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타인호프님의 이 뉴스를 보니 드는 생각에서 트랙백.
big brother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있는 듯한데, 개인적으로 그렇지 않다고 본다.
지문도 훌륭한 개인 감별 방법이기는 하지만, 이제 이미 '범죄를 저지를 때 지문을 남기지 말아야 한다'는 상식에 속한다. '기본적으로 장갑을 끼는 정도'가 돼 버렸기 때문에, 우발적인 범죄(이것도 충분히 많기는 하다) 말고 사전에 계획한 범죄에서는 지문을 찾기가 어렵다.
DNA 검사법의 장점은
1. 정확성; 이론적으로는 일란성 쌍동이를 제외하면 전세계 누구든지 감별이 가능하다. 오히려 사람의 실수
가 정확성을 제약할 정도다.
2. 분석용 sample; 얻기 쉽고, 극히 소량의 신체 조직으로도 분석이 가능하다. 이것은 PCR이라는 방법을 도
입하면서 가능해졌다. 피나 정액 등은 물론이고, 털을 뽑아서도 모낭 조직 일부로 가능하다. 심지
어는 수십 만 년 지난 네안데르탈 인의 뼈에서도 가능했다.
3. 검사를 속이기가 어려움; 사례가 없지는 않았지만, 나중에 들켰다. 일반적으로 현장을 철저히 조사할 경우
거의 불가능하다.
4. 범죄 현장; 지문을 숨길 수는 있어도 어딘가 가해자의 신체 조직은 남게 돼 있다. 성폭행범의 경우 정액이
남고, 살해 현장에서 가해자의 털이나 피는 남는 경우가 많다. 불이 나서 다 타지 않는다면 말이다.
한 마디로 지문보다는 범죄 수사 용도로서 훨씬 낫다.
나베르 국어사전을 쳐 보면 '[명사] 1 일정한 방침이나 목적에 따라 행위를 제한하거나 제약함. 2 권력으로 언론·경제 활동 따위에 제한을 가하는 일.'이라고 나온다.
기본적으로 이 글에서 관심이 있는 통제의 의미는 행위를 제한/제약할 수 있도록 감시한다는 의미일 텐데, 오웰의 1984년에서 통제 수단으로 쓰는 텔레스크린은 어디든지 나타날 수 있고, 누가 뭘 하는지 감시자에게 실시간으로 영상을 보낼 수 있기 때문에 'omnipresent watching'이 가능했다. DNA 지문이 이런 일이 가능한지 모르겠다. 실시간 판독이 안 될 뿐 아니라, 사람들은 털을 항상 흘리고 다니기 때문에 (이게 범죄 수사용으로는 장점이죠. 현장 부근만 철저히 조사하면 되니까) 누구 것을 어디서 어떻게 찾아 통제한다는지 잘 이해가 안 간다. 오히려 통제 수단으로는 주민등록증(사실 비판받을 소지가 많죠)이나 신용 카드(교통 카드를 포함하여)가 훨~씬 이런 목적으로 적합하다. 민증이나 카드는 온갖 곳에서 찍고 다닐 뿐 아니라, 실시간 추적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아마 거부감 때문에 잘 안 되긴 하겠지만 전국민 DNA DB를 만든다고 해도, 지문 찍는 것 이상 불편할 일이 거의 없다. 머리털 또는 손등의 털(가발 때문에!) 하나만 뽑으면 시료로 충분하다. 아니면 헌혈 하면서 한 방울 정도 기부한다든가. ^^
솔직이, 전국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하냐는 반발은 촛점을 약간 벗어났다고 본다. 정말 그렇다면 경찰은 왜 존재하는가? 경찰의 주된 임무라면 이미 일어난 범죄의 범인을 체포하는 것 말고, 사실은 범죄 예방이 더 중요한데 말이다. 그리고 한 마디만 덧붙이자면, 내가 이 제도를 시행한다고 하면 찬성할 이유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선량한 일반인이 이 방법으로 손해를 입을 이유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漁夫
덧글
현재의 유전자 검사는 개개인의 일부 유전자만 이용하는데, 가령 대장암 유전자 같은 것을 찾아 검사하려고 해도 유전자 하나가 꽤 커서 시간과 돈을 많이 잡아먹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개개인 전체의 genome을 전부 기록해 놓는 것도 아니고, 지문 식으로 개인 식별에 충분한 부분의 정보만 저장할 경우에는 말씀하신 문제점은 없습니다.
그리고, 결혼 등에서 열성 형질이 노출될 경우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염려에서도 저는 약간 생각이 다릅니다. 오히려 모르고 결혼했을 경우에 사후 문제가 더욱 심각하지 않을까요. 미국의 동유럽계 유태인 사이에는 rabbi를 통한 사전 유전 정보 소통이 꽤 널리 시행된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이들에게 흔한 유전병인 Tay-Sachs 때문입니다. 낳아서 '아니다'보다는 차라리 사전에 방지하는 편이 낫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