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 유전자'의 5장은 '공격성'이란 제목입니다.
이 장에서 핵심이 되는 개념은 '진화적으로 안정된 전략(evolutionarily stable strategy; ESS)'이라는 개념인데, 도킨스는 이 개념을 '매와 비둘기'의 일화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같은 종에서, '매'는 공격성이 강한 개체, '비둘기'는 공격성이 별로 없는 개체를 뜻하지 실제 매와 비둘기가 아닙니다.
매; 공격적. 비둘기와 만나면 물론 100% 이기지만 같은 매와 만나면 격렬히 싸운다.
비둘기; 비공격적. 매에게는 지지만 직접 싸우지 않기 때문에 부상에 의한 손해는 없다.
얼핏 생각하기에 매가 덕을 볼 것 같지만 매끼리 만나면 이기더라도 부상을 입기 쉬우므로 매가 많을수록 매는 손해를 봅니다. 반면 비둘기는 최소한 부상과 시간 낭비는 덜하기 때문에 매가 많을수록 비둘기가 유리하죠. 어느 편의 개체가 많아지냐는 매와 비둘기라는 두 가지 행동 양식에서 어느 편이 실제적으로 이득을 더 보냐에 달려 있습니다. 이에 따라 매와 비둘기의 비율이 결국 어느 평형에 도달하는데, 이 때는 매와 비둘기의 이득이 같아집니다. 바로 이 점이 진화적으로 안정된 전략입니다.
이 모델링이 게임 이론을 전혀 공부한 일이 없는 어부에게는 좀 시간이 걸리더군요.
수학적으로 일반화해 계산하려면 아래처럼 승패와 득점표를 만들어야 합니다.
편의상 매를 H, 비둘기를 P로 표시하죠. 매가 비둘기를 상대해 이길 가능성은 100%, 매가 매를 상대하거나 비둘기가 비둘기를 상대했을 때는 50%로 간주합니다.

WHP는 H가 P를 상대해 이겨 획득하는 보상이며, lPH는 비둘기가 매를 상대했을 때 손해의 크기입니다.
저는 전부 양수로 표시하기 위해 위 득점표에 minus 부호를 사용했습니다만 일반적으로는 사용하지 않는 편이 알기 쉽습니다. 하지만 H, P 2개의 전략만 있는 system에서는 이 편이 나중에 해석하기 쉽더군요. WHH에 minus가 붙어 있는 이유는, 저는 매끼리 싸웠을 때 얻는 손해(부상과 시간 소모 등)가 이익을 초과한다고 가정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정하기 나름이죠)
매와 비둘기가 각각 받는 보상(reward)을 계산해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물론 R(H)는 매의, R(P)는 비둘기의 보상이죠. XH는 매의 존재 비율, XP는 비둘기의 존재 비율입니다.


여기서 전체 집단의 평균 보상을 계산하면 Raver입니다.

여기서 일반적으로 XH의 2차항 계수가 음수라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매와 비둘기의 정의에서 알 수 있죠.
문제는 1차항인데, WHP가 정의상 보통 크니까 일반적으로 양수로 간주할 수 있죠. 그 경우에도 아래처럼 두 가지 경우가 나올 수 있습니다. 그래프로 표현하면

처음에 정의한 것에 따라 aHH > 0 이므로 오른쪽 그래프는 나올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XH의 정의에 따라 XH는 0에서 1 사이이므로, 예상과 같이 '어딘가에 이 집단 전체의 이득이 최대가 되는 점이 존재한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 최대값을 계산하면

다시 말하자면, 이 값은 '개체들이 집단의 이익을 우선으로 행동한다'고 간주할 때의 이익이죠. 이 수치 이상 전체 집단의 이익은 절대 커질 수가 없습니다. 바로 집단 선택설을 주장한 Wynn-Edwards의 관점에서 얻는 값입니다.
처음으로 되돌아가서, 매와 비둘기의 이익이 같아지는 점은 어디일까요? 사실 이것이 ‘진화적으로 안정된 전략’의관점에서 나타나는 평형점입니다. 왜냐하면, 매와 비둘기의 이익이 다르면 이익인 쪽으로 행동하려는 진화적 압력이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이 결과는 분명히 앞에서 얻은 XH의 평형점과는 다릅니다. 따라서, 집단의 이익이 최대가 되는 점과 개체의 이익이 최대가 되는, 즉 ‘이기적인’ESS의 평형점이 다르게 됩니다. 이 평형점에서 집단 전체의 평균 이익을 계산하면


위의 이익 곡선에서 뻔했지만, 당연히 ESS에서 얻는 평형 이익이 집단 이익 평형점보다는 손해라는 점이 명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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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논의를 일반적으로 생각하느라 기호를 동원했기 때문에 좀 감이 안 오실 겁니다. 실제 수치를 넣어보면 훨씬 구체적으로 되죠. Win Lose H -10 -30 H H 20 -2 P P 10 -4 P
2. 매 vs. 비둘기 ; 매는 20점, 비둘기는 -2점 (비둘기는 아무리 안 싸우더라도 손해는 있게 마련입니다)
3. 비둘기 vs. 비둘기 ; 이긴 쪽이 10, 지면 -4 (둘이 대결하는 데 시간을 더 끌기 때문에 진 쪽의 손해가 매를 상대했을 때보다 큽니다)
각각의 특성 수치가 다 나왔으니까 계산을 해 보면
wHH | 10 | aHH | 20 | |
lHH | 30 | aPP | 7 | |
wHP | 20 | |||
lPH | 2 | |||
wPP | 10 | |||
lPP | 4 | |||
T | 31 | dH | 13 | |
F | 4 | dP | 18 |
Group | ESS | |
xH | 0.065 | 0.419 |
xP | 0.935 | 0.581 |
R(H) | 17.419 | 3.226 |
R(P) | 6.419 | 3.226 |
Raver | 7.129 | 3.226 |
Rdiff | 3.903 |
집단 선택설 쪽에서 계산한 것보다 ESS 쪽 계산이 매의 비율이 현저히 더 높고, 전체 집단의 평점은 예상대로 현저히 낮습니다. 근본적인 이유는 개체의 이기심 때문인데, 매가 현저히 이득을 보는 상황이라 매의 행동 양식이 집단 전체로 퍼져나가기 때문입니다. 이 근저에 어떤 근본 원칙이 있는지 제 포스팅을 보신 분들은 금방 아실 텐데, 그냥 비워 두기로 하죠. ^^
漁夫
덧글
이런 게임 이론의 위력이, 정자와 난자가 크기가 그렇게 달라진 것을 설명하는데도 쓰더라고요. OTL...
제가 좋아하는 'On the origins of war'에는 우리의 철혈 재상과 그 이후의 일에 대해 이렇게 말하더군요; 비스마르크는 아우구스투스나 페리클레스에 비해 훨씬 주목할 만하다. 그 두 사람은 한 번 확장 야망이 실패한 후에 제한 정책을 사용했으나 비스마르크는 그런 일 없이도 같은 방향을 취했기 때문이다... (평화를 유지해 간) 비스마르크의 능력은 높게 평가해야 하는데, 그가 실각하여 후계자들이 의도적으로 그의 정책을 거부한 후에도 유럽에서 다시 전쟁이 일어나는 데 25년이 필요했다.... (그의 후계자들이 취한) 변화가 불가피하지도 않으며 꼭 바람직하지도 않다...
땅덩이 크기, 인구, 국가 경제력 무엇을 보더라도 이 동아시아의 수라장에서 한국은 강대국 하나를 등에 업어야 하고, 지금처럼 가장 멀리 떨어지고 세계 최강국인(당분간은. 아마 제가 살아 있는 동안엔) 미국이 그 나라인 편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간단한 생각을 이해하기가 그렇게들 힘든가 봅니다.
[ 포스팅의 ㅁㄴㅇ;리ㅏㅁ넝라ㅓㅁㄴ아... 얘기 잘 읽었습니다 :-) ]
국가간의 관계도 그렇다는거죠?
음 국가간의 관계에선 불가능할지 몰라도 국내 안에선 철저한 치안관리가 전체 이익의 총합을 늘릴 수도 있겠네요. 멕시코 같이 마약범죄나 살인률이 높은 나라에선 매가 더 유리해서 수가 늘어나다보니 멕시코내 총 이익이 감소하는 거고요?
말씀하신 것처럼 매가 매우 적은 상황에선 매가 되면 이익이라서, 그 행동 양식이 전체로 퍼져 나갑니다. 결국 ESS의 지점에서 멈추죠.
공격적인 수단을 써도 잡혀 들어가지 않는다면 당연히 그 편에 호소하려 드는 게 사람입니다. 멕시코와 미국 남부는 그런 풍토가 꾸준히 남아 있다고 하죠.
이렇게 이론을 수식으로 세우고 한눈에 볼 수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군요.
본격적으로 이 문제에서 처음 '진지하게' 나온 논문입니다. 이것만 해도 제법 복잡합니다 ^^;; https://www.researchgate.net/publication/225845936_The_logic_of_animal_conflict
더불어 이분의 글도 참고하니 조금 어려웠지만 재미있더군요 https://exactitude.tistory.com/9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