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0월 17일
말은 쉽다(2)
link ; http://article.joins.com/article/article.asp?total_id=2477455
소위 환경 호르몬(정식 명칭은 '내분비계 교란물질'이다)을 우려하는 기사가 여기저기 나오고 있다. 위에 링크시킨 기사도 이 관점에서 논지를 폈다. 거기 플라스틱의 제조 공정 문제를 간단히 언급한 점이 눈에 띄어서 한 마디.
사실 이 분야는 어부가 '정식으로 직업적 권위를 갖고 말할 수 있는' 유일한 분야다 -_- 어부의 경험으로 볼 때, 링크시킨 기사를 읽어 보면 기사 저자가 플라스틱 현장 경험이 있는지 의문이다.
물론 서울 보건대 교수에게까지 플라스틱 현장 경험을 요구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영향력 있는 중앙 일간지에 이런 전문적 내용을 기고할 때, 자신의 전문 분야가 아닌(어부가 보기엔 아무래도 그렇다) 곳에 대해 언급할 때는 귀찮더라도 세부까지 검토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 고분자 반응 완료 후에 고분자 내에 잔류하는 '작은 분자'(고분자 '쟁이'들은 잔류 원료를 '미
반응 모노머[monomer]', 원료가 2~10개 정도 붙어 커진 경우는 '올리고머[oligomer]' 라 부른다)
들이 환경 호르몬 문제를 일으킨다고(아니면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알려진('확인된'이 아님에
주의하자) 고분자는 어부가 아는 한은 PC(polycarbonate)와 PS(polystyrene)의 둘이다.
이 기사는 이 점을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에 "모든 고분자의 '작은 분자'들이 환경호르몬이다"란
오해를 부를 우려가 있다.
cf. PE(polyethylene)나 PVC(polyvinylchloride)에 사용되는 가소제(plasticizer)는 약간 다른
문제이며, 이 기사의 대요에 벗어나므로 여기서는 다루지 않는 편이 좋겠다.
* 이 기사에서 '올리고머 감량'을 위해 추천한 방법은 다음 두 가지다;
- 원료를 끓는 물에 담그기 ; 소위 '추출(extraction)' 공정
- 용매에 녹였다가 재침전시키는 과정 ; 재결정(recrystallization) 후 원심분리(centrifugation)
이 기사는 "가격이 다소 비싸지더라도 제조업체에서 조금만 더 신경을 쓴다면 (즉 위에 적은 두 가지 방법을 적용한다면) 환경 호르몬 문제는 상당 부분 예방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복잡해질 것 같아 결론부터 말하겠다. 대량 생산 공정을 거쳐 식용 용기 포장 용도로 사용하는 범용 플라스틱이라면, 저런 공정을 적용해서 만드느니 차라리 유리병 쓰는 편이 훨씬 경제적일 것이다.
일반인이 가장 자주 접하게 될 식품 포장용 플라스틱 재료라면 아마 다음일 것이다;
PE(폴리에틸렌) ; 클린랩 생각하시면.
PP(폴리프로필렌) ; 뿌연 우유병 재료. 요즘은 생수병 용도로도 쓰기 시작.
PS(폴리스티렌) ; 컵라면 포장용기.
PVC(폴리비닐 클로라이드) ; 소위 '비닐'. (요즘은 음식 포장재료로는 사용량이 많이 줄었음)
PET(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 ; 소위 '페트'. 콜라병이나 주스병 용기의 태반.
PC(폴리카보네이트) ; 뜨거운 물을 담을 수 있는 약간 푸른색 투명 용기. 생수 급수대에 거꾸로
뒤집어 놓는 20 liter 생수통이 대부분 PC임.
PA(폴리아미드); 대표적인 것으로는 나일론이 있음. 식품 포장재로는 위에 열거한 것보다
비중이 낮은 편.
이 기사에서 추천한 방법인 '추출'과 '재결정'을 적용할 때 어떤 일이 생길 수 있는지 살펴보자.
먼저 이해해야 할 점은, 플라스틱을 제품으로 만들기 전에 일단 녹여야 하는데, 이 때 올리고머가 가공 온도에 따라서 일정량 생긴다는 것이다. 즉, 제품을 만들기 전에 올리고머 제거 공정을 밟아 봐야, 제품을 만들면서 녹을 때 다시 올리고머가 생기기 때문에 실제적으로 별 효과가 없는 경우가 있다. PET가 대표적인 경우다. 이것이 올리고머 제거 공정을 제약하게 된다.
추출 공정을 적용하려면 사용할 용매(물도 물론 사용 가능)와 고분자 재료의 접촉 면적이 커야 한다. 즉 분말 상태가 가장 바람직한데, 제조 도중에 분말 상태를 거치는 플라스틱은 위에 열거한 것 중 PE, PP, PS가 대표적이다. 그런데 이들은 물에 잘 젖지도 않고(즉 접촉 면적이 크지 않아 올리고머 제거 효율이 낮다), 올리고머가 물에 잘 녹지도 않는다. ^^ 실제 물로 올리고머를 녹여내는 플라스틱은 나일론이 대표적인데, 나일론은 식품 포장재로 많이 쓰지 않는다.
올리고머들은 아세톤이나 기타 유기 용제에는 더 잘 녹지만, 그렇다고 고온에서 대량 쓸 경우(추출 속도를 높이고 용매 사용량을 줄이려면 고온이 불가피) 폭발 가능성이 높은 유기용제를 써야 하나? 그리고 요즘은 VOC(휘발성 유기 화학물) 규제가 심하다. VOC 기피 현상이 가장 잘 나타난 일이 소위 '새집 증후군'이다.
용매에 녹였다가 재침전시키는 과정도 VOC 문제가 걸림돌이긴 마찬가지다. 하루에 수백 톤 나오는 고분자를 용매에 다 녹였다가 재정제하려면 엄청난 양의 용매를 사용해야 하며, 고분자에서 VOC를 완벽하게 제거하기도 매우 힘들다. 결정적으로 이 방법은 완성된 제품에 사용할 수 없다.
어부는 이런 공정을 거쳐 VOC를 함유한 플라스틱으로 식품 포장재를 만들 경우, VOC가 올리고머보다 더 해로울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올리고머는 일반적으로 분자량이 크기 때문에 용기에서 식품으로 확산되는 속도가 느리고 식품에 대한 용해도도 작은데, VOC는 분자량이 작고 식품의 지방 성분에 대한 용해도가 커서 올리고머에 비해 식품 쪽으로 훨씬 빠르게 이동하기 때문이다.
애초에 기사 저자가 말한 것은 '제안'이나 '아이디어' 수준으로는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public agenda' 로는 문제가 매우 많다. 일반 대중의 '환경 호르몬 공포'에 편승하여, 사실을 오해시킬 소지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어부는 저자의 제안은 '조금만 신경을 더 쓰면'이란 말만으로 실현 가능한 공정이 결코 아니라고 단언한다.
漁夫
소위 환경 호르몬(정식 명칭은 '내분비계 교란물질'이다)을 우려하는 기사가 여기저기 나오고 있다. 위에 링크시킨 기사도 이 관점에서 논지를 폈다. 거기 플라스틱의 제조 공정 문제를 간단히 언급한 점이 눈에 띄어서 한 마디.
사실 이 분야는 어부가 '정식으로 직업적 권위를 갖고 말할 수 있는' 유일한 분야다 -_- 어부의 경험으로 볼 때, 링크시킨 기사를 읽어 보면 기사 저자가 플라스틱 현장 경험이 있는지 의문이다.
물론 서울 보건대 교수에게까지 플라스틱 현장 경험을 요구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영향력 있는 중앙 일간지에 이런 전문적 내용을 기고할 때, 자신의 전문 분야가 아닌(어부가 보기엔 아무래도 그렇다) 곳에 대해 언급할 때는 귀찮더라도 세부까지 검토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 고분자 반응 완료 후에 고분자 내에 잔류하는 '작은 분자'(고분자 '쟁이'들은 잔류 원료를 '미
반응 모노머[monomer]', 원료가 2~10개 정도 붙어 커진 경우는 '올리고머[oligomer]' 라 부른다)
들이 환경 호르몬 문제를 일으킨다고(아니면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알려진('확인된'이 아님에
주의하자) 고분자는 어부가 아는 한은 PC(polycarbonate)와 PS(polystyrene)의 둘이다.
이 기사는 이 점을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에 "모든 고분자의 '작은 분자'들이 환경호르몬이다"란
오해를 부를 우려가 있다.
cf. PE(polyethylene)나 PVC(polyvinylchloride)에 사용되는 가소제(plasticizer)는 약간 다른
문제이며, 이 기사의 대요에 벗어나므로 여기서는 다루지 않는 편이 좋겠다.
* 이 기사에서 '올리고머 감량'을 위해 추천한 방법은 다음 두 가지다;
- 원료를 끓는 물에 담그기 ; 소위 '추출(extraction)' 공정
- 용매에 녹였다가 재침전시키는 과정 ; 재결정(recrystallization) 후 원심분리(centrifugation)
이 기사는 "가격이 다소 비싸지더라도 제조업체에서 조금만 더 신경을 쓴다면 (즉 위에 적은 두 가지 방법을 적용한다면) 환경 호르몬 문제는 상당 부분 예방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복잡해질 것 같아 결론부터 말하겠다. 대량 생산 공정을 거쳐 식용 용기 포장 용도로 사용하는 범용 플라스틱이라면, 저런 공정을 적용해서 만드느니 차라리 유리병 쓰는 편이 훨씬 경제적일 것이다.
일반인이 가장 자주 접하게 될 식품 포장용 플라스틱 재료라면 아마 다음일 것이다;
PE(폴리에틸렌) ; 클린랩 생각하시면.
PP(폴리프로필렌) ; 뿌연 우유병 재료. 요즘은 생수병 용도로도 쓰기 시작.
PS(폴리스티렌) ; 컵라면 포장용기.
PVC(폴리비닐 클로라이드) ; 소위 '비닐'. (요즘은 음식 포장재료로는 사용량이 많이 줄었음)
PET(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 ; 소위 '페트'. 콜라병이나 주스병 용기의 태반.
PC(폴리카보네이트) ; 뜨거운 물을 담을 수 있는 약간 푸른색 투명 용기. 생수 급수대에 거꾸로
뒤집어 놓는 20 liter 생수통이 대부분 PC임.
PA(폴리아미드); 대표적인 것으로는 나일론이 있음. 식품 포장재로는 위에 열거한 것보다
비중이 낮은 편.
이 기사에서 추천한 방법인 '추출'과 '재결정'을 적용할 때 어떤 일이 생길 수 있는지 살펴보자.
먼저 이해해야 할 점은, 플라스틱을 제품으로 만들기 전에 일단 녹여야 하는데, 이 때 올리고머가 가공 온도에 따라서 일정량 생긴다는 것이다. 즉, 제품을 만들기 전에 올리고머 제거 공정을 밟아 봐야, 제품을 만들면서 녹을 때 다시 올리고머가 생기기 때문에 실제적으로 별 효과가 없는 경우가 있다. PET가 대표적인 경우다. 이것이 올리고머 제거 공정을 제약하게 된다.
추출 공정을 적용하려면 사용할 용매(물도 물론 사용 가능)와 고분자 재료의 접촉 면적이 커야 한다. 즉 분말 상태가 가장 바람직한데, 제조 도중에 분말 상태를 거치는 플라스틱은 위에 열거한 것 중 PE, PP, PS가 대표적이다. 그런데 이들은 물에 잘 젖지도 않고(즉 접촉 면적이 크지 않아 올리고머 제거 효율이 낮다), 올리고머가 물에 잘 녹지도 않는다. ^^ 실제 물로 올리고머를 녹여내는 플라스틱은 나일론이 대표적인데, 나일론은 식품 포장재로 많이 쓰지 않는다.
올리고머들은 아세톤이나 기타 유기 용제에는 더 잘 녹지만, 그렇다고 고온에서 대량 쓸 경우(추출 속도를 높이고 용매 사용량을 줄이려면 고온이 불가피) 폭발 가능성이 높은 유기용제를 써야 하나? 그리고 요즘은 VOC(휘발성 유기 화학물) 규제가 심하다. VOC 기피 현상이 가장 잘 나타난 일이 소위 '새집 증후군'이다.
용매에 녹였다가 재침전시키는 과정도 VOC 문제가 걸림돌이긴 마찬가지다. 하루에 수백 톤 나오는 고분자를 용매에 다 녹였다가 재정제하려면 엄청난 양의 용매를 사용해야 하며, 고분자에서 VOC를 완벽하게 제거하기도 매우 힘들다. 결정적으로 이 방법은 완성된 제품에 사용할 수 없다.
어부는 이런 공정을 거쳐 VOC를 함유한 플라스틱으로 식품 포장재를 만들 경우, VOC가 올리고머보다 더 해로울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올리고머는 일반적으로 분자량이 크기 때문에 용기에서 식품으로 확산되는 속도가 느리고 식품에 대한 용해도도 작은데, VOC는 분자량이 작고 식품의 지방 성분에 대한 용해도가 커서 올리고머에 비해 식품 쪽으로 훨씬 빠르게 이동하기 때문이다.
애초에 기사 저자가 말한 것은 '제안'이나 '아이디어' 수준으로는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public agenda' 로는 문제가 매우 많다. 일반 대중의 '환경 호르몬 공포'에 편승하여, 사실을 오해시킬 소지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어부는 저자의 제안은 '조금만 신경을 더 쓰면'이란 말만으로 실현 가능한 공정이 결코 아니라고 단언한다.
漁夫
# by | 2006/10/17 10:20 | Views by Engineer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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