은 상태보다 성공도가 높아지는 것이다.

  - 'The third chimpanzee', Jared Diamond.  번역 김정흠, 문학사상사.  191~192 page.

 
  (앞 글들에서 사실 내가 부분적으로 얘기한 내용이 많긴 하지만, 다시 반복하여.)
  사실 어떤 기관의 현재 상태가 기능적으로 최적화되어 있냐 아니냐는 곰곰이 생각을 해 봐야 답할 수 있는데, 질문에 따라 (더 정확하게는 질문의 범위에 따라) 답이 상당히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현재 인간이 진화해 온 한도 내에서 인간의 눈이 기능적으로 최적 상태에 가깝냐'는 질문에는 주저없이 '그렇다'고 답한다.  이 '눈 시리즈'의 맨 첫번째 그리고 두번째 글에서 나는 인간의 눈에 대해 찬사를 아끼지 않았었다.  그러나 위에서 말한 것처럼 진화는 개체 전체에 작용하지 각 기관에 작용하지 않는다.  골치아픈 점은, 어느 현존하는 생물체가 가진 기관이 기능적으로 아주 최적 상태에 가까와 보이더라도 그것이 바로 기능적으로 최적 구조임을 보장하지 못할 뿐 아니라, 해당 구조에서도 최상의 기능을 보이는지 알 수 없다는 데 있다.  진화적으로, 어느 기관이 처음 생긴 후 이 구조를 물려받은 역사적인 제한 내에서만 가능할 뿐 아니라 구조가 제대로 돼 있더라도 다른 기관의 성능 때문에 최적화가 제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요약하여, 전체(개체)의 최적화가 - 보통 현재의 생존으로 얘기하는 일이 많다 - 부분(기관)의 최적화를 보장하지 못한다.  내가 몇 번이고 '전체의 최적화가 부분의 최적화와 같지 않다'고 강조한 이유다.  현재 상태만 보고 '아주 잘 돌아가니까 (구조도) 최상이다'라고 생각하면 에러라는 말이다.  이 눈 문제에서도 마찬가지다.  

  이 얘기는 내가 두 번째 글에서 언급한 다음의 부수적인 논점 두 가지하고 연결된다. (두 번째 글의 G. Williams 책의 인용에서 등장한 얘기다)  그리고 비슷한 논점으로 '최소'의 말뜻하고도 이어지니 같이 설명하겠다.

 

1) 눈이 세 개가 되면 두 개보다는 더 좋다.  특히 뒤에 달릴 경우 뒤쪽 시야를 확보할 수 있다.

2) 눈을 움직이는 근육은 3개면 되는데 실제로는 6개나 붙어 있다. [ 이 문제는 납득하셨다고 말씀을
      하시니 그냥 pass 때리기로 하자.  뒤에 쓰신 말을 보면 전혀 납득하신 것 같지 않지만 말이다. ]

 
 
1)번에서 사람 눈이 앞쪽으로 두 개 다 가 있는데 굳이 앞쪽에 하나 더 추가할 이유가 없고(이게 과잉인 경우다), 주된 논점은 '뒤쪽에 눈이 달릴 경우'이니 이걸로 얘기하자.  일단 이 분이 쓴 아래 리플을 보자.


  눈을 하나 ( 혹은 두개 ? ) 더 붙이는 것은 들이는 투자에 비해 훨씬 큰 효용을 얻을 수 있으므로 3개가 2(최소필요갯수)보다 더 합리적이고, 안구근육을 하나 더 ( 혹은 세개 내지 네개 ? ) 붙이는 것은 들이는 노력에 비해 효용이 별로 없으므로 3(최소필요갯수?) 4개보다 더 합리적이라는 말씀이시군요?

 
현재 사람 눈의 최소 필요 개수 2개라고 생각하시는 모양이다.  아무래도 단어 비교까지 필요하겠다.  나베르 국어사전에서는

 

최소 ] 수나 정도 따위가 가장 작음

필요 ] 요구되는 바가 있음

 
보통 그 일을 하려면 최소 x개는 필요하다는 말에서 무엇을 생각하시는가?  그 일을 하는 데 적어도 x개를 써야 한다고 바꿔 쓰면 조금 의미가 명확해진다.  한 예로, 평면 위의 위치를 나타내는 데 최소 2개의 변수가 필요하다(수학적으로 필요충분하다)는 의미, 모자란 것 없이 다 할 수 있는 경우에, 변수의 숫자가 가장 작거나 적은 경우가 최소 아닌가?  원형 탁자의 다리가 3개면 충분하다는 예에서 3개가 최소아닌가?
  사람 눈의 현재 수(와 배치)가 최소 필요 개수라는 말은 이 상태로도 시각 기능 발휘가 충분하다는 말이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사람 머리에서 보아 시야의 사각(死角)이 없도록 눈을 단다고 할 때 필요한 방향은 5개나 된다.  앞뒤, 좌우, 그리고 머리 꼭대기다(서 있는 바닥은 제외했다). 사람의 눈 수와 배치가 사람이 볼 필요가 있는 모든 방향을 다 충분히 커버해 주나?    

인간이 석기 시대 시절에도 이 문제가 지금보다 하나도 덜하지 않았다.  석기 시대 남성들이 부족 전쟁, 부족 내부의 분쟁 등으로 살해될 확률은 상당했다.  심지어는 현재의 부족 사회조차도 그렇다.  대략 남자들의 1/3이 목숨을 바친다(그리고 그 흔적은 현재 남자들이 여자보다 평균 수명이 몇 년이나 짧은 것으로 나타난다).  생리학자 Jared Diamond는 이 시대의 전쟁이 어떻게 치러졌는지 유명한 책 '총, 균, 쇠'에서 통찰력을 제공해 준다.

 

나는 (내가 수십 년 간 같이 일해 온) 뉴기니 부족들에게서 부족간의 싸움에 대해 숱하게 들었지만 죽음을 무릅쓴 돌격 등의 이야기는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상대 부족과 전쟁을 해야 할 때는 매복하거나 기습을 가하는 등 무슨 수를 쓰더라도 희생을 줄이려고 노력했다.

 

매복, 기습.  이 중 뒤통수 치는 식의, 시각의 사각을 이용한 공격이 적어도 반 이상은 되리라 장담할 수 있다.  내가 추측하건대 적어도 남자들의 10%는 뒤통수를 보지 못해서 세상을 뜨셨을 것이다.  

이게 너무 공상에 가깝다고 생각하시면, 돌아다니는 그 수많은 택시 중 아무 거나 잡아 타고 물어보시길.  백미러 필요 없습니까?  이 논쟁이 붙은 김에 실제로 주말에 물어 봤다.  대답은 두 단어로,

 


  ‘
님하 즐쳐드셈

 
 
으로 요약할 수 있었다.  물론 그 이유를 저 두 마디 이후 최소 3분은 설교받아야 했지만.  
뒤통수 맞았다는 관용어구나, 봄에 모스크바 건물에서 떨어지는 고드름을 맞아 생기는 수많은 사망자가 사람의 눈 수가 (그리고 방향이) 최소(=필요충분하다)라는 주장이 얼마나 엉터리인가 설명해 주고도 남는다.
 

이 글을 작성하면서 전에 이 분이 달았던 리플을 훑어보다 보니 에서 이런 말이 나왔다.

 

맹점 정도가 아니라 사실은 눈이 향하고 있는 방향을 제외한 대부분의 각도가 안 보이고 있는 것 아닌가요? 수평각도로만 따져도 360도 중 1/3 정도밖에 못 보는 것이 사람의 눈인데, 시야중 맹점에 의해 가려지는 그 작은 부분에서 정보를 얻을 수 없다고 무슨 문제가???...

이미 알고 계신 것 같은데 말이다.  진지하게 다시 묻고 싶다.  정말로 사람 눈 2, 둘 다 앞쪽 방향 배치가 사람에게 최소로 필요한 시야 범위를 다 제공해 준다고 생각하십니까?  [ 참고로, 말 같은 초식 동물이 뒤편을 감시하려고 눈을 머리 옆으로 돌려 놓았다고 이미 얘기했다.  이러면 거의 360도 전 수평 방향을 커버 가능하다.  이래도 나름대로의 문제가 있긴 마찬가지지만 말이다.  사람은 뒤편 시야를 희생하면서 앞쪽 입체 시야를 선택했지만 역시 문제가 있다.  척추동물의 조상이 눈이 세 개였다면 얼마나 해피한가 말이지! ]  
 
이런 리플을 보면 (사람의) 현 기관 상태가 최적이다라는 (인간중심주의라고 쓰고 인간이 모든 면에서 최고라고 읽는다)생각이 얼마나 뿌리깊은지 잘 알 수 있다.  인간이 최고니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모든 주장에 대해 귀를 막아 버린다 ^^  이런 생각은 어디선가 많~이 보아 오던 얘긴데, 그건 여기서 언급하지 않겠다.  아직은 알 수 없으니까 말이다.

  원글의 논점에서 보아 진짜 가능하며 타당한 반론이라고 생각하는, '척추동물 눈의 구조가 영양 공급이나 시력 강화(시세포 밀도 증가), 그리고 시각세포 보호 측면에서 더 유리하다'는 명제에 대한 내 의견은 다음 번 글에서 다시 정리하겠다.  그리고 문제의 두 가지 그림 얘기도 그 때 좀 수정이 필요한 부분을 덧붙이거나 보완하겠다.  물론 이렇게 지연된 데는 (첫 번째 공개적으로 올린 수정 말고) 그 둘의 수정이 전체의 논리 전개에 어떠한 영향도 주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이게 제일 중요하다), 내 게으름 및 자료를 찾아 가면서 일을 천천히 하는 습관 때문이기도 하다.  이 시리즈를 보아 오신 분들께 양해를 구하고 싶다.
  

  漁夫

  ps. 그리고
앞에서 인용한 리플에서 나온 '눈 세 개를 갖게 될 때의 비용 분석'에 대한 논의도 다음 글에서
    곁들여 진행하겠다.  물론 이 비용 분석의 관점은 개체 전체의 관점에서 볼 때는 지극히 타당하지만,
    글의 원래 얘기인 '시각 기능' 범위에서 보면 촛점이 맞지 않는(그렇게 쓰고 삘소리라고 읽는다) 말이긴
    하다.
  하지만 시각계를 논해 온 이 시리즈에 등장한 리플이고, 나름대로 흥미 있는 주제인 이상 다뤄 보
    겠다.  당근 추측이 많을 수밖에 없겠지만.  딜레땅뜨 어부가 어차피 그 수준을 넘을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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