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품과 유사품; plastic 사출 문제

  특정 기업체 선전용 포스팅이 된 감이 있습니다만 실제 이러니 뭐....

  어디서 애가(집에선 별명삼아 漁童이라 부르죠) 이런 선물을 받아 왔습니다.  '마데' 유사품이었는데 조립 과정에서 이런 점이 눈에 띄더군요.  '특정 기업체'가 왜 전세계적으로 유명해졌나를 한 눈에 알 수 있었습니다.
 
  노란색과 검은색 사이의 경계가 일직선이 아니고 울퉁불퉁하죠.  저 같은 plastic '쟁이'들은 이것을 'burr'라고 부릅니다.  현장에서 직접 기계를 돌리시는 분들은 보통 '바리'라 하는데, burr의 일본식 발음이죠.

  동그라미의 중심에 점 같은 것이 튀어나와 있죠.  이것은 gate라고 부르는데, 왜 그런지는 일단...



  이런 플라스틱 제품은 사출(injection)로 제조합니다.
  사출은 원하는 모양대로 만든 '틀(mold; 보통 업계에서는 金型이라고 부릅니다)'을 2개 붙여 놓고 사이의 빈 공간에 녹은 플라스틱을 쏘아 넣어서 식힌 후 빼내는 방법이죠.  2개를 붙여 놓는 이유는, 만약 틀을 하나로 만들었다고 하면 틀을 부수지 않고 제품을 빼낼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플라스틱이 아니라 금속을 틀에 부을 때는 약간 다릅니다.  금속이 녹는 온도에 견디는 특수한 모래 등으로 틀을 만들고, 금속을 부어 식힌 후 틀을 부수고 나서 금속 표면을 연마하죠.  틀이 모래니까 부셔도 상관없습니다).
  이 경우 1차적으로 신경써야 하는 문제는 이렇습니다.

  1. 녹은 플라스틱이 틀 구석구석까지 다 들어가는가?
      이렇지 못하면 모양이 엉터리로 나오겠죠.

  2. 틀을 붙여 놓은 경계선으로 녹은 플라스틱이 비집고 나오는가?
      이것이 위에서 말한 burr입니다.  플라스틱을 틀로 집어넣을 때 압력이 너무 크든지, 너무 온도가 
      높아서 물처럼 흐를 경우 좁은 틈으로 비집고 나올 수 있습니다.
      
  3. 녹은 플라스틱이 식으면서 수축하기 때문에, 제품들의 크기가 일정하게 나오는가?
      저런 '끼어 맞추는' 장난감이 블록의 크기가 일정하지 못하면 끼어 맞출 수가 없죠.
  
  틀을 만들 때는 이런 것이 주요 고려 사항입니다.

  a. 냉각이 균등하고 빨리 되는가?
      녹은 고온의 플라스틱을 틀 속으로 넣기 때문에 넣은 후 제대로 잘 식히려면 틀 속에 냉각수 관이
     지나가야 합니다.  그런데 관 설계가 잘못돼서 부분적으로 안 식는 곳이 생기면 제품이 변형될 수
     있죠.
      이런 제품 변형을 막기 위해 모든 부분이 다 식기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그런데 이 냉각 과정이 
     10초면 되는 틀과 1분 기다려야 하는 틀은 생산성이 최소 4배 이상 차이가 있겠죠.  따라서 빨리
     냉각이 돼야 합니다.

  b. 제품의 어디로 플라스틱이 들어가야 하나?
       사출 제품들은 보통 좌우 대칭으로 만듭니다.  대칭의 중심 부분으로 플라스틱이 들어가는 경우
     가 가장 많은데, 그래야 좌우로 플라스틱이 흐를 때 저항이 같게 걸리기 때문입니다.
       가장 친숙한 PET 콜라병 바닥을 보면 반투명으로 희게 보이는 점이 있을 겁니다.  여기로 녹은 
     PET가 들어가서 콜라병의 원형을 만들죠.  이 부분을 '들어가는 문'이란 뜻의 'gate'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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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면 저 마데 제품의 사진을 다시

  이런 burr는 사출 온도를 잘못 맞추었거나, 틀(금형)이 후졌거나, 아니면 제품을 만든 뒤 이런 부분 다듬는 뒷손질을 소홀히 했다는 말입니다.  좁은 틈으로 플라스틱이 비집고 나왔으니 꽤 날카로와서, 애들 고사리손을 상하게 할 수 있으니 철저히 없애야죠.


  이 작은 자국이 바로 gate입니다.  여기서 plastic이 들어갔다는 말인데, gate는 필요에 따라 크기를 조절합니다.  제가 위에서 든 예인 콜라병 같은 경우 gate 크기가 크지만(대략 3mm 가량), 가공할 때 점도가 낮은(잘 흐르는) 플라스틱이라면 이렇게 gate 지름을 줄인 'pin-point gate'를 쓸 수 있습니다.  어쨌건 완구 완제품에 이런 게 남으면 애들이 다칠 수 있을 뿐더러, 제품 조립을 방해할 수 있습니다.

  또 한 가지 문제.  gate와 burr를 일일이 제가 다 깎아 줬는데도, 漁童이 이거 조립할 때 안 맞는다고 제게 도움을 몇 번 청하더라고요.  제품들 사이의 수치가 잘 안 맞아서 조립이 힘든 모양입니다.  제가 해 봐도 조립이 어렵습니다.  정품은 이런 일이 전혀 없었거든요(대단한 수치 안정성입니다.  진짜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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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특정 기업체'를 리더스 다이제스트에서 소개한 적이 있는데, (부끄럽게도) "한국에서는 코코랜드란 곳이 꼭 닮은 제품을 내놓았고... " 이런 말이 있었습니다.  지금 코코랜드로 검색을 했는데 안 나오는 거 보면 한국제 유사품은(만약 있다면) 지금 이 상표가 아닌 모양입니다.
  마데가 이 조립완구에서 경쟁력을 가지려면 - 최소 어부의 눈에도 괜찮아 보이려면 - 앞으로 좀 시간이 더 걸릴 모양입니다.

漁夫

by 어부 | 2007/05/20 14:51 | Views by Engineer | 트랙백 | 덧글(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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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아트걸 at 2007/05/20 14:56
그 특정기업체 장난감 가격이 상당히 사악하지만, 예전부터 그만한 가치는 있다고 생각했어요.
역시 전문가의 '마데' 비교 설명이 있으니 더욱 납득이 가는군요. ^^;
Commented by 어부 at 2007/05/20 15:15
결국은 기술하고 마무리의 문제지. 뭐 좋은 넘이 가격이 비싼 거야 다 마찬가지니까...
Commented by BigTrain at 2007/05/20 17:47
플라스틱 사출도 겉보기처럼 로우테크 기술은 아니군요. 안정적인 품질 유지는 마데로서도 아직 넘기 어려운 벽인 건가요 ^^;

저 보기 싫은 길게 삐져나온 부분을 burr라고 부른다는 건 오늘 처음 알았네요. 게이트같은 경우는 모형을 통해 익히 접했던 단어였는데. 하여튼 중국이 '세계의 공장'을 넘어서 '세계의 공작소'가 되려면 아직 허들 몇 개는 더 넘어야 될 것 같습니다. ^^
Commented by 어부 at 2007/05/20 18:55
burr에 대해서는 여기를 보시죠; http://en.wikipedia.org/wiki/Burr_%28engineering%29
마데들도 제가 하는 PET병에서는 좋은 기계들을 사와서 무리 없이 만들고 있습니다. 단 그렇게 일반화 안 된 것들에서는 아직 좀 무리인 모양입니다.
여담이지만 제가 조립식 만들던 한 25년 이상 전 시절에는 우리 나라 합동과학이 저런 조악한 사출 품질 때문에 악명이 높았답니다. 하지만 당시 타미야는 너무 비싸서 애들이 맘대로 살 수 있는 대상이 아니었죠. 결국 결론은 아카데미... @.@
Commented by 꼬깔 at 2007/05/20 20:11
흠... 그런 것이었군요. 사실 늘 궁금했던 부분입니다. 어릴적 프라모델의 경우는 이런 것이 정말 많았는데 요즘 애들 것도 싸구려의 경우는 만만치 않더라고요. 특히 말씀처럼 애들에게는 위험할 수도 있는 부분이니 신경을 써야할텐데 말입니다. 주말 잘 보내셨는지요?
Commented by 어부 at 2007/05/20 21:42
불행히도 잠만 자면서.... -.- 저 레고 보니 사소한 차이가 명품 만든다는 카피가 진실입니다.
그런데, 요즘 애들이 프라모델 할 시간이 있는지 의심스럽습니다. 당시 좀 좋은 탱크가 대략 3000~4000원 했는데 지금은 만 몇천 원 정도니 그 동안 물가 상승을 생각해 보면 실제적으로 값이 떨어진 거나 마찬가지죠.
Commented by 우주괴물 at 2007/05/22 14:02
국산 XX사의 블럭제품의 경우 조립하다가 손가락 피나는 경우가 허다 하더라는.. 위 gate 부분이 뾰족하게 나와있어서 다치는거죠.
Commented by 어부 at 2007/05/22 22:35
사소한 차이 같아도 의식 있는 소비자가 보기에는 뭔가 다르죠. ^^
Commented by Dataman at 2007/05/24 21:40
레고 자체에 특허가 거의 남아있지 않는 만큼 유사품 제조는 특별히 부끄러울 일도 아닙니다. 그런 유사품 사이에서 레고를 독보적으로 만드는 게 생산품질 아닐까 싶은 생각이고요. 어째 위의 블럭은 제가 어릴적 있는 대로 물어 뜯은 블럭보다 질감이 나을 게 없어 보일 정도로군요.
Commented by Dataman at 2007/05/24 21:42
덧. 한국산 유사품으로 '옥스포드' (http://www.oxfordtoy.co.kr/) 와 대도실업 (아마 이쪽이 코코블럭 브랜드를 갖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만. http://www.daido.co.kr/jsp/product/study/list.jsp) 이 있습니다. 옥스포드의 경우 블럭의 요철부분 디자인을 약간 바꾼 모양이군요. 레고에서도 일부 사용하는 디자인이긴 하지만요.
Commented by 어부 at 2007/05/24 23:18
제가 한국산 유사품 기사 본 게 거의 20년은 되지 않았나 싶은데 그 때도 특허가 만료되었습니까? 레고가 오래된 상표긴 하니 그럴 수도 있는데 확실히는 잘 모르겠네요.
저 마데 봤을 때 좀 심하긴 하더라고요. ^^
Commented by Dataman at 2007/05/25 12:51
보니까 1988년인가 그렇다고 하더군요.

다만 상표권은 속성상 만료가 없습니다. 그 때문에 레고가 몇몇 특징적인 모양을 상표등록하려다 그것만은 실패했던 모양이더군요.
Commented by 배길수 at 2008/01/08 02:46
전 특정 업체가 반O이인 줄 알았습니다. OTL 하긴 지느러미는 아직도 나오고 있지요(...)
Commented by 어부 at 2008/01/08 08:47
특정 업체 거야 진짜 끝내주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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