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 인간에 대해 밝혀내는 것과 현대 사회의 윤리

  간단한 생각에서 트랙백.

  이 글은 기린아님의 Tit-for-Tat과 현대 사회의 도덕에 대한 글에서 시작했습니다.  앞 글들을 참고하시려면 다음 글들을 보시길.

 다소 까다로운 논의가 들어 있어서 보기 귀찮으실 분을 위해 접습니다.



  현재의 좌파들이 많은 경우 과학을 이용해 전통적인 도덕들을 뒤집어 엎었고, 정말 뒷머리 잡히는 순간에 도망가 버렸다면 이것은 '좌파가 과학을 이용했다'고 말해야 마땅하다고 봅니다(당연히 저라면 비난할 겁니다).  (별로 동의 안 하시는) 리처드 도킨스 및 많은 필자들이 종교에 대해 비난하는 사실 중 하나가 '자신들의 구미에 맞는 과학적 발견만 대대적으로 선전한다' 아닌가요. ^^ [ 다행인지 전 좌파가 무엇을 하냐에 별로 관심이 없어서 말입니다......... ]
  인종간 지능 차이는 말씀대로 상당수의 학자들이 수용하지 않습니다만, 만약
Darwinist님이 결론만 말씀하신 것처럼 표본 표준 편차 정도로 지능이 유태인-동양인-백인... (정확한 순서는 약간 틀릴수도 -.-) 순으로 정렬된다고 하더라도 그게 실제의 사회 생활에서 사람의 교육과 경험을 대체할 정도로 중요할까는 의심스럽습니다.  저는 동성애를 선호하는지 여부가 본인의 선택과 무관하다는(유전자 뿐 아니라 출산 순서도 중요하다니까요) 사실을 알기 전에도 동성애를 그다지 차별할 수는 없다고 보고 있었습니다만 인종적 '차별'('구별'이 아니라)은 별로 유쾌하게 생각하지 않는데, 진화의 미래의 저자의 말에 저는 거의 동의합니다. "(악명 높은) '종상 곡선'의 저자의 접근 방식에 나는 혐오를 느낀다.  그들은 각 '인종'사이에 다소의 차이가 있다는 과학적으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에서 출발하여, 그것을 바람직하지 못한 정치적 목적으로 변질시켰기 때문이다." [sigh]
  많은 과학자들이 이런 종류의 주장을 싫어하는 이유는 단지 정치적 함의 때문이 아니라 과연 진짜 IQ 순서가 있다고 해서 그게 어느 정도나 의미가 있는지 불분명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예로 Flynn effect에 의하면 2차 대전 이후 점차 사람들의 IQ가 증가하고 있는데, 그 세대 사람들이 지금 사람들보다 멍청하다고 해석할 사람이 있을까요.  [아, 제가 링크시킨 Flynn effect page에서도 맨 나중에 보면 흑인의 인식능력 test 결과가 hispanic계 백인을 기준으로 했을 때 근래 계속 상승한다는 얘기가 나와 있긴 합니다. ^^]
  과학은 현재 사회에서 어떤 일에 대한 객관적 사실을 상당히 높은 신뢰도로 알려 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현재의 도덕률에 대한 기반을 좌파와 우파 어느 한 편에 대해 (더) 제공한다고 볼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저는 의심하고 있습니다.  지역주의나 인종주의를 합리적으로 비난하고 싶을 때는 사회 연구를 통한 인간 자원 사용의 효율성 개념으로 - 이 말이 좀 비인간적이라 보신다면 '교육권'이나 '인권'등의 말을 동원해도 되겠죠 - 비난하는 편이 훨씬 나으리라 봅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그것을 비난하는 방법이 종교나 전통이라면 올바른 방식도 아니며, 설득력이나 효과도 아닐 듯합니다. [ 물론 종교나 전통에 그리 큰 중요성을 두지 않는 제 개인적인 취향이 개입했기 때문에 객관적인 선택도 아닙니다(웃음) ]

  위 문단의 목적에 효율성 개념이 유효하다 해도, 만능이라고야 할 수 없죠.  '효율성과 공정/평등성(의 균형)에 대한 문제'는 현대 사회에서 항상 딜레마입니다.  Affirmative action도 논란이 많은데, 그에 따른 '역차별'이 항상 따르죠.  이게 과연 효율면에서 더 좋을까요?  가장 잘 굴러가는 국가는 똑똑한 왕이 통치하는 전제 국가라는 말은 많이들 하죠.  물론, 왕이 항상 똑똑하리란 법이 없기 때문에 민주주의가 출현했습니다만 이것도 절대선이라고는 보기 어렵습니다.  ^^  단지 민주주의가 이렇게 대세가 된 이유는, 저는 역사적 이유도 있고 그리고 위험 회피란 관념이 점차 일반인에게까지 전파되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앞으로는요?  물론 100% 예측은 불가능하죠.  잘 모르는 또 다른 정치 체제가 나올지도요.  Affirmative action도 냉소적으로 말해서 어느 정도는 (소외층의 반란으로 인한 사회적 손실을 피하기 위한) 위험 회피가 목적이라고 봐야 할까요?  ^^  어쨌건 현재 저는 민주주의를 지지하는데, 이게 현대 사회에 현실적으로 가장 적당하기(그리고 아마 위험율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지 절대적으로 옳다는 생각은 없습니다.  (ㅎ 대공님의 논리를 차용한 부분이 너무 많아서 보다가 웃으시겠군요. 하하 -.-)
  
  살인에 대한 얘기에서, 저는 민족(이것은 17세기 이후에야 나온 개념인데 여기서 써도 좋을지 모르겠습니다)과 부족간 전쟁에 대해 부정하지 않습니다.  단지 그 당시에는 부족 내의 (사적) 살인이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심각했다는 것만 강조하고 싶습니다.  2차 대전 때 독일 남자들의 사망률보다 작은 단위로 사는 현대의 어느 부족의 (내부) 살인 사망률이 더 높았다는 조사 결과는 유명합니다.  이 상태에서 사회가 커질 경우 제대로 굴러갈 수가 있을까요.  따라서, 집단 내부의 갈등을 어떤 방법으로든지 통제하지 않는 현대 사회는 (국가 이전의 추장 사회까지 포함하여) 존재하지 않습니다(그리고 그 결과에 따라 집단 내부의 살인 사망률은 감소하고, 반면 집단 외부와 충돌할 때 한 번에 많은 사람이 죽는 문제가 생기지만 전체적으로 집단 내부의 사망률이 워낙 많이 감소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는 이득이 많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나중에 기회 되는 대로 여기저기서 긁어모아 포스팅을 하도록 하죠.

  기린아님과 제가 결정적으로 생각이 갈라지는 점은 바로 여기인 듯합니다;

  물론 말은 '구분'이라고 합니다만, 현대사회에서 '구분'과 '차별'의 차이는 없다고 생각되네요. 구분해서 그 개별 그룹에게 서로 다른 무언가를 제시하는 것이 차별이 아니라면, 차별이 존재하기는 하는 걸까요?
 
  구분과 차별을 제가 굳이 구분(!)하는 이유는 이것 때문입니다; 각자 타고난 능력이 다 다릅니다(이것은 인정하십니까?  이것을 유전자의 영향으로 보아 바람직하다고 보건 아니건 - 전 바람직하다고 봅니다만 - 존재합니다).  그리고 타고난 본성을 교육으로 교정하겠다는 얘기는 거의 불가능하거나, 좋게 보더라도 대단히 비효율적이란(또는 순진하다는) 비난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이 상황에서 '교육 차별'이란 개념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같은 교육을 멕인다면, 이것이야말로 모든 사람에 대한 차별이라고 봅니다만.  이란성 쌍동이로 태어난 남녀 유아에게도 장난감을 고르게 하면 남자 아이는 자동차나 권총 등 물건 종류를, 여자 쪽은 인형을 집어든다고 합니다.  둘 다에게 자동차만 주거나 인형만 준다면 과연 바람직할까요?  물론 모든 것을 다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이 가장 좋겠지만, 대체로 경제적 이유 때문에 그러기는 어렵죠.  그렇다면, 서로 다른 점을 가진 사람들에게 서로 관심 가질 확률이 높은 것을 제공하는 편이(이것이 '구분'이라고 제가 말하는 단어입니다) 가장 합리적이며, 저는 그런 논리를 비난할 방법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건전한 구분은 바람직합니다만, 차별은 비경제적인(많은 경우에 불쾌한) 결과를 가져올 겁니다.  이런 정책의 결과로 생길 만한 지위의 차이에 대해 우려하시는데, 요점이 구분이냐 차별이냐에 상관 없이 인간 사회는 유감스럽게도 지위와 서열이 없이는 제대로 돌아가지 않습니다.  사람은 고양이처럼 혼자 돌아다니는 동물이나, 북아메리카의 큰뿔양처럼 무리를 이루고 살더라도 우세한 리더에게 복종하는 성향이 없는 동물이 아닙니다.
  제 의견은, "지위와 서열이란 문제를 만든다고 그것을(인간의 본성 중 하나임) 고치려고 애쓰기보다는, 부작용을 줄이는 방향으로 안전망을 마련하는 편이 훨씬 효율적(!)이다"라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구별은 문제를 완화하지만 차별은 문제를 악화시킵니다.
  
  제 글을 보시다 보면 짐작은 가능하겠지만, '인간도 유전자에 의해 컨트롤 되는 존재다'는 절반만 진실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부정적인 뉘앙스로 사용하셨는데 이것도 저는 다 동의하지는 않습니다. 
  인간의 유전자는 현재 사회에서 인간이 만나는 개개의 상황까지 다 지시할 수는 없으며 그렇게 하지도 않습니다.  사실 유전자가 이 측면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적당한 이성 짝을 만나면 유혹해라(자신의 복제를 위한 지시)'나 '배가 고프면 먹어라(개체를 살려 놓기 위한 지시)', 또는 '자식에게 잘 해 줘라(자신의 사본을 유지해야)' 같은 일반적인 원칙을 본성의 상태로 새겨 놓는 것 뿐입니다. 따라서 유전자의 줄에 매달린 꼭둑각시처럼 인간이 행동한다는 생각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훨씬 더 중요한 점이 있으니, 애초에 그 능력을 가진 유전자가 없으면 사람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도 못한다는 사실입니다.  대략 70대의 IQ를 갖는다고들 하는 침팬지나 고릴라는 수화로는 인간과 꽤 잘 의사 소통을 할 수 있습니다만, 절대로 사람처럼 말을 할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특정 능력을 지닌 유전자는 인간들 사이에서 전혀 예상하기 힘든 방식으로 조합 및 혼합을 일으킵니다(다시 말하건대, 인종 내부 개인간의 유전적 차이는 인종간 차이보다 큽니다).  그리고 지능 자체의 유전학적 비밀의 문은 아직도 요원합니다.  사회 조사에서, 적어도 미국에서는, 연간 소득 4만 $ 이상의 가정에서 태어난 아이들에게는 지능 차이는 거의 없다고 합니다.  만약 돈을 잘 버는 지능에 관련된 유전자가 있다면 4만 $ 이상에서도 부모의 소득에 따른 지능 편차가 나타나야 하겠죠. (웃음 ^^... 그런데 저 기준이 4만 $이라니 좀 너무 높지 않습니까?  4만 $ 이하에서 나타나는 편차는 분명히 자랄 때의 환경에 관련된 문제라고 봐야겠죠.)  개개인의 유전자 조합 때문에 어떤 뛰어난 능력이 나타났다고 해도, J.S.바흐 가문이나 베르누이 가문처럼 1대 이상 유지한 사례가 결코 사회의 대다수를 차지할 정도로 많지는 않습니다.  (설사 그렇다고 해도 환경 때문에 이랬는지 얼마나 구별이 가능할까요?)  요는, 지능과 능력은 그 자체로 100% 대물림하지는 않습니다가능성(또는 감수성; susceptibility)은 충분히 유전합니다만.

  세 줄 요약; 능력이 100% 대물림하지도 않으며, 지능이 어떤 식으로 유전되는지도 알려져 있지도 않으며 앞으로도 안 알려질 수도 있다.  능력 유전의 사례가 있다고 해도 명확히 결론 내기 힘들다.  최소한 아직까지는 개인은 중요하다.

  Matt Ridley의 말처럼, '멋진 신세계'는 본성(유전자)의 지옥이 아니라 양육(방식)의 지옥인 겁니다.  유전자의 작용이 매우 크다는 사실의 언명과 그것이 윤리에 어떻게 장래 관계될 것이냐는, 제 생각으로는 직접적으로 잘 연결되지 않습니다.

漁夫

ps. 임시저장 한 후 다시 썼더니 트랙백이 그냥 핑백으로 바뀌는군요.  ㅈㅈ.

by 어부 | 2007/11/10 15:23 | Evolutionary theory | 트랙백 | 핑백(1)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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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아드소 at 2007/11/10 15:52
진화생물학을 오해하고 있는 분들은 단지 학문의 이름만 가지고 머릿속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닌가 합니다. 그 분야의 책 몇 권만 주의깊게 읽어보아도 자신들의 생각과 전혀 다른 이야기를 펼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을텐데 말이에요 ^^;
Commented by 기린아 at 2007/11/10 23:30
아드소 / 저는 그분들이 진화심리학을 이용해서 사람을 차별하는데 동의한다고 한 적 없는데요^^ 제가 한 말은 그분들이 냉정하게 결과를 적용하는데 실패한거 아니냐, 라는 쪽에 더 가까울텐데요.

@기린아
Commented by 어부 at 2007/11/11 13:13
아드소님; 상당 부분의 오해는 기존 인문학자(자칫하다가는 밥그릇 깨지게 생겼으니) 및 일반인(잘 모르니 당연할 수도 있죠)의 카더라 통신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유전자는 중요하지만, 그런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중요하지는 않습니다.
기린아님; 현재의 사람이란 생물이 생성된 시대와 현대 사회는 판이하게 다르고, 학계에서도 진화심리학이란 분야가 생긴 지 채 30년 정도밖에 안 됐으니 학자들 사이에 아직 의견이 확고하게 정착 안 했다고 무리는 아니죠.
Commented by 아드소 at 2007/11/15 06:58
기린아/ 무얼 냉정하게 적용한다는 말씀이신지 모르겠군요. 제가 이쪽 방면의 책들을 읽고 얻은 결론은 인간의 마음이 백지가 아니라 일정한 경향을 갖고 태어난다는 정도입니다만. 상대적으로 소속 문화에 따라 천차만별로 길들여질 수 있다는 것 또한 추론할 수 있겠지요. 그것마저 진화생물학자들의 탓으로 돌려야 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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