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2/06 00:23

종교; 공리계의 문제냐 인간이 문제냐 Views by Engineer

  문제는 우리가 인간이기 때문에 발생합니다.에서 어부의 리플에 답을 해 주신데 대한 2차 리플.

  '도킨스의 선전을 무비판적으로 믿는다'는 말이 좀 납득이 가지 않는데요.  이 맥락의 '선전'은 보통 '사실과 어긋나거나 (문맥상) 사실을 왜곡할 수 있는 것을 자신의 이익을 위해 퍼뜨린다'는 뜻으로 사용하지 않습니까? 만들어진 신(The God Delusion)을 읽으셨는지 모르겠습니다만, 그가 말하는 종교(기독교에 한정되지 않습니다. 그가 가장 잘 아는 종교가 기독교고 그의 독자층인 서구 사회에서 가장 보편적인 종교가 기독교기 때문에 기독교 비판에 중심이 가 있을 뿐이죠)에 대한 비판은, 과학의 성과를 겸허하게 인정하는 종교인에게는 해당이 없습니다.  그리고 그가 검증 불가능한 내용을 주장하거나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에 어긋나는 주장을 한 적도 없습니다.  게다가 그런 일은 과학자로서 그의 '개인적인 이익'하고는 아무런 상관도 없습니다.  하지만 도킨스는 그의 동료 중 한 명처럼 "그편(교회 측 사람)의 경력에는 도움이 되지만, 제 경력에는 아무런 도움이 안 됩니다(따라서 교회 측과 토론은 사양합니다)"라는 태도를 취하지 않을 뿐이죠.  그가 어디를 봐서 '선전'을 하고 있다는 말인지 이해할 수 없군요.
  하지만 생물학 쪽에 관심을 갖고 있는 저로서는, 교회의 창조론 설파에 대해서는 진짜 선전이라는 단어가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교회'의 이익을 위해, 검증 안 된 사실을 기준으로 맞다고 주장하며, 객관적인 사실을 가르쳐야 하는 학교에서도 '진화론과 동급으로 창조론을 가르쳐야 한다'고 말하니 말입니다.  
  선전은 교회가 하지 도킨스가 하고 있지 않습니다.

  진정한 상대주의자를 말씀하시는데, 과학 쪽에서는 상대주의자가 있을 수 없습니다.  과학의 본질이 '검증'인데, 일반적인 '상대주의자'는 '내가 믿는 진리가 네게는 진리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 아닙니까?  이 말은, (도킨스를 포함한) 과학자가 보는 진리의 관점과 양립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교회가(특히 대다수의 한국 개신교 교회가) "도킨스의 관점은 교회의 관점에서 '증명'이 불가능하므로 현재 그의 주장이 맞는지는 (교회의 관점에서) 알 수 없다"고 말할까요?  교회가 자신의 주장을 과학과 동급으로 수용되게 하고 싶다면 - 과학적 발견 중 조금이라도 성서의 내용과 부합되는 (그러는 듯한) 내용이 있으면 대대적으로 알리는 것으로 보아 과학이 대중의 신뢰를 얻는 데 효과적이라는 것은 알고 있는 듯합니다만 - '성서를 믿어라' 말고 좀 객관적인 태도를 취해야 할 것입니다.  상당수의 과학인들에게, 저는 바나나님을 믿습니다가 종교인들을 보는 시각인 데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하기야, 객관적으로 된다면 종교가 이미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근본적으로 과학은 '주장을 하는 사람이 증명해야 하는' 체계기 때문에, 증명을 생략하거나 경전에 의존하는 종교는 태생적으로 과학과 양립할 수 없습니다.  

  문제는 우리가 인간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 아닙니다.  도킨스가 (그리고 과학인들이) 관심 있는 문제는, 종교가 '근거 없이' 자신의 관점을 퍼뜨리는(지구상의 상당 지역에서는, 그리고 상당한 시기에서는 자신의 힘이 세다고 생각하고 강요하는) 부분이죠.  솔직하며 감동적인 성공회 사제의 고백에서 보는 사제 같은 분에게는 어떤 과학자들도 반대 의견을 표하지 않습니다. 

  漁夫

덧글

  • 2008/02/06 00:51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어부 2008/02/06 01:11 # 답글

    비공개님/ 네, 감사합니다. 생각하시는 것을 족히 이해할 만 합니다... 만 이미 쓴 글인지라 -.-
  • 길잃은어린양 2008/02/06 13:48 # 답글

    아이고. 하루 정도 쉬고 블로그를 돌아다니며 인사를 하려고 했는데 황송하게도 먼저 왕림해 주셨네요. 감사합니다.
  • 긁적 2008/02/06 14:48 # 답글

    트랙백 드리겠습니다.
  • 어부 2008/02/06 17:00 # 답글

    어린양님, 천천히 올리시압 ^^
  • 慕華 2008/07/20 16:21 # 답글

    왜 저는 이럴 때면 마음이 불편해지는 걸까요..^^;;; 도킨스가 작심하고 도발한 것 같은데요. 다빈치 코드 문제도 그렇지만...전 교회가 이유없이 비난받는다고 생각합니다.
  • 어부 2008/07/20 20:19 #

    도킨스가 전에 썼던 '눈먼 시계공'을 본다면 '작심하고 도발'(전 이렇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만)한 이유가 뭔지 짐작이 가실 겁니다.

    종교가 줄기차게 진화론이나 기타 인간 이성에 도전해 온 역사를 아는 사람이라면 도킨스가 '작심하고 도발'한 데 대해 반대하지는 않을 겁니다. 도킨스 같은 사람들에게는 진짜 이 갈리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겠죠.
  • Frey 2010/02/21 18:22 # 답글

    말씀하신 글이 이 글이었군요. 정말 하나도 변하지 않았네요. 신앙이란 것이 저렇게까지 사람을 맹목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에 놀랐습니다.
  • 漁夫 2010/02/21 18:55 #

    네 맞습니다 ^^;; 달라지지 않았지요...
  • 토린 2015/02/02 10:56 # 삭제 답글

    사실 많은 신자는 과학이 있건 없건 혹은 새로운 사실이 발견되건 간에 어느 시대에서건 똑같은 결론을 도출해 낼 수 있을 겁니다. 과학으로 기존의 사실이 뒤엎어지면 다시 신의 뜻이란 모양의 새로운 포장을 가하고, 기존의 경전을 다시 해석하면 그만이죠. 그렇기에 도킨스의 주장을 '선전'으로 몰고 가거나 과학도 상대주의적으로 바라보는 논리가 오히려 이상하여질게 없어 보이는군요.

    또, 과학도 종교와 같은 일종의 믿음으로 치부해버리는 그분들의 논리에 일정 수긍도 하지만, 그들의 믿음은 맹목적이고 해석 불가능한…. 진실로 진실한 '믿음'이기에 과학과는 동일 선상에서 비교하려는 시도 자체가…. 뭐랄까 자신의 겨자씨도 되지 못한 믿음을 지키기 위한 일종의 발로로 보이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20여 년 정도 종교생활을 했었지만, "신"이란 개념에 대한 논리를 세우면 세울수록 다른 종교들에 대해서도 본의 아니게 보호를 하는 꼴이 돼버리기에 특정 종교와 경전(그것도 유일신)을 근거로 믿는 행위는 너무나도 우스운 꼴이 돼버리더군요.

    암튼 종교의 순기능도 분명 있기에 그다지 신경 안 쓰려고 '노력'은 합니다

    p.s 그러고 보니 진화심리학은 종교도 일종의 적응의 부산물이란 가설을 세우는 점에서 과학이 종교의 영역을 침범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군요. 아, 만일 그게 증명된다 해도 그렇게 되도록 하나님이 만들었다는 식으로 또 포장하면 그만이겠군요(쿨럭)
  • 漁夫 2015/02/03 07:06 #

    음 무려 5년 전의 글에 ^^;;

    종교가 '부산물'일지 진짜 '적응'일지는 아직 그리 분명하지는 않다고 기억합니다. 솔직히 저는 양 편이 다 섞여 있으리라 생각하죠. 왜냐하면 종교를 믿는 사람이 평균적으로 수명이 더 길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지금 '말이 된다'고 생각하진 않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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