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2/27 14:30

따라하지 마셔요 Views by Engineer

  강타!를 트랙백.

  인간의 교육 및 학습 능력은 자연이 (석기 시대에) 물려준 것 이상을 벗어날 수 없는지라 어디서나 숙달된 조교는 중요합니다.



따라하지 마셔요 실험들
 
  D. Halliday, R. Resnick의 '일반 물리학' 책을 보면 몇 챕터마다 쉬어가는 페이지가 있습니다. (지금 없다면 제가 본 판본이 그랬다는 얘기죠)
  이 쉬어가는 페이지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얘기는 뭐니뭐니해도 Leidenfrost effect 얘깁니다.  제가 초등학교 다닐 때 교실에는 노란 연기 나는 조개탄 때는 난로가 있었는데, 교실이 너무 건조하다 싶으면 난로 위에 물 붓지 않습니까?  그 때 물방울이 상당히 오래 주전자 위를 돌아다니는 모습이 기억납니다.  난로의 높은 온도를 생각하면 금방 증발해 버려야 하는데 작은 물방울이 오래도 버텼죠.
  이 현상의 본질은 아래 그림(출처; Wikipedia)처럼 물방울과 난로 표면 사이에 수증기 층이 생겨서 열이 전달되는 것을 차단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온도 차이가 어느 정도 돼야 이런 현상이 생기는지 궁금하죠.  그 일반 물리학 책에 이런 그래프가 있었습니다; heat flux는 액체 방울로 단위 면적당 전달되는 열의 양이고, temperature difference는 액체 방울과 뜨거운 표면 사이의 온도 차입니다.
  온도 차이가 얼마 없을 때는 액체와 뜨거운 표면이 서로 접촉하고 있습니다.  이 때는 직접 열이 전도되기도 하고, 물방울 내에서는 찬 부분과 뜨거운 부분 사이에 대류가 일어나서 열이 액체 전체로 퍼지죠.  하지만 온도 차이가 커져서 접촉면에서 액체가 기화하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이 기체 필름은 열을 아주 효율적으로 차단하기 때문에, 위 그래프에서 보는 것처럼 급격하게 heat flux가 떨어집니다.  열이 액체로 전달되는 양이 적기 때문에, 사람의 피부처럼 온도에 민감한 경우라도 괜찮을 수 있습니다. (물을 사용하는 경우 이 온도 차이는 대략 200~300℃ 정도라고 합니다) 그렇다고 온도 차이가 너무 커지면 또 다른 일이 벌어지는데, 이 때는 적외선에 의한 복사(radiation) 열전달 때문에 또 열전도량이 증가하죠.  이 영역에서는 설사 물방울이 있어도 film boiling zone보다 열이 많이 물방울로 통과하기 때문에 금방 없어져 버립니다.

  쉬어가는 페이지를 쓴 미국 대학 교수가 이 현상에 심취해서 여러 가지 실험을 보여 줬는데 솔직이 비전문가의 눈으로 보면 ㅎㄷㄷ 급들입니다.

  1. 녹아서 백열(白熱) 상태의 납(lead)을 맨손으로 퍼올리기
    trick ; 긴장해서 땀이 나기 때문에 이 실험 전에는 얇은 수분 층이 피부를 덮고 있다.  사람 피부에는 다소간 기름 층이 있어서 수분을 튕겨낸다.  따라서 납의 고온에 의해 증발한 수증기는 피부로 열이 전달되는 것을 막아 준다.

  2. 적열(赤熱) 상태의 숯(charcoal) 위를 맨발로 걸어가기
    trick ; 역시 긴장해서 발 표면에는 땀이 많다.  위와 마찬가지.
    danger ; 너무 해서 익숙해진 경우 공포심이 없기 때문에 땀이 부족할 수 있다.  어떤 일이 벌어질까?

  3. 입 안에 액체 질소 부어 넣기 ; 옆에서 구경하기에는 가장 볼 만하다고 하는군요. (으으...)
    trick ; 입 안과 액체 질소 사이에 기화한 액체 질소가 층을 이룬다.
    danger ; 너무 심하게 액체 질소가 출렁거리는 경우 특히 이빨 표면에 액체 질소가 닿기 쉽다.

  참고로, 이 칼럼을 쓴 교수는 의사 신세를 두어 번 졌다고 합니다.  의사가 어째서 이런 상처가 났냐고 묻고 대답을 들은 후, "이제는 그만 하시죠."라고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는 후문이.

  漁夫

ps. 좀 학문적인 흥미가 있으신 분은 http://www.uoregon.edu/~linke/climbingdroplets/와 링크된 Physical Review Letters의 원문을 보시면 될 겁니다.


닫아 주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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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가고일 2008/02/27 14:38 # 답글

    교수 관두시고 차력사 해보시는것도....ㅡㅡ;;;;;;
  • 어부 2008/02/27 14:44 # 답글

    하하하. 차력사가 돈 더 잘 벌까요? ^^
  • Dataman 2008/02/27 15:37 # 답글

    '착한 어린이든 나쁜 어린이든 상관 없습니다. Don't try these at home!'
  • 어부 2008/02/27 15:38 # 답글

    연령에 상관 없습니다. Don't try these at home!
  • 꼬깔 2008/02/27 16:24 # 답글

    그렇군요. :) 오랜만에 들어봅니다 Leidenfrost 효과. 정말 신기하게 생각했던 것이었거든요. 어릴 적 뜨거운 난로에 물을 손에 묻혀 털면 난로 위에서 춤추던 그 물방울~ :) 그런데 정말 위험천만한 실험이네요. :) 재밌게 읽었습니다.
  • 가고일 2008/02/27 16:50 # 답글

    그러고 보니 중학교 기술시간에 틀에다 고무 수지를 입혀 동전지갑을 만드는걸 실습하는 과정이 있었는데 틀을 가열하면서 적정온도가 됐는지를 알아보는 방법이 물을 뿌려서 방울이 굴러다니는가를 보는 것이었죠. 그러니까 그 적정온도는 200~300도였다는 얘기군요.
  • stonevirus 2008/02/27 17:13 # 답글

    실험을 하는 사람이 있었군요 -ㅅ-
  • 누렁별 2008/02/27 17:16 # 답글

    오호, 추억의 그 파란 책 "훤다멘탈즈 오브 휘직쓰". 처음 저자의 이름을 들었을 때 "공휴일씨라니 특이하군" 이란 착각을 했었죠 (holiday 아닙니다 halliday 입니다). -_-
    Leidenfrost effect 얘기 재미있게 봤었죠. 한 때 저도 이글이글 빨갛게 타오르는 숯불 위를 걸어보고 싶었답니다.
  • sonnet 2008/02/27 18:14 # 답글

    액체질소....
  • 제갈교 2008/02/27 18:58 # 답글

    죽지 않으신 것만 해도 다행이군요. -_-;;;
  • 어부 2008/02/27 19:30 # 답글

    꼬깔님 / 문제는 난로 위에 오줌을 깔기는 넘들이 항상 있었다는 거 아닙니까! 돌아다니는 ㅇㅈ 방울은 재미있지만 고 요상한 냄새는.... -.-

    가고일님 / 저도 많이 까먹어서 그 정도였는지는 오늘 데이터 찾아 보고서야 알았습니다. 요즘 같으면 IR 비접촉 온도계로 단번에 파악하겠죠.

    stonevirus님 / 더 놀라운 게 저거로 Physical Review Letters에 논문이 올라갔다는 것이죠. 만만한 저널이 절대로 아닙니다.

    누렁별님 / 하하 역시 보셨군요. ^^

    sonnet님 / 그나마 액체산소보다는 헐 더 안전하죠.

    제갈교님 / 저게 죽을 실험은 아닙니다만 위험하기는 합니다. ^^
  • 제갈교 2008/02/27 20:17 # 답글

    난로 위에 오줌을 갈구다니 거기다가 지퍼 내리고 하지는 않겠고(여자애들도 있으니깐요), 화장실에서 받아와 뿌리는 건가요? (으...생각만 해도 더러워) ^^;;;
  • shaind 2008/02/27 20:34 # 답글

    제가 저 이야기를 처음 본 것은 Fundamentals of Physics의 제4판이었습니다. 그 컬럼의 말미에 가면 컬럼 저자(이자 책의 공저자 3명 중 하나인) Jearl Walker는 "불타는 석탄 위를 걷기"를 물리학 박사학위 최종시험에 넣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써놨더군요.

    최근에 같은 책의 제 7판을 볼 기회가 있었는데 거기서는 빠졌습니다.
  • shaind 2008/02/27 20:36 # 답글

    아니 그보다도 7판을 보니 그 재미있던 컬럼들이 싹 다 빠졌더라구요.
  • 구들장군 2008/02/27 20:57 # 삭제 답글

    무슨 얘긴지는 모르겠지만 글 잘 읽고 갑니다. ^^;;
  • 운다인시언 2008/02/27 21:22 # 답글

    의사말을 잘 들었는지 궁금하군요ㅡㅡ
  • 어부 2008/02/27 21:32 # 답글

    제갈교님 / 초등학교에서야 애들이 순진해서 저런 짓까진 안했죠. 전 불행히도 중/고등학교는 남녀공이 아니었거든요. ㅠ.ㅠ [ 그런데 대학교도 공대여서 여자들이 거의 없었으니... ]

    shaind님 / 안녕하십니까 ^^ sonnet님 블로그에서 id는 많이 뵈었습니다.
    제가 본 파랗고 옆으로 넓은 판이 몇 판이었나 기억에 없습니다. 아, 저도 이제 그 안경 쓴 갸름한 아저씨 이름이 J.Walker였다는 기억이 나는군요. 그런데, 그 컬럼 마지막에 박사학위 시험으로 석탄 위 걷기를요? 저 아저씨 학생잡네.... -.- 사실 자신도 너무 안심했다가 뎠다고 했잖습니까. 끄악.
    7판에서 다 빠졌다니 아깝습니다. 저런 재미라도 없으면 그 힘든 책을 애들이 어떻게 봅니까.

    구들장군님/ 안녕하십니까 ^^ sonnet님 블로그에서 닉네임을 많이 뵈었습니다.
    혹시 모르시겠다면, '저런 짓이 마술 아님'만 기억하시면 됩니다. :D
  • 어부 2008/02/27 21:33 # 답글

    운다인시언님 / 글쎄요. 실험 한 번당 한 번씩만 의사 신세를 졌을 수도 있죠 ^^ 사실 저자는 발바닥을 불에 데고, 액체질소 때문에 치과의사 신세 졌다고 털어놨거든요. ㅋㅋㅋ
  • 시노조스 2008/02/27 21:47 # 답글

    갑자기 생각나는게 모...과학자가 수영하는 방법에 대한 책을 정독하고 나서 바로 물 속으로 뛰어들었다는 일화가 떠오르는군요. -_-
    역시 과학자는 지적이야. (-_-?)
  • 어부 2008/02/27 22:57 # 답글

    뭐, 어차피 해 봐야 하니 가장 효율적인 길을 택하긴 했군요 ^^
  • young026 2008/02/28 19:15 # 답글

    제 책장에 있는 놈은 3판이군요. 저는 일반물리 교양시간을 날림으로 때워서 내용은 다 까먹었습니다만.^^;
  • 어부 2008/02/28 20:55 # 답글

    전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있었는데 지금은 없애 버렸습니다. -.-
  • 겨울고양이 2008/03/05 13:15 # 답글

    죽기전에 꼭 해봐야하는 것들 리스트에 추가.
  • 어부 2008/03/05 14:17 # 답글

    해 보시는 것 자체는 문제가 없는데 시도하시기 전에 곁에 구급 상자를 필히 갖다 놓으셔요.
  • shaind 2014/06/23 13:46 # 답글

    이 라이덴프로스트 현상은 많은 철강엔지니어들을 좌절하게 만들었죠. 핵생성 비등(Nucleate boiling)에서 증기막 비등(Film boiling)으로 전환되는 중간지점에서 발생하는 불안정 상태(온도가 낮을수록 오히려 식는 속도가 빨라지는 구간) 때문에 열간 압연한 강판에 냉각수를 뿌리면 아주 약간의 냉각 불균형만 있어도 강판이 우그러지지 않고는 못배기는 사태가......

    포스코가 80년대말에 가속냉각 강판(담금질 효과로 일반 강판에 비해 강도와 용접성이 우수한)을 생산한답시고 수냉설비 갖다놓고 나서 제대로 된 제품을 생산하는데 한 10년쯤 걸렸다고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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