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09월 19일
I am 'one-piece' ^^
원문 link ; '저는 원피스여요'
옷이라는 상품이 가격이 어떻게 결정되나 냉정하게 읽어봅시다. 기사에 달린 리플들처럼 '낚시질'이라 생각하지 마시고.
생산하는 상품이 저렇게 변덕스러운 일반인 대상은 아니지만, 그래도 제조업 업체에 근무하는 사람으로서 생각할 게 참 많습니다. 제가 다니는 회사도 한 때 직물 공장을 갖고 있었고, 섬유 연구 분야가 있었기 때문에 이런 생각이 더 드는지 모르겠습니다.
옷의 질(質)과 스타일을 주도하는 것은 원단입니다. 저는, 가장 유명하다는 파리 견본
시장에 나온 이탈리아 원단으로 만들어졌습니다. 1야드(0.9144m)에 2만6000원이나 하
는 고급 원단입니다. 한국에서 만들어지는 내수 원단 가격은 수입 원단과 비교해 40~
50% 정도에 그칩니다.
"사양 산업은 존재하지 않는다. 사양 생산 방법이 있을 뿐이다"란 말이 생각나는군요. 한국 직물 업체는 현재 극소수만 빼고는 전부 중국으로 옮기든지 안 그러면 망한 상태나 다름없습니다. 우리 나라보다 임금이 싸지 않을(요즘은 상황이 어떤지) 이탈리아에서 만드는 원단이 어떻게 두 배의 가격을 받을 수 있을지가 궁금합니다. 결국엔, 그것도 그들의 노력 덕이겠지만.
48만8000원. 저처럼 고급 여성복의 가격은 대략 제조원가의 5~6배수로 정합니다. 제가 만들어
지기까지 제조원가는 8만원 정도가 들었습니다. 캐주얼복은 가격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대
부분 3배수를 넘지 않습니다. 반대로 마담복이라고 불리는 ‘디자이너 선생님’ 옷은 많게는 6배
수를 넘어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원가에 비해 왜 이렇게 비싸게 받냐고요? 가격에서 비중이 큰 것은 원단과 임가공비, 백화점 수
수료를 꼽고 있습니다. 미국 등 외국 백화점은 바이어들이 업체로부터 옷을 직접 사들여 매장에
서 판매합니다. 수수료가 우리나라만큼 높지 않습니다. 우리나라는 업체들이 판매가 잘 되지 않
을 것에 대한 위험도 스스로 져야 하기 때문에, 원가에다 배수를 높게 잡습니다. 대략 백화점에서
50% 정도 팔린다고 생각하고 가격을 매기지요. 외국 백화점의 경우 수수료가 높지 않으니, 옷값
도 우리만큼 비싸지 않습니다. 국내에서는 고급 원단을 구할 수 없는 점도 여성 옷이 비싸진 이유
입니다. 업체들도 옷값의 거품을 빼기 위한 노력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제조자가 옷의 경우에 무엇을 참고하여 가격을 결정하는지 알 수 있는 아주 유용한 말이네요. 잘 지켜보면 상품에 따라서 원가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경우가 의외로 많음을 알 수 있습니다. 유통 과정과 위험 부담이 의외로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우리 나라의 상황은 백화점이 아직 '힘이 세다'는 것도 알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할인점의 공세로 쇠락의 길을 가고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2년차 상설매장에 가면 다시 50% 할인된 가격에 팔립니다. 그것도 안 되면 1년을 기다렸다
3년차 균일가 행사로 가는 겁니다. 상상하고 싶지 않지만 마지막엔 소각장행입니다. 고가 브랜
드라는 이미지가 있기 때문에 ‘땡처리’는 되지 않고, 소각되는 겁니다.
브랜드 이미지를 유지하여 나중에 팔릴 상품의 가격을 높게 유지하는 편이 좋기 때문에, 손해를 감수하고 태우겠다는 결정이 합리적일 수 있음을 보여 주는군요. 진짜 '눈물납니다'.
============================
저는 '가격 거품'이란 말을 싫어합니다. 그러면 기준이 되는 가격과 '적정 이윤'은 대체 얼마? 사적으로 어떤 상품에 대해 '거품'이라는 말을 쓰는 사람에게는 이렇게 얘기하고 싶은 충동이. "네가 그 정도로 기준 가격을 잘 알면 거품 안 낀 가격에 사서 거품 낀 가격으로 팔아 보지 그래?" 이 말에 대해 공연히 거부감을 갖지 마시길. 사실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이 집에 대해 하고 있거나, 하고 싶어하는 일 아닙니까. 집 사고 나서 자기 집이 있는 지역의 '거품' 빠지길 기대하는 사람은 아직 한 명도 본 적 없습니다.
가격을 바꾸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예나 지금이나 경쟁입니다(이 단어는 가끔 '시장 지배력'이라고 표현되기도 합니다). 사려는 사람끼리 경쟁하면 값이 올라가기 마련이고(서울 집값이 비싼 전형적인 이유), 팔려는 사람끼리 경쟁하면 내려가겠죠. 경제 주체는 모두 자신의 이익을 최대화하고 손해를 최소화하려고 자신이 아는 정도와 할 수 있는 정도 내에서 최선을 다합니다. 어떤 '정책'이 전혀 뜻밖의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으니만큼, 경제 정책에서는 제발 좀 신중해 주었으면 하고 바랄 뿐입니다.
漁夫
옷이라는 상품이 가격이 어떻게 결정되나 냉정하게 읽어봅시다. 기사에 달린 리플들처럼 '낚시질'이라 생각하지 마시고.
생산하는 상품이 저렇게 변덕스러운 일반인 대상은 아니지만, 그래도 제조업 업체에 근무하는 사람으로서 생각할 게 참 많습니다. 제가 다니는 회사도 한 때 직물 공장을 갖고 있었고, 섬유 연구 분야가 있었기 때문에 이런 생각이 더 드는지 모르겠습니다.
옷의 질(質)과 스타일을 주도하는 것은 원단입니다. 저는, 가장 유명하다는 파리 견본
시장에 나온 이탈리아 원단으로 만들어졌습니다. 1야드(0.9144m)에 2만6000원이나 하
는 고급 원단입니다. 한국에서 만들어지는 내수 원단 가격은 수입 원단과 비교해 40~
50% 정도에 그칩니다.
"사양 산업은 존재하지 않는다. 사양 생산 방법이 있을 뿐이다"란 말이 생각나는군요. 한국 직물 업체는 현재 극소수만 빼고는 전부 중국으로 옮기든지 안 그러면 망한 상태나 다름없습니다. 우리 나라보다 임금이 싸지 않을(요즘은 상황이 어떤지) 이탈리아에서 만드는 원단이 어떻게 두 배의 가격을 받을 수 있을지가 궁금합니다. 결국엔, 그것도 그들의 노력 덕이겠지만.
48만8000원. 저처럼 고급 여성복의 가격은 대략 제조원가의 5~6배수로 정합니다. 제가 만들어
지기까지 제조원가는 8만원 정도가 들었습니다. 캐주얼복은 가격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대
부분 3배수를 넘지 않습니다. 반대로 마담복이라고 불리는 ‘디자이너 선생님’ 옷은 많게는 6배
수를 넘어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원가에 비해 왜 이렇게 비싸게 받냐고요? 가격에서 비중이 큰 것은 원단과 임가공비, 백화점 수
수료를 꼽고 있습니다. 미국 등 외국 백화점은 바이어들이 업체로부터 옷을 직접 사들여 매장에
서 판매합니다. 수수료가 우리나라만큼 높지 않습니다. 우리나라는 업체들이 판매가 잘 되지 않
을 것에 대한 위험도 스스로 져야 하기 때문에, 원가에다 배수를 높게 잡습니다. 대략 백화점에서
50% 정도 팔린다고 생각하고 가격을 매기지요. 외국 백화점의 경우 수수료가 높지 않으니, 옷값
도 우리만큼 비싸지 않습니다. 국내에서는 고급 원단을 구할 수 없는 점도 여성 옷이 비싸진 이유
입니다. 업체들도 옷값의 거품을 빼기 위한 노력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제조자가 옷의 경우에 무엇을 참고하여 가격을 결정하는지 알 수 있는 아주 유용한 말이네요. 잘 지켜보면 상품에 따라서 원가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경우가 의외로 많음을 알 수 있습니다. 유통 과정과 위험 부담이 의외로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우리 나라의 상황은 백화점이 아직 '힘이 세다'는 것도 알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할인점의 공세로 쇠락의 길을 가고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2년차 상설매장에 가면 다시 50% 할인된 가격에 팔립니다. 그것도 안 되면 1년을 기다렸다
3년차 균일가 행사로 가는 겁니다. 상상하고 싶지 않지만 마지막엔 소각장행입니다. 고가 브랜
드라는 이미지가 있기 때문에 ‘땡처리’는 되지 않고, 소각되는 겁니다.
브랜드 이미지를 유지하여 나중에 팔릴 상품의 가격을 높게 유지하는 편이 좋기 때문에, 손해를 감수하고 태우겠다는 결정이 합리적일 수 있음을 보여 주는군요. 진짜 '눈물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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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가격 거품'이란 말을 싫어합니다. 그러면 기준이 되는 가격과 '적정 이윤'은 대체 얼마? 사적으로 어떤 상품에 대해 '거품'이라는 말을 쓰는 사람에게는 이렇게 얘기하고 싶은 충동이. "네가 그 정도로 기준 가격을 잘 알면 거품 안 낀 가격에 사서 거품 낀 가격으로 팔아 보지 그래?" 이 말에 대해 공연히 거부감을 갖지 마시길. 사실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이 집에 대해 하고 있거나, 하고 싶어하는 일 아닙니까. 집 사고 나서 자기 집이 있는 지역의 '거품' 빠지길 기대하는 사람은 아직 한 명도 본 적 없습니다.
가격을 바꾸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예나 지금이나 경쟁입니다(이 단어는 가끔 '시장 지배력'이라고 표현되기도 합니다). 사려는 사람끼리 경쟁하면 값이 올라가기 마련이고(서울 집값이 비싼 전형적인 이유), 팔려는 사람끼리 경쟁하면 내려가겠죠. 경제 주체는 모두 자신의 이익을 최대화하고 손해를 최소화하려고 자신이 아는 정도와 할 수 있는 정도 내에서 최선을 다합니다. 어떤 '정책'이 전혀 뜻밖의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으니만큼, 경제 정책에서는 제발 좀 신중해 주었으면 하고 바랄 뿐입니다.
漁夫
# by | 2006/09/19 09:46 | Critics about news | 트랙백 | 핑백(1)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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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정책에서는 사람들이 대부분 '자기가 살 땐 내리고 팔 땐 올라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것을 전제해야죠. 강남 사람이건 지방 사람이건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