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2/23 23:22

멸종; 인간에 대한 공포심 Evolutionary theory

  얼마 전까지 살았던 최대 조류에서 자체 트랙백.

  누렁별 님의 질문에는 두 가지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1. 땅 위에 사는 새의 몸무게는 500kg 정도가 한계인 모양이군요.  고래가 최대의 포유류인 것 처럼, 혹시 펭귄같이 바다에 살던 새 중에는 더 크고 무거운 종류가 있지 않았을까 하고 상상해 봅니다.

2. 사람을 처음 봤던 동물들이 방심하다가 사라지는 것은, 사람이 고양이 종류처럼 겉보기에 포식자라는 표시가 안 나서 그런 게 아닐까요. 대형 포유류이긴 하지만 몸집이 호리호리한 편이고, 송곳니나 발톱이 크고 날카로운 편도 아니고. 다른 원숭이 종류를 알던 동물들이라도 사람이 지상 최강의 포식자라는 사실을 금방 눈치채기는 힘들었을 겁니다.



당연히 답도 둘로 나눠야 하는데
 
  일단 제가 우선 추론 가능한 두 번째 의견에 답을 해 보겠습니다.  사람이 많은 동물을 멸종시키는 데 포식자 같은 외관이 중요한지는 제가 지금 바로 결정적인 언급을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지만, 추측만 열거해 보죠.

  일반적으로 포유류나 조류의 경우 (사람도 포함해서) 어떠한 환경 변화에 (사람의 눈에도 보일 정도로) 대응하는 데 적어도 3~5 세대는 걸린다고 합니다. 그 때쯤 돼야 변화에 적응한 유전자가 후손에서 의미 있을 정도로 선택을 받기 시작한다는 얘기죠. 질병에 대한 대응이든지, 아니면 사람에게 호의를 보이든지 공포심을 느끼든지 '변화'가 무엇이건 상관 없습니다.
  구대륙의 대형 포유류/조류들이 아직 멸종하지 않았거나 상당 기간 살아 남은 이유는 보통 인간의 사냥 기술이 한심한 수준이다가 점차 진보했기 때문에 인간에 대해 공포감을 가진 개체가 살아 남는 데 충분한 시간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 하지만 사람이 이 정도의 시간을 안 주는 경우도 많은데, 원래 개체수가 적었거나, 세대 사이의 거리가 긴 - 즉 몸이 커지고 번식률이 낮아진 - 대형 동물들이 주로 희생양이 됩니다.  따라서, 오스트레일리아나 남북 아메리카에서 주로 큰 동물들이 멸종 위기에 처했거나 멸종한 것은 우연이 아니죠.

  하나 더.  사람만이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동물은 아닙니다.  폴리네시아 여러 섬에서 사람이 들어간 후 사람이 사냥 안 한 작은 동물들도 없어진 사례가 많은데(주로 새들의 경우입니다), 원인은 쥐, 개, 그리고 비행기 등에 묻어 들어간 뱀 때문입니다.  전 이 사례를 참고해서, 사람의 독특한 외관 때문에 동물들이 공포심을 갖기 어려워서라는 가설을 지지하지 않는 편입니다.  더 자세히 말하자면, '외관보다는 제가 위에서 언급한 다른 요소들이 중요성이 더 높다'고 생각합니다.

닫아 주셔요 ^^


덧글

  • 꼬깔 2008/02/24 00:54 # 답글

    바닷속에 더 무거운 종류의 새가 살았을 가능성이라 재밌네요. 새가 기본적으로 기낭 구조가 발달하고 함기화를 통해 뼈의 무게를 줄여가는 방법을 택한 것을 생각한다면 바닷속에 살았다 해도 어느정도 한계가 있지 않을까란 생각이 듭니다. 기본적으로 고래는 강건한 우제류와 공통조상을 가졌겠지만요. 현재 펭귄도 새 중에서는 상당한 비만이 아닙니까? :) 개인적으로 새가 1톤을 넘는 것은 무리가 아닐까라고 조심스럽게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2번 째 것에 대한 어부님의 추측은 상당히 일리 있어 보입니다. 이런 쪽으로 어부님은 훌륭한 추리를 하시는 것 같아요. :) 주말 잘 보내시고요.
  • 시노조스 2008/02/24 01:04 # 답글

    최근에 읽었던 글 중에 종의 분화에 관련한 내용이 생각납니다. (눈먼시계공의 내용입니다. 분류학의 챕터에 나왔죠)
    지리적으로 어떤 종을 떼어놓고 오랜 기간이 흐르면 종 분화가 된다는 내용인데. 갑자기 생각난 이유인 즉. 지리적으로 격리된 어떤 세계가 갑자기 합쳐졌을 경우(뭐 대륙의 이동이라던가) 한쪽 종이 갑자기 멸망하는 경우가 아주 잦았겠구나 하고 생각이 듭니다.
  • BigTrain 2008/02/24 21:40 # 답글

    지금 이사오면서 책을 다 박스에 집어넣은지라 찾아볼 수 없는 게 아쉬운데... 더글러스 애덤스의 '마지막 기회'에서 유머러스한 표현이 있었습니다. 뉴질랜드의 카카포를 다룬 부분이었는데...

    ""수염이 달리고 털이 짧은 네 발 달린 녀석이 다가오면 부리나케 도망쳐"라고 말해 줄 조심성이 있는 새가 설령 있었을 지도 모른다."는 이야기였지요. 한 번도 고양이과나 인간들을 본 적이 없는 새들이 외형으로 위협적인 종들을 구분할 능력이 있으리라고는... ^^;

    그들에게 인간은 말 그대로 '털 없는 유인원'일 테니까요. ^^;
  • 어부 2008/02/24 22:40 # 답글

    꼬깔님/ 사실 그 답도 해야 하는데 꼬깔님이 저보다 훨씬 전문이라 남겨 놓은 얘기죠. 새의 골격을 유지하면서 체중이 어디까지 커질 수 있는가를 계산해 보려면 좀 구체적인 수치가 필요한데 제가 그런 자료를 어디서 찾아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
    시노조스님/ 네 말씀 맞습니다. 인도 아대륙이 판게아에서 떨어졌다가 유라시아로 합쳐진 경우인데, 당시에 대멸종이 있었는가는 제가 읽은 일이 없어서 잘 모르겠습니다. 꼬깔님 블로그의 '대멸종'책에 - 혹시 읽으셨다면 - 그런 내용이 있는지요?
    큰기차님/ 섬에서는 그런 일이 없었지만 개나 고양이과를 본 적 있던 동물이 인간을 처음 본 사례가 ... 아, 북아메리카에는 푸마나 재규어 등이 있었으니 해당이 되는군요. 하지만 인간한테 모두 작살(!) 났죠. 인간하고 식육목은 많이 다르니 인간이 식육목하고 좀 닮았다면 공포심을 좀 빨리 습득했을지도 모르긴 합니다. 하지만 인간이 너무 빨리 죽여 버렸기 때문에 외관이 닮았더라도 어느 정도나 공헌을 했을지는 개인적으로 좀 회의적이에요.

  • 누렁별 2008/02/25 02:06 # 답글

    천적의 모습을 보는 순간 죽은 목숨일 가능성이 크므로, 대부분의 경우 가까이에 온 천적을 보고 피한다는 것은 무의미할 수도 있습니다. 쥐들은 야습에 능숙하고, 고양이류는 매복 기습이 전문이죠.
    그리고 섬에 서식하는 새 종류들은 천적이 없었던 경우가 많으므로, 새로이 등장한 포식자들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었겠죠.

    사람이 멸종 동물들과 조우한 뒤에 그들이 적응할 만큼 충분한 시간을 주지 않았던 것이 사람에 의한 멸종의 중요 원인일 거라는 점은 동의합니다만, 제가 "사람이 포식자라는 표시가 안 난다"라고 쓴 이유는, 기록에 남아 있는 멸종된 동물들의 경우 "사람을 보고도 피하지 않아서 가까이 다가가서 몽둥이로 때려잡았다" 이런 식의 언급이 많다는 점입니다. 가령 병아리의 경우 오리 처럼 목이 긴 새를 보고 피하지 않지만 매 처럼 목이 짧은 새를 보는 경우 피하는 행동을 보인다고 하는데, 이처럼 학습이 아니라 본능적으로 포식자를 알아보고 피하는 능력이 멸종된 동물들에게 결여되었을까요? 손으로 땅콩을 주면 받아먹는 다람쥐처럼 우리 주위에서도 야생동물들이 사람이 접근해도 경계하지 않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인간의 '위장된' 외관이 인간에 의한 멸종의 중요 요인일 거라는 얘기는 아닙니다.
  • BigTrain 2008/02/25 06:16 # 답글

    팀 플래너리의 '자연의 빈자리'를 보면 인간도 인간이지만 특히 쥐들과 바퀴벌레들이 섬에 사는 새들을 많이 멸종시켰더군요. 그 중 특히 취약했던 새들이 '땅 위'에다가 둥지를 트는 종류의 새들이었습니다. 개인적이지만 성체보다 알이나 유체들이 취약했을 때 - 사냥하기가 쉽고 DNA를 후대에 못 남겼을 시점에 - 멸종되기가 쉽지 않나 합니다.
  • 어부 2008/02/25 14:00 # 답글

    누렁별님/ 기본적으로 의견이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군요 ^^
    병아리 같은 경우 '목이 짧은 새'를 보고 피하는 것은 목이 짧은 매가 이미 있어서 거기에 적응이 돼 있는 경우입니다. 개별 개체에서 경험으로 인식한 경우(학습)거나, 아니면 유전적으로 매를 피하는 놈이 선택돼서 남았거나(자연선택) 어느 편이든지 '(병아리를 공격하는) 매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전제하게 되죠. 요점은, 이런 사전 선택이 없는 상황에서 목이 짧은 새가 뜨면 숨을 것이냐는 질문에 대답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죠.
    물론 도시에서 사람을 겁내지 않는 동물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만, 도시 사람들이 그 동물들을 공격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람을 겁내는 본능을 잃어버렸거나, 아니면 원래 사람에 대한 공포감이 좀 적은 개체가 들어와서 적응했거나라고 생각합니다. 실제 개가 이런 식으로 사람 주변에서 살 길을 찾다가 가축이 됐다고 합니다.

    큰기차님/ 팀 플래너리의 이름은 들은 적이 있는데 아직 책은 못 읽어보았습니다. 참고할게요.
    쥐가 멸종 원인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고양이/뱀 말고 바퀴벌레도 그럴 수 있습니까? 신기하네요. 땅 위에 둥지 트는 종류들은 원래 둥지를 잃을 확률이 높아서 그렇게 다 적응이 됐는데 - 이로 인한 신기한 현상 하나를 나중에 포스팅 할 예정입니다 - 섬은 포식자가 없으니 방법이 없었을 겁니다.
  • 누렁별 2008/02/25 16:12 # 답글

    학습이든 자연선택이든 회피행동은 천적이 이미 존재할 때의 적응이라는 말씀이시군요. 처음 보는 짐승이 포식자인 것을 감지하고 피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확실히 대답하기 힘들겠습니다. 친절한 설명에 감사드립니다.
  • 어부 2008/02/25 16:46 # 답글

    자연 현상의 '사후 설명'이란 것이 거의 그렇긴 합니다만, 사실 아주 깔끔하게 제가 말한 것처럼 잘 맞아떨어지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만 현재는 일단 천적이 나타난 후에 적응하는 것으로 설명하는 편이 쉽습니다. 무엇이 제대로 잘 안 맞아떨어지는지에 대해서는 나중에 포스팅하겠습니다(참고로, 이것은 천적/피식자 적응 얘기는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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