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맞추기; 사건의 주변 정황

  이 사건에 대해 여러 가지 말이 많다.

  이글루에서 여러 분들의 글을 읽을 수 있었는데, 트랙백하지 않고 링크만 걸려고 한다.  근간 사정으로 인해 어부에게는 sonnet님처럼 논쟁이 붙더라도 끝까지 피로하지 않고 제 정신을 유지할 기력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페로페로님이나 초록불님과 마찬가지로, 어부는 '석궁 저격' 건에 대해서는 김 전 교수(이하 '그'로 칭한다)에게 절대로 동정하지 않는다.  그가 하는 주장이 맞건 틀리건 간에, 자신의 목적(즉 이익)을 위해 자신과 관계된 사람을 의도적으로 다치게 했다는 점에는 - 까딱 잘못했다가는 진짜 죽일 뻔 했다 - 변화가 없다.  [ 우리가 29만원 아저씨를 결정적으로 비난하는 이유가 뭔가?  결국에는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국가의 군을 동원하였고, 그 과정에서 (거의 확실히, 의도적으로) 사람을 죽게 했다는 얘기로 귀착되지 않나?  규모가 다르지만, 본질은 같다. ] 
 

  그러면 이 일 전에는 그가 어땠고, 학교에서 그에게 왜 재임용을 포기했는지, 그리고 결정적으로는 법정에서 왜 졌는가가 문제일 것이다.

  판결문 중에서 이글루 회원 중 한 분께서 일부를 발췌한 내용은 여기에서 볼 수 있다.  크게 의미 없어 보이는 것을 빼고 어부가 '대외적으로 이건 좀 문제가 생길 수 있겠구나' 싶은 것만 남기면

1993년 ] 원고는 외부연사 강연후 다른 수학과 교수들에게 ‘원로교수들은 학생들이 포기한 사람이다’라는 말을 했다.
1994년 ]
* 정년퇴임하는 교수의 후임자 전공결정을 위한 학과교수회의석상에서 선배이자 원로교수인 정봉화에게 "당신 전공은 학과를 위해서 별로 필요가 없고 만일 대학원 학생을 위한다면 내가 당신 과목을 다 강의할 수 있으니 걱정말라"고 말하고, 이어 원래 있었던 전공과정을 없앨 수 없다는 정봉화의 지적에 ‘말 같지도 않는 말 하지 말아요’라고 대응했다.
* (성적 나열은 생략).. 수학 II과목에 관하여 원고가 출석부에 기재해 둔 학생들의 성적과 학교당국에 제출한 학생들의 성적 사이에 차이가 있다.
*  ... 전공선택인 위상수학 II과목의 수강신청자가 최소수강인원인 10명에 미달되어 폐강 위기를 맞자, 학생인 이경재를 통해 수강신청만 해 놓으면 B학점은 보장할 테니 많이 신청하고, 졸업시험에 출제할 것이니 많이 홍보하라는 말을 했다.
* 위 과목에서 학교 학칙에는 수업의 3분의 2 이상 출석한 학생에게만 성적을 부여하도록 규정되어 있음에도 위 학생들 중 이경재는 위 과목의 수업에 전혀 출석하지 아니하고도 최고점인 A+학점을 부여받았으며, 수학 II과목에 관해 원고가 출석부에 기재하여 둔 학생들의 성적과 학교당국에 제출한 학생들의 성적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
1995 ]
* 4학년 수업시간 중 학생들에게, 입학시험 문제출제 관계자를 지칭하여 '그런 씨팔놈이 어디 있느냐’는 말....

* 수업시간 중 시위(示威)로 인한 소리가 귀에 거슬리자 ... ‘저런 놈들을 총으로 쏴 죽여 버리고 싶다’라는 말...

* 성균관대학교 출신 교수들을 대상으로 ‘그런 사람이 무슨 교수냐’고...
* 1993. 1학기 집합론 수업시간 중에 학생들에게 ‘성대 수학과 대학원생들은 쭉정이들이다’라고 말하였다.
* .. 한 학생에게 '유학을 가서 공부를 할 때도 후진 해석학을 하지 말고 기하학쪽으로 하라’고 말하였다.
* 수업시간 중에는 ‘그 동안 여러분이 배운 것은 모두 필요 없으니 다시 나한테 배워야 한다’라고 말하였다.
* 위 학교 수학과 동아리에서 학생들에게 ‘씨팔놈’, ‘개새끼’라는 욕설을 하였다.
* 교수모임 자리에서 동료교수에게 ‘성대 대학원에 오면 무엇 하나, 취직도 못할텐데’라는 말
* 신임교수로서 부임인사차 방문한 교수 김미경에게 ‘성대 수학과가 망했으면 좋겠다’라고 말

* 1994년 11~12월경까지 사이에 학교 수학과에서 해석학 전공교수를 충원할 계획도 없었으며 교수인사에 관한 사항은 대외비여서 외부에 알려서는 아니됨에도 불구하고 조교인 박한일에게 해석학 교수가 임용될 것이라는 취지의 말을 하였다.

 

  어부가 보더라도, 이게 다 진짜고 외부에 알려질 경우 단순히 '튀는 교수'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그리고 이 재판 주심 판사도 그렇게 생각했던 모양이다.

  물론 이것은 피고 측에서 재판에 쓰기 위해 나열한 증거다.  의심 없이 전부를 인정하기는 곤란하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법정에서 김 전 교수가 이에 대한 반론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과연 이게 상식적으로 있을 만한 일인가?

  주심 판사가 비교적 개인의 생각을 솔직하게 쓴 글(물론 이 글 전체가 얼마나 쓰신 분이 바란 효과를 낼지는 의문을 제기하는 분이 많지만, 그런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을 제외하고 이 사건의 심리 과정만 주목하자)을 보면, 법조인의 시각에서 김 전 교수가 법정에서 자신의 정당성을 주장한 방식이 얼마나 이상했나를 잘 알 수 있다.  한 부분만을 보면

 

  ‘원고는 1996. 3. 1. 이 사건 재임용거부결정이 있었다고 주장하나, 이를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고, 오히려 증거들을 종합하면 1996. 2. 29. 이 사건 재임용거부결정이 있었던 사실이 인정되므로, 원고 주장의 위 일시에 이 사건 재임용거부결정이 있었음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더 나아가 살펴 볼 필요없이 이유 없다’ 이런 식으로 간단하게 사건이 끝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요약하여, "원고 김 전 교수의 주장은 '96/3/1에 재임용거부 결정이 있었다'나, 사실 '96/2/29에 그 결정이 있었다'이므로 원고의 소송은 무효다"라 말하는 것이다.  법의 이런 면을 볼 때면 냉정하고도 무섭다.  '하루 차이가 뭐 그렇게 중요하냐'고 말할지 모르지만 이런 것으로도 법정에서 충분히 질 원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주심 판사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원고 김 전 교수에게 다시 해명할 기회를 주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그는 그 기회를 살리지 못했고, 재판에서 주심 판사를 좀 어이없게 만드는 발언까지 했다. [ 이런 사실 관계들은 공개된 판결문에서 추측이 가능하기 때문에, 어부가 판결문 전문을 보지 않았지만 주심 판사가 아무리 법원 내부 통신망에 올렸다고 하더라도 심각하게 사실을 왜곡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

  이런 상황을 살펴볼 때, 김 전 교수는 "내가 무슨 말을 법정에서 하더라도 내가 옳으니 승소할 거다"라 생각한 모양이다.  게다가 그가 동정표를 받는 주된 이유는 "입시 문제 비리를 지적했다가 짤렸고 법원에서는 학교 편을 들었다"인 듯한데, 그의 실력과 입시 문제 비리 관계 사항은 법원에서 충분히 인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Aegis님말씀처럼, '그 문제는 minor factor였다'.  어부는 '김 전 교수는 무슨 생각으로 변호사도 없이 저런 식으로 법정에서 말했을까?'라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이런 생각을 나만 한 것도 아니다
  도대체 그는 왜 이렇게 어리석은 행동을 했을까?  이것은 그의 평소 성격을 알지 못하고는 해석이 불가능한데, 운 좋게도(?) 얼마 전부터 어부 바로 옆에서 같이 일하게 된 분께서 그에게 교양 수학을 배우셨다.  그 분의 '증언'은

  ... 제가 경험한 바로는 정말 열심히 하는 학생에게는 좋은 성적을 주지만, 그렇지 않고 대강대강 하는 학생들에게는 거의 F가 많았습니다.  그 이유는 "F는 재수강 기회가 있지만, D는 그럴 기회조차 없다" 였어요.  1학년 교양 수학을 원서로 가르칠 정도였으니까, 정말 열심히 가르치셨습니다.  연구실에는 거의 10시까지 남아 있고, 강의 관계 질문으로 찾아가는 학생들에게는 열심히 해 주었죠.... 그 분이 다른 교수들에 의해 쫓겨났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정말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마디로 '트릭'이 전혀 안 통하는 분이셨습니다...

  어부는 그가 어떤 사람인지 대강 감을 잡을 수 있었다.  또 다른 힌트는 여기서 나왔다;

  ... 김씨를 면회하기 위해 사촌동생과 함께 서울 송파경찰서를 찾은 여동생은 "오빠는 성격이 너무 강직해서 탈이다. 어렸을 때부터 수재였고 말 그대로 수학자다.  세상 일도 '1+1=2'가 돼야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동생은 "학교와 싸울 때도 그런 식이었고 이번 소송 건도 '내가 옳으니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었다. 사회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라며 "오빠가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은 것도 사법체계에 대한 불신 때문"이라고 전했다...


  100% 제대로 돌아가는 사회라면 옳은 사람이 100% 이길 거다.  그러나 그런 사회는 지금까지 존재한 적이 없고 아마 앞으로도 그럴 거다.  '1+1=2'를 차분히 친절하게 설명하는 사람과 "이 개**야, 1+1=2도 몰라?"고 말하는 사람을 사회는 똑같이 대우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사법체계를 불신하더라도 그 사람의 문제일 뿐인데, 그 사법체계에 의해 자신의 앞이 판가름나는데도 '내가 말만 하면 다 들어줄 거야'라고 생각해서 일이 잘 될까?
  그의 여동생께서 오빠가 어떤 사람인지 알려 준 냉정한 판단력의 1/10만 그가 갖고 있더라도 이 '게임'을 훨씬 유리하게 이끌 수 있었을 것이다.  한 마디로 김 전 교수는 완벽한 카산드라였다.  개인에게도, 주변 사람들에게도, 그가 속한 사회에게도 모두 불행한 일이다.

漁夫

ps. 이 건과 정확한 비교는 안 되겠지만, Evariste Gallois같은 사람도 있었다.  역사가들은 "Abel은 가난이 죽였고, Gallois는 온 세상의 바보들이 학살하였다"고 하기도 하는데, 그의 생애 이야기를 보면서 그가 좀 더 현명하게 행동했으면 하고 아쉬워하는 사람이 나만은 아닐 거다.  Gallois가 그런 종말을 맞이한 데는 그 자신의 책임도 없다고 할 수 없다.
ps. 2. 개인적으로 꼭 의견을 말해야 한다면, 김 전 교수가 재임용에서 탈락한 원인을 "원래 사교성 없는 행동으로 동료 및 선배 교수들에게 미움을 사서 '그럴듯한 이유가 나오면 가만 안 두겠다'는 상황에서 4학년 전공필수 F학점 문제 같은 방아쇠가 터졌기 때문"이라고 말하겠다.  (학생들의 행동이 문제다 아니다는 일단 접어 두기로 하자.  난 이 상황에 대해 정확한 정보가 없다)

by 어부 | 2007/01/20 01:39 | Critics about news | 트랙백(3) | 덧글(2)

트랙백 주소 : http://fischer.egloos.com/tb/2947347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Tracked from 리벤델의 창고 at 2007/01/20 11:30

제목 : 석궁테러
<?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다른 블로그에서 판결내용 요약본을 봤습니다. 이런 걸 가지고 교수재임용을 거부한다는 것이 말이 안된다는 취지였는데, 제가 보기에는 저러한 내용으로 사실관계가 정리되었다면, 충분히 교수재임용이 거부되겠더군요. 이하 푸른색 글씨는 제 의견입니다. 물론 김교수님이 실제 저런 행동을 하지 않으셨을 수도 있......more

Tracked from 어부의 이것저것; Ju.. at 2007/01/20 12:50

제목 : 그림 맞추기; 사건의 주변 정황 (2)
trackback; 그림 맞추기; 사건의 주변 정황 아래에서 말했듯이 김 전 교수가 교수직에 있을 때의 행동들은 문제를 야기할 소지가 다분했다고 생각한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중징계까지(해직까지는 좀) 받아도 사실상 할 말이 없을 거라고 보는데, 몇 개에 대한 의견은 여기와 거의 같으니 줄이기로 하고, 조직에서 일하는 회사원의 입장에서 말하겠다. 교수라면 학교 조직에서는 핵......more

Tracked from 어부의 이것저것; Ju.. at 2007/10/17 08:59

제목 : 소위 '석궁테러' 사건; 수사 제대로 됐나
그림 맞추기; 사건의 주변 정황과 이 글을 트랙백한 글에서 김명호 교수가 '저지른 사건'에 대해 간략히 언급한 외에, 성대의 재임용 거부의 원인이 무엇일까에 대해 주로 적었다. 근데, 이 기사(http://news.hankooki.com/lpage/society/200709/h2007090518353822000.htm)를 보니 초동 수사가 허술하지 않냐는 의심을 피하기 어렵겠다. 이게 사실일까? 그렇다면......more

Commented by 기불이 at 2007/01/20 07:16
그러니까 제대로 된 변호사가 옆에 있었으면 "그때 그런 일이 있을 때는 아무런 조처가 없다가 시험문제 건이 터진 다음에 징계를 내린 이유가 뭐냐?" 이렇게 추궁할 수도 있었을텐데 말이죠.
Commented by 어부 at 2007/01/20 11:13
사실 저도 학교 측이 열거한 문제들이 주의나 견책 정도 이유는 되지만 꼭 재임용거부 건수가 되어야 하는지는 의문입니다. 그런데 법정에서 저런 주장에 반론 안 펴면 그대로 인정하는 꼴 아닙니까.
국선 변호인만 있었어도 저렇게 판정이 났을까요. 저 패소 결과는 99% 본인 책임이라고 봅니다.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