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05월 24일
공생과 기생
trackback; 공생과 기생
게을러서 진화론 관계 글을 안 쓰고 있다가 꼬깔루스님 블로그의 재미있는 만화 한 컷을 보고 적습니다.
트랙백 글에 나온 것처럼 공생의 - 넓은 의미로 생물 사이의 '상호 작용'이죠 - 세 단계를 명확하게 구분하기는 어렵습니다.
1. 거의 아무 관계도 없는 경우(아니 없어 보이는 경우) ; 시냇가에 사는 메기하고 육지 생물만 잡아먹는
올빼미는 외견상 관계가 없어 보입니다. 단 사람은 아직 생물 사이의 복잡한 연쇄 고리를 다 파악하
지 못하고 있다는 데 유의해야 합니다.
초등학생 때 일이 기억나는데, 급우 한 명이 '대기오염이 늘어나면 나라가 망한다'고 했는데 그 때
제시한 인과 관계가 이렇습니다; 사람들이 눈물을 흘리기 때문에 손수건을 많이 산다 - 수요를 못 대
서 차관을 들여와 공장을 짓는다 - 이 빚을 못 갚아서 나라가 망한다. @.@
이 정도는 아니더라도 사람이 결과만 보기에는 꽤나 황당한 연쇄 관계가 입증된 적이 있습니다. 모
리셔스 섬의 도도가 멸종하자 이 섬의 특정 나무들이 더 이상 번식이 불가능해졌다는 사례는 아주 직
접적인 경우지만, 몇 단계를 거치는 훨씬 더 간접적인 사례도 있었는데 제가 기억이 안 나는군요.
이렇기 때문에 생물학자들이 최근의 멸종 사태를 우려합니다.
2. 관계 있는 경우
1) 공생
보통 진화론적으로 보아서 '공생'은 '오랜 관계'에서 출발합니다. 첫 만남이 적대적이냐 아니냐하고
는 별로 상관이 없습니다. 이것은 게임 이론의 견지에서 보아도 합당한데, 상호 작용이 잦아질수록
'배신'이 점점 득이 없어지기 때문이죠. (반복되는 죄수의 딜레마) 특히 관계가 오래면 아래 사례처
럼 서로가 없이는 살지 못하는, 거의 완전한 '상리 공생'이 될 수 있습니다.
가장 유명한 사례는 아마 진핵세포 내 미토콘드리아의 존재일 것입니다. 미토콘드리아는 현재
세포 내 소기관으로 분류되죠. 하지만 미토콘드리아는 자신의 유전자 37개를 갖고 있으며, 세포의
핵과는 전혀 별개로 늘어납니다. 학자들은 수 억 년 전 미토콘드리아가 원핵 세포에 침입했다가
(아마 분명히 질병을 일으켰겠죠) 원핵 세포가 미토콘드리아에게 '적응'하면서 미토콘드리아의 산소
활용 능력을 이용하여 진핵 세포로 바뀌었다고 추론합니다. 엽록소도 자신의 유전자를 갖고 따로
늘어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단, 이미 세포 소기관이 됐다고 하더라도 진핵 세포의 핵 유전자와 미토콘드리아 유전자 사이에
이해 대립이 있습니다. 한 예로 인간의 미토콘드리아는 남성의 몸에 들어가기를 원할 리가 없는데,
성비가 1:1로 대체로 일정하다는 점은 미토콘드리아가 핵 유전자에 이 점에서는 '항복'했다고 보는
편이 타당합니다.
편리 공생을 '서로 있어도 없어도 그만'이라고 정의한다면, 사람이 모르는 점이 많기 때문에 아직
경계선이 불분명하다는 점을 꼭 언급해야 할 것입니다. 집게와 말미잘이 가장 흔히 인용되는데,
사실 집게가 먹을 거 없으면 말미잘을 꿀꺽하시기도 한다네요.
2) 기생
어느 한 생물이 다른 생물을 '빨아 먹기로' 결심했을 때 기생입니다.
사실 크기를 숫자로 땜질하는 생물이 정말 무지하게 많은 만큼, 기생체에 대응하는 큰 생물의 전
략은 정말 치밀하게 진화해 왔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성(sex)도 이 전략 중 하나라고 보는 의견이
지배적이라고 합니다.
크기가 차이가 많이 나는 두 생물이 있고, 작은 쪽이 큰 쪽의 몸을 이용하여 퍼지려고 했을 때 작
은 쪽의 입장에서 보면 세 가지 가능성이 있습니다.
(1) 숙주(host)를 안 죽이는 한도 안에서만 행동한다.
이 정도 되려면 숙주에게 '익숙'해야 합니다. 사람끼리 서로 친하려고 해도 시간이 걸리지 않
습니까? 아주 오래되면 미토콘드리아처럼 되는 거죠.
침팬지 피 속에서는 자주 말라리아 원충이 나타나는데, 침팬지는 이 원충이 있어도 병에 걸리
지 않는다고 합니다. 침팬지가 같은 장소에서 오래 살았기 때문에 서로 타협에 도달했다는 얘
기죠.
(2) 숙주에 병을 일으키되 숙주가 죽기 전에 다른 숙주로 옮겨탄다.
전염병균의 전략인데, 숙주가 얼마나 심하게 아픈가는 기생체가 얼마나 많은 다른 숙주에게
옮겨갈 수 있냐에 달려 있습니다.
한 예를 들어, 최근 서아프리카 지역에서 문제가 되는 라사 열의 유행시 사망률이 최고 50%
나 되기도 하지만 이 병은 전염력이 매우 높기 때문에 안 없어지고 존속할 수 있습니다. 우리
에게 친숙한 홍역의 경우, 사회의 사람 수가 50만 정도 되지 않으면 '감염시킬 사람이 없어서'
유행이 소멸되는 수가 많습니다.
물론 이런 경우도 전염력이 줄거나 소규모 집단에 국한되는 경우 점차 '병의 강도'는 낮아지
게 됩니다. 결국에는 타협에 도달하겠죠.
漁夫
게을러서 진화론 관계 글을 안 쓰고 있다가 꼬깔루스님 블로그의 재미있는 만화 한 컷을 보고 적습니다.
트랙백 글에 나온 것처럼 공생의 - 넓은 의미로 생물 사이의 '상호 작용'이죠 - 세 단계를 명확하게 구분하기는 어렵습니다.
1. 거의 아무 관계도 없는 경우(아니 없어 보이는 경우) ; 시냇가에 사는 메기하고 육지 생물만 잡아먹는
올빼미는 외견상 관계가 없어 보입니다. 단 사람은 아직 생물 사이의 복잡한 연쇄 고리를 다 파악하
지 못하고 있다는 데 유의해야 합니다.
초등학생 때 일이 기억나는데, 급우 한 명이 '대기오염이 늘어나면 나라가 망한다'고 했는데 그 때
제시한 인과 관계가 이렇습니다; 사람들이 눈물을 흘리기 때문에 손수건을 많이 산다 - 수요를 못 대
서 차관을 들여와 공장을 짓는다 - 이 빚을 못 갚아서 나라가 망한다. @.@
이 정도는 아니더라도 사람이 결과만 보기에는 꽤나 황당한 연쇄 관계가 입증된 적이 있습니다. 모
리셔스 섬의 도도가 멸종하자 이 섬의 특정 나무들이 더 이상 번식이 불가능해졌다는 사례는 아주 직
접적인 경우지만, 몇 단계를 거치는 훨씬 더 간접적인 사례도 있었는데 제가 기억이 안 나는군요.
이렇기 때문에 생물학자들이 최근의 멸종 사태를 우려합니다.
2. 관계 있는 경우
1) 공생
보통 진화론적으로 보아서 '공생'은 '오랜 관계'에서 출발합니다. 첫 만남이 적대적이냐 아니냐하고
는 별로 상관이 없습니다. 이것은 게임 이론의 견지에서 보아도 합당한데, 상호 작용이 잦아질수록
'배신'이 점점 득이 없어지기 때문이죠. (반복되는 죄수의 딜레마) 특히 관계가 오래면 아래 사례처
럼 서로가 없이는 살지 못하는, 거의 완전한 '상리 공생'이 될 수 있습니다.
가장 유명한 사례는 아마 진핵세포 내 미토콘드리아의 존재일 것입니다. 미토콘드리아는 현재
세포 내 소기관으로 분류되죠. 하지만 미토콘드리아는 자신의 유전자 37개를 갖고 있으며, 세포의
핵과는 전혀 별개로 늘어납니다. 학자들은 수 억 년 전 미토콘드리아가 원핵 세포에 침입했다가
(아마 분명히 질병을 일으켰겠죠) 원핵 세포가 미토콘드리아에게 '적응'하면서 미토콘드리아의 산소
활용 능력을 이용하여 진핵 세포로 바뀌었다고 추론합니다. 엽록소도 자신의 유전자를 갖고 따로
늘어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단, 이미 세포 소기관이 됐다고 하더라도 진핵 세포의 핵 유전자와 미토콘드리아 유전자 사이에
이해 대립이 있습니다. 한 예로 인간의 미토콘드리아는 남성의 몸에 들어가기를 원할 리가 없는데,
성비가 1:1로 대체로 일정하다는 점은 미토콘드리아가 핵 유전자에 이 점에서는 '항복'했다고 보는
편이 타당합니다.
편리 공생을 '서로 있어도 없어도 그만'이라고 정의한다면, 사람이 모르는 점이 많기 때문에 아직
경계선이 불분명하다는 점을 꼭 언급해야 할 것입니다. 집게와 말미잘이 가장 흔히 인용되는데,
사실 집게가 먹을 거 없으면 말미잘을 꿀꺽하시기도 한다네요.
2) 기생
어느 한 생물이 다른 생물을 '빨아 먹기로' 결심했을 때 기생입니다.
사실 크기를 숫자로 땜질하는 생물이 정말 무지하게 많은 만큼, 기생체에 대응하는 큰 생물의 전
략은 정말 치밀하게 진화해 왔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성(sex)도 이 전략 중 하나라고 보는 의견이
지배적이라고 합니다.
크기가 차이가 많이 나는 두 생물이 있고, 작은 쪽이 큰 쪽의 몸을 이용하여 퍼지려고 했을 때 작
은 쪽의 입장에서 보면 세 가지 가능성이 있습니다.
(1) 숙주(host)를 안 죽이는 한도 안에서만 행동한다.
이 정도 되려면 숙주에게 '익숙'해야 합니다. 사람끼리 서로 친하려고 해도 시간이 걸리지 않
습니까? 아주 오래되면 미토콘드리아처럼 되는 거죠.
침팬지 피 속에서는 자주 말라리아 원충이 나타나는데, 침팬지는 이 원충이 있어도 병에 걸리
지 않는다고 합니다. 침팬지가 같은 장소에서 오래 살았기 때문에 서로 타협에 도달했다는 얘
기죠.
(2) 숙주에 병을 일으키되 숙주가 죽기 전에 다른 숙주로 옮겨탄다.
전염병균의 전략인데, 숙주가 얼마나 심하게 아픈가는 기생체가 얼마나 많은 다른 숙주에게
옮겨갈 수 있냐에 달려 있습니다.
한 예를 들어, 최근 서아프리카 지역에서 문제가 되는 라사 열의 유행시 사망률이 최고 50%
나 되기도 하지만 이 병은 전염력이 매우 높기 때문에 안 없어지고 존속할 수 있습니다. 우리
에게 친숙한 홍역의 경우, 사회의 사람 수가 50만 정도 되지 않으면 '감염시킬 사람이 없어서'
유행이 소멸되는 수가 많습니다.
물론 이런 경우도 전염력이 줄거나 소규모 집단에 국한되는 경우 점차 '병의 강도'는 낮아지
게 됩니다. 결국에는 타협에 도달하겠죠.
漁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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