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9/23 02:07

한-일 언어 관계(3) ; 검색 고고학

  한-일 언어 관계(2); 조금만 더 추측해 봅시다의 완결편.

 
  이 페이지의 내용은 상당히 흥미가 깊습니다; http://www.koreandb.net/dictionaries/Viewframe.aspx?id=3019&ser=2 

  영향을 주고받은 관계를 그림으로 표시하면 이렇게쯤;
 
  부여/한조어는 물론 현재 한국어의 근원 조상으로 생각하는 언어입니다(Altaic 언어 설이 현재로는 가장 유력하죠).  한반도에 사람이 산 지는 상당히 오래기 때문에, 삼한의 언어가 꽤 분화했더라도 그렇게 이상하지는 않습니다.  백제 지도층 언어가 고구려어와 가까왔다는 것은, 지도층이 고구려 기원이라니 충분히 그럴 수 있습니다.  고구려어는 없어졌지만 고려의 중세 한국어의 무대가 경주에서 먼 개성으로 오랜 기간 고구려의 영토였음을 감안하면, 중세 한국어는 통일 신라어를 기반으로 고구려어의 영향이 제법 남아 있을 것이라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여기서 어디로 일본어에 미친 영향을 연결해야 할까요?  한국에서 일본으로 이주한 사람들이 꽤 많고, 이주민이 대부분 일본의 지배층을 구성했다는 것을 볼 때 언제 대량 이주가 있었는지 파악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행히 이런 글을 찾을 수가 있었습니다; 고대 한국인의 대량 일본 이민설 긍정.  이 글은 '총, 균, 쇠'의 저자 J. Diamond 교수의 논문에 대한 논평 형식인데, 고대 한국인이 언제 일본으로 대량 이주했는지가 비교적 잘 나와 있습니다.  아마 김미상 님의 추천 도서가 이런 내용 아닌가 합니다.

  대규모 이주는 크게 네 번이 있습니다; 첫째는 중국과 고조선의 대립으로 일어난 전란 때문에 일부 유민이 일본까지 건너가서 야요이 철기 문화의 토대를 만든 것입니다.  이 야요이 문화는 북 큐슈에서 가장 먼저 나타난다는데, 한국에서 건너갔다면 제일 가까운 큐슈에 정착했을 가능성이 높겠죠.  석기 조몽 문화를 이들이 대체했다고 가정하는 데는 아무런 어려움도 없으며(우월한 무기 및 농경 문화) 실제 골격 조사 결과도 이를 지지한다고 합니다.  물론, 이 정도로 대체가 일어났다면 언어도 거의 완전히 바뀌었겠죠.
  삼국 시대에 나머지 세 번이 있는데, 모두 전란기에 일어났습니다.  4~5세기에 고구려와 백제의 전란으로 인한 두 차례의 이주 및 통일 신라 때의 백제 유민 이주가 있는데, 마지막만 빼고는 모두 이주민이 귀족이 되었다고 합니다.  물론 4세기 말인 근초고왕 때의 의도적인 문화 외교 덕에 일본에 한자가 전해진 것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그러면 이 이주들 중 중요한 것은 물론 야요이 문화의 개시와 (사람이 대규모로 바뀐 만큼 언어가 거의 완전히 대체됐다고 생각해도 무방할 겁니다) 삼국 시대 1차(한자 전래), 2차(백제 주민 대규모 유입)일 겁니다.  물론 조몽 문화인들도 한국을 거쳐 처음에 정착했을 가능성이 큰 만큼 언어의 뿌리는 부여/한조어일 가능성이 있습니다만 이 때 고구려어가 주력인 한반도 언어가 지배권을 잡으면서 관계가 더 가까와졌겠죠.  개인적으로는 고구려어와 고일본어의 희미한 일치와, 문법 체계의 비슷함은 이 때부터 시작했다고 보는 편이 가장 합리적이라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이 시기는 삼국 시대 전이므로 제 첫 가설은 시기가 좀 애매한 셈입니다.  최소 BC 1~2만년 전 정도에는 일본에 사람이 살았다고 보는 사람이 많으므로, 이 정도 시간은 부여/한조어에서 조몽 일본어가 완전히 연계가 끊기는 데는 충분합니다.  하지만 고조선 말기의 혼란기 덕에 야요이 문화가 출현한 셈이므로 이 때에는 고구려 지역 사람들과 일본 야요이 문화 사람들 사이에 통역이 필요 없었겠죠?  즉 제 가설은 '조몽 말기 일본어는 고대 한국어와 관계를 상실했다'고 해야 정확할 겁니다.

  일반적으로, 소위 '기초 단어'는 1000년 동안에 대략 20% 남짓 변한다는 것이 언어연대학의 기본 개념입니다.  이 기준으로 볼 때, 일본어가 한반도 언어와 분기된 시점은 대략 2400년 전이므로 기초 단어의 60%(=~0.8*0.8) 정도는 같아야 합니다.  게다가 1400~1600년 전 쯤 대규모 교류가 세 번이나 있었으므로 관계가 더 선명해야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기초 단어 중 같은 것이 거의 없으며, 설사 발견된다고 해도 훨씬 후대에 차용한 것이 많습니다.  관계가 분명한 인도유럽어의 경우와 비교할 때 - 이들은 BC 3000~2500년 부근, 자그마치 4000년 이상 전에 갈라지기 시작했습니다 - 한국어와 일본어의 기초 단어가 거의 공통점이 없다는 것은 연구를 참 어렵게 만들죠.  이를 해결할 방법은 단 한 가지가 있는데, 영향을 준 고구려-백제 지배층 언어가 현재 한국어의 주류가 아니라고 가정하면 됩니다.  그리고 이는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와도 부합합니다.  실제 신라어의 대부분이 고려를 통해 현재 한국어로 이어졌죠.

  그러면 또 다른 의문이 생깁니다; 문법 요소의 많은 유사성을 이런 영향으로만 설명할 수 있을까?  고구려어와 신라어의 기초 단어가 얼마나 달랐기에, 고구려 귀족층에서 기원해 백제의 지도층을 이룬 언어가 영향을 많이 끼친 일본어가 신라어에 기반한 현대 한국어와 기초 단어가 거의 공통점이 없을까?
  백제 지도층 언어가 고구려 귀족층에서 기원했다고 해도, 아마 피지배층 언어와 교류를 계속했을 테니 2~3세기 무렵에는 이미 고구려어와는 상당히 차이가 났을 것입니다.  더군다나 마한어는 진한/변한어와 차이가 컸다고 하니, 기초 단어가 상당히 차이가 벌어졌을 가능성은 더욱 높습니다.  그러면, 여기서 이미 '다른 기초 단어와 비슷한 문법'이 일본으로 넘어갔을까요?

  결정적으로, 백제의 언어 발음에 대한 자료가 지극히 부족하기 때문에 어떤 확정적인 결론도 내릴 수 없는 상태인 것 같습니다.  아쉽게도 한문으로만 글을 기록한 세종 이전 상황 때문에 고대-중세 한국어의 신뢰할 만한 발음이 전해지지 않기 때문이죠.  이런 때는 한문이 표음 문자가 아니라는 점이 참 아쉽습니다.

漁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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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김미상 2007/09/24 10:00 # 답글

    으아악,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정성스런 답변이네요. ^^;;;; 그런데 위 글을 보고 나니 또 다른 의문점이 생기는데요? 조만간 트랙백을 걸기로 하겠습니다. 댓글을 달기엔 좀 길고 복잡해 질 것 같아서.....

    아, 그리고 저의 추천 도서는 김태식 교수의 주장과는 완전 딴판입니다. -_-
  • 어부 2007/09/24 21:33 # 답글

    저도 이것 저것 자료를 뒤져 볼수록 제 근본 전제들이 타당했는지가 의문이 가고 있습니다. -.-
    근데 너무 길어져서 이거...........
  • 초록불 2007/09/24 23:13 # 답글

    고조선이 빠져 있군요. 고조선은 이 문제에 있어 매우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어부 2007/09/24 23:56 # 답글

    사실 제가 링크시킨 글에는 고조선과 한나라의 전쟁으로 인해 발생한 유민이 야요이 문화의 주인공이라고 합니다. ^^ 저 그림은 제가 링크한 글을 약간 재구성한 데 불과하기 때문에 고조선을 넣지 않았습니다만, 사실 연대순으로 엄격하게 배열하려면 고구려어 자리는 고조선어가 차지할 것이며 고구려어는 백제/가야/신라어와 같은 level이겠죠.
    무엇이건 간에 얼치기가 이런 일 하려니까 매우 피곤하며 결과에 객관성도 점차 떨어지고 있습니다. 위키피디어의 야요이 문화 항목을 보다 보니 연대에 대한 제 기본 가정도 그리 확실하지가 않군요. ㅠ.ㅠ 당시 역사에 대해서 잘 아시는 분들께서 바톤을 넘겨받아 주셨으면 좋겠네요.
  • 초록불 2007/09/25 03:35 # 답글

    본래 이 문제를 풀 수 있다면 그건 정말 어마어마한 성과일 겁니다...^^;;

    따라서 우리는 막연하다면 막연하달 추측밖에 할 수가 없는 거죠.

    그리고 이 문제는 역사에 밝은 사람이 아니라 언어학에 밝은 사람이 풀 수 밖에 없는 문제일 겁니다.
  • 어부 2007/09/25 13:31 # 답글

    어이구, 이 늦은 시간에 리플을... ^^
    사실 일본어-한국어 관계를 밝히고 싶을 때 가장 안타까운 것이라면, 위에서 말했듯이 한자가 표음 문자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물론 해독은 더 힘들었겠지만, 한자가 자료로 남아 있는 양이 엄청나니 히타이트 어라든가 Linear letter B가 해독됐듯이 언젠가는 해독됐겠죠. 아니라면 이두식(표음) 표기가 좀 더 널리 쓰였다면 그래도 나을 텐데 말입니다.
    뭐 안 되는 일은 안 된다고 젖혀 놓기로 하고, 기본적으로 언어학상 가정이 사실로 공인받으려면 인도유럽어족이 M.Gimbutas의 Kurgan hypothesis로 뒷받침을 받았듯이 강력한 발굴 결과나 문서상 증거가 있어야 합니다. 이 분야는 고고학이나 역사학의 문제인데, 한-일 언어 관계는 기본적인 것부터 논란거리인데다 고고학/역사학 쪽도 도대체 의견 일치가 없군요. 앞으로 상당 시간 대다수가 합의를 이룰 만한 가능성이 있을지, 제가 얼핏 보기만 한 정도로도 의문입니다. '뽕가는' 발굴 결과가 나온다면 모를까요.
  • 초록불 2007/09/26 00:54 # 답글

    가림토가 발굴되는 일이 생기면 해결이... (먼산)
  • 어부 2007/09/26 10:44 # 답글

    먼산을 같이 보다가 도대체 어떤 넘인가 구글링을 해 봤더니 어처구니 없는 곳이 떠서 링크해 둡니다. ㅠ.ㅠ
  • kane 2007/09/28 14:51 # 답글

    일본에도 황실에서 쓰는 언어가 따로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현대 일본어 뿐 아니라 "일본 지배층이 쓰던 언어"를 포함해서 생각하면, 더 많은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종전선언' 당시 천황이 '황실어'로 선언문을 낭독했고, 일반 시민들은 이를 거의 알아들을 수 없었다고 합니다. 이런 점을 보면, 백제 지배층의 언어가 피지배층의 언어와 상당히 달랐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고, 백제의 영향을 받은 언어는 현대 일본어보다는 '황실어'일 가능성 등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p.s: 저는 이쪽 분야(?)와 전혀 상관이 없는 사람인지라... 이만 도망을... ==3=3)
  • 어부 2007/09/28 20:25 # 답글

    반갑습니다. 아마 파파울프님 얼음집에서 id는 뵌 것 같은데...
    제가 황실어에 대해서 전혀 모르기 때문에 언급 자체가 불가능하군요 ^^
  • 2007/10/17 21:23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어부 2007/10/18 13:09 # 답글

    비공개님/ 지적 감사합니다. 그런 내용이 있다면 진짜 어느 정도나 삼국 사이의 언어 관계가 다를지 참고가 되겠군요. 물론 '얼마나, 무엇이 달랐는지'까지는 알 수 없어 유감입니다만. 시간 되시면 문제의 부분 인용 트랙백 부탁드리겠습니다.
  • 라라람 2008/09/05 13:08 # 삭제 답글

    어부님 안녕하세요. 고구려 일본 기원설을 주장하는 글을 발견했습니다.
    이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http://blog.daum.net/yatakarasu
  • 어부 2008/09/06 17:04 #

    Y 유전자와 미토콘드리아 유전자의 경로 검색에 대한 책이 인류의 이동 경로를 아는 데 흥미로운 통찰을 제공합니다. 두어 개 나와 있지만 제게 아직 없어서, 언어학적 추론과 이 유전학적 추론을 비교해 볼 기회는 없었습니다. 아직은 제가 답해드릴 정도로 잘 알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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