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0/24 13:03

인도-유럽어; 원어(proto-indo-european)의 text 재현 (2) 고고학

Trackback; 인도-유럽어; 원어(proto-indo-european)의 text 재현 (1)

  좀 더 구체적인 예를 들자.
  만약 한국어가 분열하여 (지금 같아서는 남북한 언어도 이런 식으로 오래 국가가 갈려 있다가는 서로 못 알아듣게 될지도 모르지만, 당분간은 한글이라는 같은 문자 체계를 사용하여 의사 소통을 하므로 결정적으로 분열하기까지는 상당 시간이 더 걸릴 것이다.  여러 사례에서 입증되었듯이, 어떤 언어가 문자 체계를 널리 사용하는 경우 변화가 지연된다) 각 지방 사투리가 각각의 언어로 독립했다고 생각해 보자.  원래 한국어의 텍스트를 보지 않은 상태에서, 이미 다른 언어로 독립한 지방 사투리를 보고 한국어를 재현할 수 있을까?


  가능하다.  100% 신뢰는 할 수 없고, 학자마다 세부가 좀 차는 나겠지만.

  1. 현재 한국어의 사투리를 보면, 각 사투리마다 특이한 발음이 있다.  평안도 사투리에서는 구개음화
     현상(ㄷ을 ㅈ로 많이 발음), 경상도 사투리는 ㅆ→ㅅ, ㅓ→ㅡ로 발음하는 경향이 그것이다.  만약에
     평안도 사투리가 한국어에서 독립된 언어로 분화할 때, 한국어의 ㄷ발음 중 상당수는 ㅈ로 바뀔 것
     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이것을 "동족 언어에서는 특정 음가가 서로 대응한다"고 말한다.  인도-유럽어의 여러 언어들에서
     도 마찬가지 현상을 볼 수 있다.  가령 같은 게르만어 계열인 독일어와 영어 사이에서, thing=ding,
     three=drei, thou(you의 고어)=du 등 영어의 th 발음과 독일어의 d 발음이 대응하는 경우가 많다.
     이 원칙은 언어 사이의 관계를 연구할 때 가장 기초적으로 쓰인다.  언어가 갈라질 때 지방 사투리
     를 서로 못 알아듣게 되어 독립하므로, 어찌 보면 당연한 현상이다.

  2. 각 사투리가 다른 언어로 독립할 때까지는, 사투리더라도 기본적으로 거의 같은 단어를 사용한다.
     이 당연한 말이 왜 중요하냐 하면, 이 점을 추적하면 사투리가 언제 다른 언어로 바뀌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경상도 사투리가 19세기에 한국어에서 독립하여 현재 '경상어'가 됐다고 가정하자.  그러면 경상
     어에서는 20세기에 들어온 컴퓨터, 전화, 자동차 등의 낱말이 한국어와 다를 가능성이 높다.  왜냐
     하면, 언어가 갈라진 후에 생긴 물건의 이름은 새로 만들거나 다른 언어에서 빌려와야(차용) 하는
     데, 이런 이름들이 원래 언어와 같아야 할 이유가 없으니까.  하지만 그 전에 이미 공유하고 있었
     던 단어인 사람의 신체 부분 용어(팔, 다리, 얼굴..), 가족 이름(아버지,어머니,아들,딸 등...) 등은
     발음이 비슷할 가능성이 높다(하지만 항상 같지는 않다.  단어가 완전히 차용되는 일도 있다). 

       이 현상을 일반화하면,

      * 언어가 갈라지기 전에 공유한 단어들은 발음이 서로 비슷할 가능성이 높다. 
         경상어와 한국어의 경우 19세기 이전에 공유하고 있던 것들은 아마 발음이 비슷할 것이다.

      * 갈라진 후에 생긴 단어들은 일반적으로 다를 가능성이 높다.
         경상어와 한국어의 경우 19세기 이후에 쓰게 된 단어들은 다를 수 있다.

       즉, 단어를 잘 추적하면 언어가 갈라진 시기를 알 수 있다.

       명심할 것은 확정적으로 다르거나 같지는 않다는 점이다.  '경상어'와 한국어가 '컴퓨터'라는 같은
     단어를 쓴다고 해도, 이 단어를 반드시 같은 어원에서 물려받지는 않았다는 말이다.  다 아시다시피
     같은 영어 단어에서 차용해 온 것이니까.  하지만, 어원 분별은 할 수 있다.  한국어를 쓰는 사람이나
     언어학자면 컴퓨터란 단어가 원래 한국어가 아니었다는 것은 다 안다.  '빵'의 어원을 찾는 작업은 좀
     더 어렵지만(포르투갈어에서 왔다) 불가능하지는 않다.  어쨌건 대부분 가능하다.  그리고 경상어와
     한국어가 19세기 이전에 공유하고 있던 것이라도 반드시 단어가 같다고 할 수는 없는데, 영어의
     'sheep'이 Proto-Indo-European(PIE)의 '양'인 'owis'와 관계가 없는 것처럼, (같은 언어 또는
     다른 언어에서 빌어온) 차용어나
 새로 만든 단어로 바뀔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어디까
     지나 '같을 가능성이 높을 뿐이다'.     

   3. 사투리는 지역에 따라 다르며, 인접 지역의 언어에 영향을 받는다.
      '경상어'는 일본과 인접하고 계속 교역을 하고 있으므로 단어에 일본어 차용 빈도가 높을 것이다.
      반면 '평안어'는 중국어 차용 빈도가 일본어 차용 빈도보다 훨씬 높을 것이다.
       인접 언어 영향으로는 문장 구조까지는 잘 변하지 않는데, 변하는 경우도 있다.  헝가리어는 인도
      유럽어가 아닌데, 문장 구조는 인도유럽어와 같다.  원래는 아니었는데 주변 언어가 전부 인도유
      럽어라서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런 기초 논리에 따라, 각 언어의 시간에 따른 변화를 역추적하여 학자들은 Proto-Indo-European에서 쓰였던 단어 약 2000개 남짓과 문법을 복구할 수 있었다.  단어 몇 개만 들자면

  양            owis  (라틴어 ovis, 영어는 '암양'이 ewe)
  눈            snoighwos  (영어 snow, 프랑스어 neige..)
  말            ekwon  (영어의 horse하고는 달라짐.  라틴어 equus)
  쥐            mus   (영어 mouse)
  방구 끼다  perd  (영어 fart)
  1             oinos  (영어 one, 이탈리아어 uno...)
  형제         bhrater  (영어 brother)
  그리고      qwe    (라틴어 que)

  인도유럽어는 언어가 140종에 가깝다.  이 언어들에서 뭐가 일치하는지 단어 하나하나의 어원과 발음을 점검해야 하니 그 작업의 방대함을 짐작하고도 남는다. 

  이 재건된 Proto-Indo-European(PIE)에 있는 단어들을 살펴보면

  1. 기후; 눈(snow)을 포함. 즉 PIE는 눈이 내리는 지역에서 쓰였다. 쥐는 주로 유라시아 온대에 분포.
  2. 가축; 소, 양, 말 포함.  말이 중요한데, 말이 처음 가축화된 곳은 BC 4000년 우크라이나기 때문.
  3. 물건; 바퀴가 포함.  그러므로, PIE 사람들은 최소한 바퀴가 발명된 후에 언어가 갈라졌다.
  4. 농업 관계; 작물 이름은 딱 한 개 재현됐으며 그나마 무슨 작물인지 확인 불가능.  쟁기와 가래
                   는 재현됨.

  즉 PIE의 사용자는 유라시아 온대의, 눈이 오는 지역에 살았으며, 가축으로는 소, 양, 말 등을 갖고 있었고, 별로 농업을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것은 참 재미있는 일이다.  전세계 고고학 연구에서 인도-유럽어 정도의 대규모 언어군의 팽창 사례는 인도-유럽어를 포함해도 세 개 뿐인데, 나머지 둘인 아프리카 반투 어족의 팽창과 태평양 오스트로네시아 어족의 팽창은 모두 농경 기술이 기반이었기 때문이다(물론 반투 어족과 오스트로네시아 어족의 원형을 재현하면 농경 관계 단어들이 상당히 많다).  농업을 중심으로 인구가 팽창한 두 어족의 사람들이 수렵 채집민인 주변 사람의 영토로 침입했다는 얘긴데, 농업이 주업이 아니었던 PIE 사람들이 어떻게 주변으로 퍼져 나갈 수 있었는지 희한한 일이다.  더군다나 그 주변에는 이미 농업이 널리 퍼져 있었음이 고고학적으로 입증됐는데도 말이다.

  - to be continu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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