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1/24 12:34

[ 책 ] Armada ; by Garret Mattingly 책-역사



 image ; Yes24.

  역사는 항상 흥미 진진한 연구 대상입니다.  인간의 진정한 헌신, 그리고 용기, 지혜 등 본받을 만한 사례도 끝이 없지만, 반대로 배신, 교활함, 사악함과 함께 반복되는 끝없는 어리석음도 잘 알 수 있습니다.  도대체 어쩌면 이렇게 어리석은 행동을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스페인 무적 함대와 영국 해적 선장들의 대결.  보통 골리앗과 다윗의 대결이라고들 얘기하는데, 실상은... 제가 여기서 소개하는 '아르마다'를 보시는 편이 가장 좋으리라 봅니다.

  저자 개럿 매팅리(Garret Mattingly; 1900~62)는 죽을 때 옥스포드 대학의 역사학 교수였다고 하는데, 이 유명한 역사적인 사실을 일반인들을 위하여 정말 흥미진진하게 풀어 해설했습니다.  그는 기본적으로 계속된 신교(protestant)와 구교(catholic)의 대립이 이 대결로 폭발했다는 관점에서 이 책을 썼습니다.
  그의 기술은 엘리자베스 1세의 사촌인 메리 스튜어트 여왕이 사형당하는 데부터 시작합니다.  메리가 스페인의 영국 침략을 막아 주던 결정적인 열쇠였다는 점, 그리고 메리가 죽자 스페인이 영국을 침략하는 데 아무런 거리낌이 없어졌다는 점은 특히 주목할 만 합니다. (메리의 일생에 대해서는 슈테판 츠바이크의 책을 보십시오. 역사적 사실에 충실히 근거했으니 참고가 되실 것입니다)

  골리앗과 다윗의 대결... 이 말은 무적 함대와 영국의 대결에는 맞지 않습니다.  오히려 영국 함대는 좋은 포와 배를 갖추고, 본국 주변에서 싸웠기 때문에 보급 면에서 훨씬 유리했습니다.  그리고 주변 바다를 샅샅이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 편에서도 이점이 있었습니다.  결국 1588년 7월 24일에서 8월 8일까지 벌어진 영국 해협 해전의 마지막 날, 영국 함대의 근접 포격으로 주력함 대부분이 손상을 입은 무적 함대는 북해로 퇴각했고, 스페인에 귀환했을 때는 멀쩡한 선원이 거의 없을 정도로 기아와 갈증, 전염병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스페인에 돌아온 함선도 반 정도는 더 이상 바다로 나갈 수도 없을 정도로 철저한 패배였습니다.

  사실 무적 함대는 네덜란드에 주둔하고 있던 강력한 스페인 육군을 영국으로 수송할 때 수송 선단의 호위 함대 구실을 맡으려 파견되었었는데, 이 작전 자체가 불가능했다는 저자의 주장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이유는, 네덜란드 주둔 스페인 군에서 쓸 수 있는 좋은 항구가 없었으며, 이 때문에 무적 함대가 앞바다에 와서 떠 있더라도 육군을 실은 수송선이 얕은 바다를 순찰하는 네덜란드 해군을 피해 바다로 나가기가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아르마다 배의 홀수(좌초하지 않고 갈 수 있는 최소의 수심)가 네덜란드 해군 배보다 훨씬 컸기 때문에, 네덜란드 해군은 아르마다 선박들에게 방해받을 걱정 없이 바다로 나오는 스페인 육군 수송 선단을 공격할 수 있었다고 하니 정말로 논리에 맞지 않는 작전이었죠.
  그러면 왜 이런 작전을 세웠나?  그 이유는 네덜란드 주둔군 사령관이 - 파르마 공작, 대단히 유능한 장군으로 현대 벨기에의 초석을 세웠다고 평가받습니다 - "모호하게 부풀려 자신의 해군력에 대해 말했기 때문이다".  이 말을 믿고 스페인 왕 펠리페 2세는 계획을 세웠으며, 따라서 아르마다가 영국 함대를 물리쳤더라도 본래의 목적에는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고 저자는 주장합니다.  또 하나 기막힌 것은 스페인 측에서도 영국의 강한 배와 함포를 잘 알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출항 전 스페인 함대의 고위 장교 한 사람이 교황청에서 나온 특사와 '인터뷰'를 했는데, 앞으로 전개될 (아르마다의 패배 이유와) 상황을 놀랄 만큼 잘 예견했던 것입니다. "우리는 기적을 바라면서 항해를 하는 겁니다".....
  지금 돌이켜 보면, 놀랄 만큼 어리석은 행동입니다.  이길 가능성도 별로 없고, 이긴다 하더라도 목적을 달성하지 못할 군사 행동을 도대체 왜 했을까요?  총지휘관 중 한 명이 옳은 정보를 주지 않았고, 사령관 펠리페 2세가 이 잘못된 정보에 따라 작전을 세웠기 때문입니다. 

  어쨌거나 아르마다의 패배가 전 유럽에 가져온 영향은 심대했습니다.  프랑스는 구교 국가였지만, 합스부르크 왕가(스페인과 오스트리아)에 대해 대항하는 편이 되어 신교 국가들을 거들기 시작했고, 구교 측은 신교 말살의 꿈을 접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상징적인 승리였지만, 영향은 컸습니다.

  저는 한 권짜리일 때 샀지만, 지금은 1,2권으로 나뉘었습니다.  각권 6500원인데 현재 Yes24에서는 절판일 겁니다.

  漁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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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BigTrain 2007/01/25 20:44 # 답글

    도서관에 있던데, 읽어봐야겠네요. 읽어봐야 알겠지만, 아르마다의 작전을 보면 좀 황당하긴 하더군요.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다가, 폭풍 두들겨 맞고 다 망가지고... 스페인의 패권이 쇠락하는 계기 중 하나가 아닐까 합니다. 여담입니다만, 19세기 초반 영국해군 제독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소설 '혼블로워'를 보면 스페인 해군과 육군이 참 안습입니다. -_-;;;; 라이벌도 아닌 엑스트라 ㅜㅜ

    ps. 배가 물 속에 잠기는 수심은 '홀수'가 아니라 '흘수'지요. ^^; 네덜란드 해군은 저 얕은 수심때문에 가볍고 흘수가 낮은 전열함을 건조할 수밖에 없었고, 이게 나중에 영국-네덜란드 전쟁의 패인 중 하나로 지적받기도 합니다.
  • 어부 2007/01/26 08:41 # 답글

    앗, 지금까지 홀수로 알고 있었는데 흘수입니까? 이론....
    네덜란드에도 수심 깊은 항구가 전혀 없지는 않았다고 알고 있는데(가령 저 책에 등장하는 슬루이즈나 네오포르트[뉴포트라고 불리기도] 등) 교역으로 먹고 사는 나라가 끝까지 대양 전함을 건조하지 않았다면 참 이상한 일이군요.
    사실 저 패배가 실제적으로 당장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지만, 정신적으로는 영향이 컸을 겁니다.

    미국 대학생들에게는 이 책과 레이 황의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은 해(역시 1588년이 주제)'가 필독서라고 합니다. 역시 가지않은 길에서 번역이 나왔는데 도대체 구할 수가 없네요.
  • BigTrain 2007/01/26 15:19 # 답글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은 해'같은 경우는 학교 도서관에서 빌려서 2, 3년 전에 읽었던 기억이 나는군요. 1588년 당시 명나라의 정치, 군사, 학계의 대표적 인물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가에 대해 다룬 책인데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약간 '그 때 동양은 어쩔 수 없었어~' 끼가 있어서 기분이 좀 그렇기도 한 책입니다만. 구하려고 했는데 다들 절판이 됐네요. ㅡㅜ
  • 어부 2007/01/26 17:54 # 답글

    이 책이 정 화하고 상관이 있죠? 제 추측으로는 아무래도 정화가 더 원정을 못 나가게 된 것하고 관련이 있을까 합니다만.
  • BigTrain 2007/01/26 23:17 # 답글

    아, 정화는 아닙니다. 정화는 1400년대 초반 사람이죠. ^^;

    '아무 일도 없었던 해'는 1587년(1년 전이네요. ^^;) 장거정의 뒤를 이은 수보(수상 정도 되죠.) 신시행, 괴팍한 중하위 관료 해서, 왜구와 싸우면서 '기효신서'를 편찬하는 등 명의 군사개혁을 꾀했던 장수 척계광, 유명한 사상가 이탁오의 행적을 다루면서 전체적으로 명조의 개혁 움직임이 좌절되는 순간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저도 읽은 지가 오래되서 자세한 내용은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만...

    정화에 대한 책이라면 영국 해군 잠수함 함장 출신인 개빈 멘지스가 쓴 '1421, 중국 세계를 발견하다'를 추천드립니다. 전문적인 역사가가 아니라 읽기는 읽되 현시점에서 100% 믿지는 말아야 될 책이긴 하지만 "이럴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측면에서나, 책 후반부에 원정대가 좌절하는 원인과 원정대의 성과가 관료들에 의해 묻히게 되는 부분은 참고할 만한 것 같습니다. 이 책에 의하면, 터키의 제독 피리 레이스의 세계지도(15세기의 지도에 남극이 나와있는), 플로리다의 비미니 로드, 중남미의 천문대 등 갖가지 미스터리는 전부 그 당시 명의 정화 원정대가 이뤄낸 일들입니다 ^^ 잠수함 함장 출신이라 그런지, 역사 전공이 아닌 제 입장에선 설득력도 있어 보이긴 하더군요. 사료의 뒷받침이 없으니 믿을 순 없겠지만요 ^^;
  • BigTrain 2007/01/26 23:22 # 답글

    아, "1587, 아무일도 없었던 해"는 양장으로 재출간이 돼 있더군요. 1만 7천5백원으로 조금 비싸긴 합니다만... 내일 영풍 가봐야겠네요. ^^

    http://www.yes24.com/Goods/FTGoodsView.aspx?goodsNo=1415348&CategoryNumber=001001010006003
  • 어부 2007/01/26 23:24 # 답글

    아 제가 정화의 원정 연도가 머리 속에 박혀 있지 않아서 삘짓을 하였군요 OzTL
    근데 19$에 육박하는 가격은 좀 眼濕입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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