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5/02 11:02

사회생물학과 진화심리학에 대한 반감 Evolutionary theory

  Trackback한 Consilience; Real meanings에서도 언급했지만, 진화론적으로 사람의 행동을 연구하는 데 대해서는 반감이 꽤나 심합니다. 

  이 글은 이전에 직접 보아 알고 계시던 분이 제 블로긴 계정 포스팅에 대해 리플로 "어부님의 생각은 기계주의적이며, 인간의 행동을 진화론적으로 환원할 수 없다"고 적어 주신 데 대한 반론입니다.  주변에서 직접 이런 생각을 접하니, 사실 전문가도 아닌 제가 좀 의외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아는 한에서 답을 정직하게 적으려 노력했습니다.
  역시, 일반 인문학도들에게 이 진화론적 사고는 '인간의 자유의지'의 비율을 줄이려는 것으로 보여서 반감을 불러일으킬까요.  갈 길이 멀다는 느낌이 듭니다.  도킨스 공의 "유전자의 전제에 대해 반기를 들 수 있는 유일한 생물이 인간이다"란 것만 해도 인간의 존엄성은 충분한데, 일반인이 이런 인식을 가지려면 도대체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는지...



  저는 유명한 E.윌슨의 책을 아직 읽지 못했습니다. -.-  그리고 사회 생물학에 대한 책은 하나도 읽은 일이 없습니다(여기에 옮기면서 추가; 진화론 관계 교양서야 많이 읽습니다만, 'Blank slate', 그리고 스티븐 핑커 등의 책을 아직 보지 않았습니다. 조만간 보리라 생각은 합니다만).

  동물의(식물이라고 해도 큰 문제는 없지만, '행동'은 보통 동물에게 쓰는 말이니까요) 행동을 진화론적 입장에서 연구할 때, 다음의 사항을 기본적으로 검토해야 합니다.

  0. 어느 동물 종에게, 그 종의 개체들이 일반적으로 보이는 행동이 있는가?
  1. 해당 종 전체에서, 세대에 상관 없이 나타나는 특성인가? (즉 '유전' 되는가죠.)
  2. 그 특정 행동이, 이 동물이 현재 처한 환경에서 생존하는 데 도움이 되는가?
  3. 별로 그렇지 않아 보인다면, 단순히 진화적으로 (즉 조상에서부터) 이어진 특성인가?

  이런 방법으로 목적을 설명할 수 있는 사례는 대단히 많습니다.  모든 동물이 배가 고프면 먹이를 찾는 행동을 하고, 새끼 또는 알을 낳죠.  이런 방식으로, 꿀벌의 엉덩이 춤 등 상당히 복잡해 보이는 행동도 원인을 해명할 수 있습니다.  물론 제가 밑 포스팅에서 설명한, 꿀벌은 왜 호박벌보다 꿀을 더 많이 모으는가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다음 단계는, 위의 네 질문에서 '동물'을 '사람'으로 바꿔 놓는 과정입니다.  '털없는 원숭이'의 저자 D.Morris의 말처럼, 여기서 대단히 저항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러면 왜?  

  (저 동물같은 - 구체적으로 개, 돼지 등 - 녀석, 동물과 사람을 같이 취급해?)

  불행히도, 현존하는 모든 종류의 생물을 비교할 때, 특정 생물이 다른 생물에 비해 특별히 생물학적으로 우월하다는 객관적인 증거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사람은 적어도 생물학적으로는 석기 시대의 잔재를 그대로 짊어지고 살고 있습니다.  적어도, 크로마뇽 인이 등장한 최근 4만 년 동안은 그렇습니다. 

  일단 그렇다고 하고, 사람이란 종이 보여 주는 사람 특유의 행동 양식을 검토할 경우, 위의 질문은

  0. 사람이 일반적으로 보여 주는 행동이 있는가?
  1. 사람에게 그 행동이 세대에 상관 없이 나타나는 특성인가? (즉 '유전' 되는가죠.)
  2. 그 특정 행동이, 사람이 현재 처한 환경에서 생존하는 데 도움이 되는가?
  3. 별로 그렇지 않아 보인다면, 단순히 진화적으로 (즉 조상에서부터) 이어진 특성인가?

  0~2번을 만족하는 행동 중에는 의심의 여지 없이 사람의 사회 생활이 포함됩니다 - 상당히 기묘한 성적 행동도 포함해서요.  '동물의 행동을 진화적으로 해석하는 학문'에서 '동물'을 '사람'으로 바꿔 놓고, 사람의 사회 생활과 그 양식에 대해 연구하는 분야를 '(인간의) 사회 생물학'이라고 부르나요?  만약 그렇다면, 저는 사회 생물학의 존재 이유를 인정합니다.  아니, 인정할 뿐 아니라 흥미를 갖고 지켜보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항상 그럴 수 있을지는 몰라도) 이해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PVC의 재료 특성, 탄성 물리학, 소리의 주파수 특성 등을 몰라도 LP를 들을 수 있습니다.
  양자 역학을 이해하지 않아도 CD를 즐길 수 있습니다.
  상대성 이론을 이해하지 않아도 GPS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진화론과 그 논리에 무관심하거나, 이해하시더라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경우에라도 맛있는 요즘의 소고기 닭고기를 즐길 수 있습니다.  콜리 종 개를 보고 감탄할 수 있고, 치와와를 보시고 귀엽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생각하고 계신 사회 생물학이 정확히 어떤 모습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최소한 '학문적,실제적인 유용성'이 판정 기준인 학문의 세계에서, '환원될 수 없다고 믿습니다'는 제가 보기에 아주 적절한 - 적어도 제가 수긍할 만한 - 대답은 아닌 듯합니다.  믿음이 어떠시건, 사실을 많이 설명하는 유용한 개념과 논리인 한은 아마 그에 상관없이 학문으로 생명력을 갖고 통용될 것입니다.

漁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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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꼬깔 2007/05/02 18:44 # 답글

    음... 잘 읽어보았습니다. 저도 윌슨의 책을 읽어보지 못했습니다. 한번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인간은 뭔가 다르다라고 하는 '선입견'이 존재하는한 말씀처럼 갈길이 멀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월러스 조차도 정신쪽인 부분에서는 망설였다고 하지 않습니까?(맞나?^^) 암튼 제 첫 느낌도 갈 길이 참으로 멀겠구나란 것이었습니다. 모쪼록 남은 저녁 시간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 어부 2007/05/02 21:20 # 답글

    윌슨의 책은 비판도 많이 받았지만, 그 분야의 길을 터 놓은 공로를 무시할 수 없을 것입니다.
    회사 소장님 책장에 Consilience(번역본)가 있는데 제대로 보실 리가 없을 것 같으니 제가 '쌔벼서' 읽어봐야 겠습니다. 하하...
  • BigTrain 2007/05/03 07:28 # 답글

    저도 몇 년 전에 "털 없는 원숭이"를 보다가 이유없는 거부감에 읽기를 그만뒀던 기억이 있습니다.

    과학철학 수업을 듣고 있는데 교수님께서 "인간이 동물과 다르다는 관념에서 점점 탈피하고 있고, 또 그러면 그럴수록 인간의 삶이 행복해지고 있다."는 말씀을 하신 게 기억이 나네요.

    그나저나 저 수업의 영향인지 제가 전공하는 사회학이나 정치학같은 학문이 과연 "과학"이라고 할 수 있을까, 라는 고민중입니다. -_-;
  • 어부 2007/05/03 08:58 # 답글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지 않고는 제대로 된 객관적 사고를 기대하기란 무리겠죠.
    사회학이나 정치학 등에서 인간을 보는 시각과 진화론에서 인간을 보는 시각이 다른데, 제 생각에는 아무래도 'homo sapiens as an animal' 시각이 객관적으로 무장하고 입지를 넓혀 온다는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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