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rmi식 문제 해결법

  원래 하루에 한 개 이상 글 안 쓰려고 했는데 오늘은 유달리 포스팅이 많군요.

 

  Enrico Fermi(1901~1954)는 이론 물리학(beta-decay theory)과 실험 물리학(노벨상 수상 업적인 interaction between low-velocity neutron and nuclei를 비롯하여 원자로 건설 등)에서 뛰어난 업적 및 문제 해결 능력으로 이름이 높았습니다.  이 사람은 직관적인 정량적 추산 능력이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뛰어났고 독특한 스타일이 있었죠.




  Richard Rhodes의 '원자폭탄 만들기'에서 인용하면

  그의 정량화에 대한 열정은 타고난 것이었습니다.  그는 사물이 숫자로 표현되어야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것 같았어요.... 그의 엄지 손가락은 항상 이용할 수 있는 자였습니다.  한 쪽 눈에 갖다대어 멀리 나는 새나 비행기의 속도까지 알 수 있었죠. (부인 Laura Fermi)

  페르미는 개략적으로 폭탄의 위력을 결정하기 위하여 실험하였다.
  "폭발 후 40초쯤 지나 폭풍이 내가 있는 곳에 도달하였다.  나는 1.8m 높이에서 조그만 종이 쪽지들을 떨어뜨려 폭풍의 도착 전후와 폭풍 속에서 날려 가는 거리를 측정하였다.  당시에 바람이 불고 있지 않았으므로 폭풍에 의하여 종이가 날아가는 거리를 정확히 측정할 수 있었다.  종이 쪽지들은 약 2.5m 거리에 떨어졌다.  나는 폭탄의 위력이 TNT 1만 톤에 해당한다고 추정하였다."
  "폭탄까지의 거리와 충격파에 의한 공기의 이동거리로부터 폭발 에너지를 계산할 수 있었다"고
에밀리오 세그레(1905~84)는 설명하였다.  페르미는 미리 계산해 둔 조견표를 이용하여 즉시 개략적으로 방출된 에너지를 알아낼 수 있었다....

  좀 읽기 귀찮기는 하지만
이 article도.  이 사람의 철학은 'rule of thumb' 계산에서 불가피한 오차가 점점 커지는 일은 드물다는 가정입니다.  어차피 불확실한 것들이 서로를 상쇄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결과 오차는 그다지 크지 않다는 얘기이죠.
  실제 면에서 어디에 적용되었는지 사례를 알기가 어렵긴 합니다만 때때로 직장에서 저도 이런 식으로 계산을 하는데 말도 안 되는 결과를 얻는 적은 의외로 적은 편입니다.  어린양 전하에게 답이 됐는지 모르겠습니다.

漁夫

by 어부 | 2007/12/29 21:15 | Views by Engineer | 트랙백 | 덧글(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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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시노조스 at 2007/12/29 21:40
'봉투 뒷면에 하는 간단한 계산' 이 떠오르는군요. 잠시 책을 뒤적...

'생각하는 프로그래밍'이라는 소프트웨어 공학에 관한 책에 언급된 내용입니다. 매우 간단한 방식의 계산을 이용하여 대략의 결과를 빠르게 내는 것을 공학도의 기본기라고 강조하는군요. ^^ 그나저나 저도 페르미처럼 엄지손가락을 이용한 거리제기 방법 같은걸 익혀봐야겠네요. 재밌겠군요.
Commented by 길 잃은 어린양 at 2007/12/29 21:52
오. 링크하신 글이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원자폭탄 만들기도 한번 더 읽어봐야 겠습니다.
Commented by 어부 at 2007/12/29 22:40
시노조스님/ 오 그런 책이 있었군요. 하지만 요즘은 컴퓨터 시뮬레이션 때문에 저런 식의 문제 해결 방법이 별로 두드러지지 않는 경향이.
페르미의 엄지손가락은 제가 좋아하는 만화 마스터 키튼(http://myhome.naver.com/fischer/Urasawa/Master_KeatonKR.htm) 중 '사막의 카리만'에서 위도를 재는 데 키튼이 사용한 방법과 비슷해 보입니다. 아마 물체가 뭔지 아는 상태에서 시각(view angle)을 엄지 손가락으로 판단하여 거리를 구했겠죠.
어린양님/ 원자폭탄 만들기야말로 이 분야의 고전이죠.
Commented by BigTrain at 2007/12/29 23:49
우어어어... 저같은 문돌이에게는 거의 마법과 같은 경지군요. @.@
Commented by 어부 at 2007/12/30 00:09
너무 그렇게 보지 마셔요. ^^ 가령 축구공 부피를 구하는데 손으로 대충 지름 재서 원주율로 3을 사용하는 식의 방법입니다. 구의 부피 계산 공식인 V=4/3*π*r^3 계산할 때 이렇게 대충 얻은 수치를 사용하면, 원주율 오차와 지름 오차가 대강 상쇄된다는 식입니다. 이거 그렇게 어렵지 않아요.
Commented by francisco at 2007/12/30 00:18
굉장하네요. 그런 계산이 순식간에 된다는 건...
Commented by 어부 at 2007/12/30 00:29
링크 감사하고요, 엠마 팬이시군요. 저도 상당히 좋아하는데 본편 스토리를 너무 빨리 끝내 버려서 아쉬운 드문 케이스입니다. 보통 엿가락 늘이는데요.
각설하고, 아무리 Fermi라 해도 종이조각 날린 길이만으로 머리 속에서 다 한번에 계산은 좀 그랬을 겁니다. 위에 '미리 계산해 놓은 조견표와 대조해서'란 말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저 정도 실험으로 추측했다는 것만 해도 대단하죠.
Commented by Mizar at 2007/12/30 12:54
직관이라는 것도 수많은 경험과 시행착오에 의해 나름대로 정립된 법칙에서 나온 것이겠지요..^^
그러고보니 옛날 어떤 유명한 항공기 설계자는 발생하는 충격파가 꼬리날개를 칠 때 그로 인해 발생하는 공력가열의 온도를 단지 한번 보는 것만으로 거의 정확하게 예측할 정도였다고 하더군요..
세상에는 대단한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Commented by 어부 at 2007/12/30 15:33
직관이 참 재미있는 측면이 있는데, 상당 부분은 말씀처럼 경험과 시행착오에 의거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습니다. Albert Einstein의 직관은 거의 전설적인데, 그 분야에서 경험과 시행착오가 있었을 리가 없으니까요.
Commented by 알렙 at 2007/12/31 14:21
근데 이 사람이 그렇게 일찍 죽은 것도 맨하탄 프로젝트와 관련이 있을라나요? 하긴 위암은 그렇게 방사선과 직접적 연관 관계가 증명된 암은 아니긴 합니다만.
Commented by 어부 at 2007/12/31 18:18
글쎄요... 그런 얘기도 있긴 한데, 전 확신이 안 갑니다. 페르미 본인은 각오하고 있었다고 말한 일은 있다고 합니다만.
이 프로젝트 종사자 중 오래 산 사람도 많아서요.
Commented by Mizar at 2008/01/04 13:25
오래산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야 말로 '라듐온천효과'를 누렸던 것일까요?;
Commented by 어부 at 2008/01/04 23:33
^^ '일찍 죽는 사람'도 있으니 평균 하면 피장파장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결론; 효과는 분명하지 않다.
Commented by 채승병 at 2008/06/11 10:43
오, 이런 글을 써주신 적이 있었군요. 제가 모든 포스팅을 다 읽어본게 아니어서 모르고 있었습니다. 트랙백 남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어부 at 2008/06/11 12:45
아니, 거의 모든 포스팅을 다 보셨다는 말씀이신가요? 감사하다고 절 드려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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