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08월 03일
결과만 혐오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지.
EBS 다큐스페셜(링크기사)
제가 보기에는, EBS의 시각과 쿠키뉴스 기자의 시각도, 일본에서 바라는 대로 따라간 데 불과합니다.
이 사람들, 미국이 원폭을 사용하지 않고 전통적인 방법으로 상륙 작전으로 일본을 항복시키려 했을 때의 결과가 어땠을지 진지하게 생각해 본 일이 있는지 아주 의심스럽습니다.
漁夫
일상 생활은 선택의 연속이다. 그 중 좋은 것 둘을 고를 수 있는 상황보다는 나쁜 것 둘이 앞에 있을 때가 훨씬 많다는 점은 그다지 즐겁지 못하지만 엄연한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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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KBS에서 방송한 '히로시마의 두 얼굴'이란 특집 프로그램을 시청했는데, 대체로 어부의 생각과 같았다. 프로그램의 논지는 '히로시마는 상징일지 모른다. 하지만 히로시마는 자신들이 왜 원자폭탄을 맞게 되었는가는 감추고, 결과로 얻은 피해 상황을 강조하는 데만 치중하고 있다' 였다.
일본에 떨어진 원자폭탄과 그 결과를 혐오하기는 간단하다. 그 엄청난 파괴와 인명 살상의 실상을 보여 주고, 혐오감을 일으키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한 번 더 고려해야 할 점은 "왜 미국이 원자폭탄을 사용해야 했는가?"와 "원자폭탄을 사용하지 않았을 경우 어떻게 됐을까?"란 질문이다.
첫째 질문에 대한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일본이 소위 '팔굉일우'나 '대동아 공영권'을 주장하여 결과적으로 미국의 '콧털을 건드리지' 않았다면, 그리고 독일이 의외로 빨리 패망하지 않았다면 일본이 원폭 투하 대상으로 올랐을 리가 없으니까.
둘째 질문에 대한 답은 조금 더 골치 아프다. 여기서는 역사가 리처드 프랭크(Richard B. Frank)가 '만약에 2'(번역본 있습니다)에서 전개한 논리를 빌어오자. 당시 상황에서 모든 가능한 시나리오를 다 검토해 봐도, 원자폭탄은 '가장 덜 혐오스러운 선택'이었다는 것이다. 이 책의 기본 자료들은 어부가 다른 책에서 본 자료들과 잘 일치하고 있다.
이 사람이 얻은 원자폭탄을 안 썼을 경우의 가상 현실 : "태평양 전쟁은 아마 2년에서 5년, 어쩌면 그 이상 오래 질질 끌었을 수도 있다. 전체적인 희생은 짜게 잡아도 일본에서만 손쉽게 5백만 명을 넘는다(어부의 각주; 원폭 희생자는 두 발을 다 합쳐도 50만을 넘지 않는다). 이렇게 오래 끈 사투에 얽매인 온갖 나라와 시민들은 그와 맞먹는 혹은 그 두 배의 희생을 치렀을 것이다. 이렇게 되었다면 한국의 분단과 6.25 전쟁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유럽에서 동서독의 국경을 그으며 치열하게 경쟁했던 것처럼, 미국과 소련은 일본 본토의 분단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였을 것이다. 이런 치열한 전쟁에서 살아남은 일본 국민들은 수십 년 동안 가난과 고통에 시달려야 했을 것이다"
원자폭탄에 대한 2차 사료로는 국내 번역 서적 중 가장 믿을 만 한 리처드 로즈(Richard Rhodes)의 '원자폭탄 만들기(The making of an atomic bomb)'도, 결론을 내릴 때 '원자 폭탄의 참상'을 과장하는 함정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리고 이 책에도 나왔듯이, 일본도 국제적으로 유명한 물리학자 니시나 요시오(1901~51)의 지도로 무기에 사용할 우라늄 농축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원자폭탄 만들기'에서는 이 프로젝트가 실패로 끝났다고만 언급하고 있지만, 월간 '말'에서는 함흥으로 옮겨서 앞바다에서 실험이 성공했다고까지 나왔다. 자세한 1차 사료에 대한 언급이 없어서 사실인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일본도 2차 대전 때 원자 폭탄을 개발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잘 안 알려져 있다. 일본 사람들은 이걸 얼마나 알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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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이 프로그램을 보고 안 사실 :
1. 현재 미국 스미소니언 박물관에서 히로시마에 원폭을 떨어뜨린 B-29 폭격기 'Enola Gay'호를 복원하여 전시하고 있다. 이 점에 대해 KBS와 인터뷰한 담당자는 "원자폭탄의 결과는 참혹했습니다. 단, 이 결과를 이용하여 일본이 피해자인 것처럼 말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습니다. 일본은 엄연히 가해자기 때문입니다." 일본은 이 말을 귀담아 들어야 하겠지만, 미국에게도 한 마디 해 주고 싶은 말이 있다. 일본이 전후 청산을 제대로 안 하고 지금 떵떵거리고 있는 책임의 상당 부분은 미국의 세계 전략 때문이지 않는가.
2. 나가사키에서 자원 봉사로 운영되는 사설 원폭 기념관 하나에서는 나가사키의 피해 상황 뿐 아니라 그 전에 일본의 침략과 남경 학살, 위안부 문제 등의 사진도 전시해 놓고 있다. 히로시마의 공식 기념관에서는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볼 수 없다. 한 일본 중학생이 그 사설 기념관을 보고 취재진에게 한 말이 의미심장하다. "공식 기념관에서는 생각하던 대로를 보았지만, 여기서는 진실을 알았다는 느낌이네요."
3. 유명한 만화로, 히로시마 피폭의 현장을 생생하게 그려 낸 '맨발의 겐'의 작가(자신이 피폭자로 가족을 잃었다)는 인터뷰에서 대담하게도 다음처럼 선언했다. "천황은 자신의 몸 보신을 위해 항복을 늦추었고 결과적으로 수십 만의 생명을 앗아가게 만들었다. 그러고도 책임을 전혀 지지 않았다..." 이 아저씨, 괜찮을까.
어부의 의견 ; http://myhome.naver.com/fischer/column/gosen-ky-k.htm
# by | 2006/08/03 19:45 | Critics about news | 트랙백(1)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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