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1/22 09:51

왜 개인이 폭력을 행사하지 못하게 되었는가 Views by Engineer

  Self trackback ; 남자; 현대(농경) 사회의 부적응자
  link ; 현대국가의 핵심 

  어부는 이런 글을 쓸 때 자신의 아이디어가 빈곤함을 많이 느끼는데, 부분적으로는 사회 과학 쪽의 기반지식이 전무하기도 하려니와, 이 편은 취미에서도 main이 아니래서 그나마 얼마 없는 아이디어를 논리적으로 풀어 쓰기도 힘들기 때문일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런 인간 심리나 국가 사회의 변화에 대한 내용들을 어부가 알아들을 수 있는 자연과학의 언어로 바꿔 설명하는 교양서를 대가들이 많이 펴내고, 근래의 첨단 화두 중 하나인 진화심리학적 설명을 곁들여 주기 때문이다.
 

  국가가 행사하는 폭력(사형 기타)은 괜찮고 개인이 행사하는 폭력은 당연히 감방에 간다.  어부는 이거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어부의 경험으로 봐도, 최근 10년 간 솔직이 말해서 진지하게 폭력을 행사하고 싶었던 경우가 적어도 세 번 있었는데, 솔직이 억제해야 했던 이유 중 하나가 '감방에 간다'란 거 부정 못 하겠다.  어부만 해도 이랬는데, 다른 사람들도 비슷하리라 생각한다.  국가가 폭력을 독점하지 않고 그대로 놔 두면 수천 명 이상이 사는 사회가 제대로 굴러가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전형적인 현대 국가가 아닌 사례를 보면 된다.

  현재 비(非)국가 사회는 대체로 무리 사회나 부족 사회다.  수천 명 이상인 추장 사회만 해도 사실상 準 국가라고 볼 수 있다.  무리 사회나 부족 사회는  셀프 트랙백한 글에서 다시 베껴오면 부족 사회의 상황이 어떤지 명확하다.


  남아메리카의 야노마뫼 족에 대해서는 특히 연구가 잘 돼 있는데, 남자들의 1/3 정도는 전쟁 또는 살해로 죽습니다놀랍게도 이 사망률은 2차 대전 때 독일 남성의 전체 사망률보다도 높습니다.  이는 거의 모든 수렵-채집 사회의 연구에서도 확인된 점으로, 제리드 다이아몬드는 '총,균,쇠'에서 오세아니아 지역 여인의 말을 이렇게 전합니다; 첫 남편은 엘로피족 침략자에게 죽었어요.  두 번째 남편은 나를 탐내던 다른 남자에게 죽었고, 그 다른 남자가 제 세 번째 남편이 되었어요.  그런데 그 세 번째 남편도 두 번째 남편의 동생이 복수를 한다고 죽여 버렸습니다.... 
 

  현대 사회에서도 전쟁은 [전세계 규모로 볼 때는] 사실 일상적이긴 하다.  하지만 대체로 국가 하나를 기준으로 볼 때는, 적어도 거의 서구화한 국가들에서는 드물다.  일어난다고 해도 한 나라의 남자 1/3이 죽을 정도는 아니고, 미증유의 규모였던 독일-소련 전쟁 때도 그 정도 규모는 아니었다고 안다.  J. 다이아몬드는 같은 책에서 '정당한 평가를 받지는 못하지만 폭력을 독점하는 것도 국가 사회의 중요한 장점이다'라 지적한다.  그에게는 정말 실감 나는 얘기였을 텐데, 뉴기니의 부족 사회에서 일상적인 폭력을 생활하면서 경험했기 때문이다.

  또 다른 경우는 옛날 역사를 검토해 보면 된다.  카이사르(=체자르)의 '갈리아 전쟁기'가 좋은 예다.  카이사르가 갈리아 지방을 로마의 패권 전에 넣기 전에는 대략 100개 정도의 부족으로 나뉘어 치고받고 하며, 특히 라인강 근처에 사는 부족은 자기네 부족이 불리하면 라인강 건너의 게르만족을 끌어들여 '용병'을 사왔다.  물론 '용병'이 결국 주인 행세를 해서 문제였지만.  당시 갈리아 부족은 야노마뫼 족처럼 수백 단위의 마을보다는 훨씬 큰 규모를 이루고 살았으며, 큰 부족은 군대만 수 만 명 규모였다.  그런데도 전쟁이 끊이지 않았으니 이로 인한 인명 피해가 어느 정도였는지는 족히 알 만 하다.  강 건너 게르만 족이라고 사정이 나았을 리가 없다.  이 부분에서 인상 깊었던 구절을 생각나는 대로 옮기자면

  ... 게르만족 사회에서는 다른 사람의 물건(가축 기타)을 훔쳐오는 것이 일상사이다... 사람들이 이웃의 물건을 약탈하러 갔을 때 가담하지 않으면 배반자 취급을 받아서 어디에도 끼지 못한다...

  마지막으로, 일상적인 선진국 국가가 일시적으로 국가의 '통제'가 풀린 사례도 있다.  다들 알 만한 사례인, 한인들이 끔직한 손해를 본 LA 폭동 얘기도 있거니와, 근래 많이들 읽어 보셨을 '만들어진 신'에서 리처드 도킨스는 스티븐 핑커의 입을 통해 캐나다에서 경찰이 파업을 했을 때 일어난 일을 똑똑히 전해 준다.  사람들은 경찰(=국가)이 필요한 때 신을 찾는다고 비꼬는 것도 잊지 않는다. ^^

  링크시킨 sonnet님의 글에서 마지막 문단만 옮기면


  내가 이 글에서 지적하려는 것은 어떤 나라가 무슨 수단을 써서라도 자국 영토 내에서 물리적 폭력을 완전히 독점하는데 실패할 경우, 그 나라는 우리가 알고 있던 정상적인 현대국가로서 더이상 존립하고 기능하기 힘들 것이라는 점이다.

  그 후에 찾아올 세계가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 현실화되는 홉스적 세계일지, 정부군이 민병대 눈치를 살살 보는 레바논 같은 나라일지, 테러조직이나 조직폭력단이 실력행사를 통한 자기주장을 당당히 할 수 있는 사회일지, 이도저도 아니면 지방의 실력자들이 분권적으로 무력을 나눠가지고 통치하는 봉건국가일지 그건 나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평범한 현대국가가 아닐 것임은 확실하다. 




  어부는 시위 진압의 기술적인 문제들에는 경험도 없고, 개인적으로 입장을 밝힐 만큼 잘 알지 못한다.  하지만 하나는 말할 수 있다.  한국의 암흑 시대처럼 정통성을 제대로 인정 못 받는 정권이 위에 앉아 있던 시대는 이제 去했다는 사실이다.  이 상황에서 시위 참가자 외에 다른 사람을 법으로 허용된 범위 외에서 불편하게 하거나 공연한 재산상 손해를 끼치는 시위는 본래의 목적에도 어긋나는 결과밖에 낳지 못한다.
  '국가가 왜 시민에게 폭력을 행사하느냐'는 쪽으로 논의가 가면 21세기 한국에서 본전을 건지기 쉽지 않다는 정도는 어부도 짐작할 수 있다.  폭력 독점이 제대로 잘 굴러가는 현대 국가의 특징 중 하나고, 통제된 폭력 없이는 사회를 구성하는 개인들을 납득시킬 수도 없기 때문이다.

  漁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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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기린아 2008/01/22 10:14 # 답글

    국가가 폭력을 독점하는 것이 좋은건, 아무래도 국가가 행하는 폭력이 감시하기 더 쉽기 때문이겠지요. 동네 호족들이 그 마을안에서 뭘 하는지는 알수도 없지만, 국가가 행사하는 폭력은 티도 나고, 견제도 하기 쉽고.
  • 알렙 2008/01/22 13:31 # 답글

    근데 요새도 화염병 던지고 경찰 공격하는 뭐 그런 폭력 시위하는 사람이 있나요? 있다면 참 그것도...;;;

    근데 이 포스팅은 제가 얼마전에 올린 [복수는 나의 것] 감상문과 은근히 겹치는 부분이 있네요.
  • 어부 2008/01/22 22:20 # 답글

    기린아님/ 통치당하는 사람들 측면에서는 그럴 수도 있겠군요 ^^
    알렙님/ 오, 제목은 본 기억이 나는데 내용까지는 제대로 읽지 못했습니다. 어서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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