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만들어진 신- ![]() 리처드 도킨스 지음, 이한음 옮김/김영사 |
솔직하며 감동적인 성공회 사제의 고백에서, 그 사제분께서는 이 책을 보셨을까요? ^^
이 분야에 관심 있으신 분들께서는 이 책을 이미 보셨을 테니 제가 더 왈가왈부할 필요는 별로 없을 것이고, 이 책에서 조금 더 철저히 설명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부분만 약간 첨언하기로 하죠.
신 개념이 그리도 보편적인 이유는, 도킨스가 강조한 '순기능의 부산물'로서 갖는 순응주의 외에 '인간은 모든 것을 거래로 파악한다'는 점에 있다고 봅니다. 이 부분은 매트 리들리(Matt Ridley)가 '이타적 유전자(The origin of virtue)'에서 상당히 잘 설명해 놓았기 때문에 도킨스가 간단히 넘어간 느낌도 있지만, 중복 설명이라도 자세히 적어 놓았으면 더 좋았을 텐데요. 터무니없어 보일지 몰라도, 인간의 뇌에는 '(사회적인) 거래'만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부분이 있다고 합니다. 자판기가 동전을 먹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발로 차든지 두드리든지 하면서 '제대로 뱉어내!'하고 한 소리 합니다(상당수는 약간의 효과가 있죠). 그렇게 보편적인 '의인화' 현상의 근원은 모든 것을 사회적인 거래로 파악하려는 인간의 본성 중 하나일 겁니다. '지구가 변덕을 부려서' 생기는(아, 이 부분도 벌써 의인화하고 있군요.... OzTL) 해일이나 지진, 화산 폭발을 신의 분노로 돌리는 성향은 너무나들 익숙하시니 설명할 필요가 없겠죠.
하지만, 도킨스의 의견이 가능할까 싶은 부분이 '개인적인 마음의 평안을 세상의 일상적인 즐거움에서 찾을 수 있다'는 구절입니다. 그 정도로 개인에 대한 확신이 강한 사람은 얼마 없을 뿐더러, 특히 역경에 처했을 때도 그런 확고함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은 더 적을 겁니다. 그러니까 세상을 뜨기 얼마 전 종교에 귀의하는 사람이 그리도 많죠 - 심판 만나기 전 벼락치기! ^^
과학 쪽에서 더 유명한 학자일수록 무신론자가 많은 이유는, 아마 자신에 대한 확신이 강하기 때문일 겁니다. 그렇지 않다면, 과학 쪽에서 그만한 성취를 이룰 수 있었을까요.
저도 기독교 환경에서 커왔기 때문에, 이 책의 출발점인 "그래도 되는 줄 몰랐어요"가 설득력이 꽤 있군요. 도킨스가 종교가 없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점이 너무 순진하다고 생각하는 분들께는, 2000년 전에는 현재 세상을 주도하는 일신교가 전혀 힘이 없었다는 점에서 그렇지만은 않다고 봅니다. 그럴 만한 분위기는 꽤 정착해 있습니다. 찰스 다윈, 아인슈타인, 뉴튼 등 '기폭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당장은 순진하고 어리석어 보이겠지만 이런 돈키호테 성향이 바로 과학의 특징 아니겠습니까.
漁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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